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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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떠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 열한번째 여행은 녹색교통 수단인 자전거 타기의 저변 확산을 위해 자전거 도시를 선언한 창원의 ‘누비자’를 타고 창원역에서 진해루까지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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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역 출구 앞에 바로 위치한 누비자 무인터미널.

 

대구에서 열리는 ‘2013 워터코리아’ 행사 취재를 마치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창원으로 향했다. 창원역에 도착해 출구로 나오자마자 누비자를 빌릴 수 있는 무인터미널이 바로 보인다. ‘누비자’란 언제나, 어디서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이 적용된 무인대여 공영자전거로 ‘창원시 곳곳을 자유로이 다니다’라는 의미로 ‘누비다’와 ‘자전거’의 합성어다.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누비자’

 

자전거를 빌리거나 반납할 수 있는 무인터미널은 창원시청을 중심으로 주변 생활시설에서 접근 및 이용이 편리한 곳곳에 235개가 설치돼 있다. 대여용 자전거는 여성 및 노약자도 편하게 승·하차 할 수 있는 생활형 자전거로, 7단 변속기가 장착돼 오르막 주행시에도 편안하게 이용가능하며, 핸들에 달려있는 계기판을 통해 주행거리와 시간, 평균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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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제 및 대여, 주변의 다른 터미널 현황 정보까지 확인 가능한 키오스크.

 

자전거 대여는 키오스크라는 기계를 통해 결제 및 대여 확인 후 보관대에서 바로 대여가 가능하다. 또한 주변의 다른 터미널 현황 정보도 열람이 가능하다. 1일 이용권을 핸드폰으로 결제하고, 맘에 드는 자전거를 골라 본격적으로 창원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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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가 잘 돼 있는 누비자.

자전거의 상태는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특히 많은 공용자전거들이 관리상태가 안 좋아 라이딩 시 불편한 점이 많은데 기어 변속도 부드럽게 잘 되고, 앞에는 자가발전기를 통한 헤드라이트가 장착돼 있었으며, 핸들에 달려있는 계기판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다.

 

색과 화단으로 확실히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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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색으로 확실히 구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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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단을 이용해 도로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해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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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단으로 분리가 불가능한 곳에는 파란 차선으로 확실하게 표시를 해놨다.

창원의 자전거도로는 구분이 매우 잘 돼 있다.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에는 두가지 색으로 확실히 구분했으며, 도로와 함께 이용하는 경우에는 연석을 이용해 화단을 만들어 자동차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또한 화단 조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지역에는 파란 차선으로 확실하게 자전거도로를 표시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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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스포츠파크 내 경륜공단 1층에 위치한 자전거 문화센터.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창원 스포츠파크 내에 있는 자전거 문화센터였다. 문화센터로 가는 동안 꽤나 많은 누비자 무인터미널과 누비자를 타고 시내를 이동하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자전거 10대 중 8~9대는 개인자전거가 아닌 누비자일 정도로 창원 시민들은 누비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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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휠 자전거인 오디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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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센터 앞에는 다양한 자전거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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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륜자전거 체험 시설.

자전거의 역사가 있는 자전거 문화센터

 

30분을 달려 도착한 자전거 문화센터에는 하이휠 자전거인 오디너리 자전거와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들이 전시돼 있었으며, 자전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홍보관, 경륜자전거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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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관에서는 자전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무료로 간단한 자전거 점검과 정비를 해주는 정비센터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무인터미널에 자전거를 맡기고 문화센터를 한참 구경하고 다시 나와 누비자를 대여해 창원 스포츠 파크를 한바퀴 돌았다. 이 곳 역시 자전거도로가 잘 깔려 있어 라이딩하기 매우 좋았다.

 

문화센터를 나와 13㎞ 거리에 있는 진해루로 향하기로 했다. 진해루까지 가는 길에는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각종 공장들이 쭉 늘어져 있는 다소 지루한 길을 계속 달려야만 한다. 트럭이 많이 다니는 공장촌이지만 이 곳 역시 자전거도로가 매우 잘 깔려 있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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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밋밋한 공장촌 담장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던 개나리.

밋밋한 공장촌을 달리던 도중 담장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활짝 핀 개나리들을 발견했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벚꽃도 이미 개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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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성산구와 진해구를 연결하는 안민터널 입구.

자전거도로를 열심히 달려 진해구로 향하는 안민터널에 이르렀다. 이 터널은 창원시 성산구와 진해구를 연결하는 1822m 길이의 터널로 내부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전국 최장 길이의 터널 내부 자전거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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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내부의 자전거도로는 차단벽으로 완벽히 분리돼 있다.


자전거도로는 차단벽을 완벽하게 설치해 차도와는 완전히 분리돼 안전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붕식 캐노피가 없어 자동차의 엄청난 소움과 매연을 온 몸으로 맞으며 가야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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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만이 한 눈에 보이는 진해루.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진해루

 

길고 긴 안민터널을 지나 진해구에 진입. 시내를 달리다보니 마침내 진해루가 점점 가까워졌다. 2006년 4월에 준공된 진해루는 아름다운 진해만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권과 다채로운 문화행사의 장소로 인기가 높다. 진해루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분좋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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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히 걸려있는 ‘다담회(多啖會)’ 간판.

점심은 근처에 위치한 해초비빔밥을 파는 음식점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반신반의하며 식당에 들어서면서 입구에 당당히 걸려있는 ‘다담회(多啖會)’ 간판을 보고 안심했다.

 

‘모든 음식을 맛있게 음미하며 오래 씹어먹는다’는 의미의 다담회는 뛰어난 맛과 장인정신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전국 유명 음식점 사장들의 모임이다. 맛과 멋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모인 다담회는 단순한 동호회의 차원을 넘어 우리 음식문화를 선도해오고 있는 전국적인 모임이다. 따라서 다담회 간판이 걸린 음식점의 맛은 대부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 내부는 흘러나오는 60~70년대의 잔잔한 노래들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인해 식당이라기보다 카페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 집의 유명메뉴인 해초비빔밥은 미네랄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해초와 해산물을 듬뿍 담은 음식으로 2003년 세계음식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유명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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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세계음식박람회 금상을 수상했던 해초비빔밥.

비빔밥을 시키자 샐러드를 시작으로 각종 찬과 매생이국,그리고 해초비빔밥이 등장했다. 이 집은 특이하게 고추장이 아닌 특별히 제작한 소스를 적당히 넣고 비비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향이 가득했던 비빔밥

 

비빔밥을 한 입 먹으면 바닷가의 느낌이 물씬 난다. 특히 해초가 씹히는 느낌도 좋고, 고추장을 넣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맛이었다. 함께 제공되는 찬들의 맛도 오묘했다. 또한 도토리묵과 김치, 각종 야채 무침 등이 나오는데 재료 날 것의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독특한 양념의 맛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매생이국의 맛 하나만큼은 정말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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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역 앞에서 ‘무·무·무’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와 다시 서울행 기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창원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왔던 길을 열심히 되돌아 기차시간에 늦지 않게 창원역에 도착. 누비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열한번째 ‘무·무·무’도 무사히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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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어플 ‘카디오트레이너’를 이용해 실제 이동거리를 측정했다. 이동경로는 창원역에서 출

발해 창원 스포츠파크, 진해루를 거쳐 다시 창원역까지의 거리.


창원의 누비자 체험을 통해 창원은 정말 자전거를 위한 도시임을 몸소 체험하고, 자전거도로를 도시에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깨닫게 됐다. 특히 서울의 자전거도로는 도로 구석에 매우 적은 공간으로 만들어져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차량 진입이 가능해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울 시내의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이런 상황이라 서울의 자전거도로는 차량과 자전거 모두에게 매우 위험하고 도움이 안 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하루빠리 서울도 창원처럼 차량과 자전거 모두에게 쾌적한 자전거도로로 탈바꿈하길 바란다. 그럼 다음 ‘무·무·무’도 기대하시라!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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