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국에서는 ‘땔감’ 선진국에서는 ‘경관’

‘지불 능력 없으면 공익적 가치도 없어’

 

전현선 과장 1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자연환경의 가치, 특히나 공익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쉬운 예로 공기와 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없지만 이것을 가치로 환산하자면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 이렇듯 우리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용한다고 해서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은 아니다. <편집자 주>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109조원으로 책정했다. 공익적 가치는 목재 하나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격에 팔리는지를 측정하는 경제적 가치가 아닌 산림이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무형의 가치를 말하기 때문에 가치를 매기기 쉽지 않다.

 

또한 사방댐을 만들면 홍수·산사태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사방댐이 없어서 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를 가치로 환산하기 쉽다. 그러나 공익적 가치 중에는 이처럼 직접 산출이 쉽지 않은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최신 연구에 포함된 가치에는 좋은 풍경이 주는 만족감을 나타내는 경관적 가치, 갖가지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기여, 산림치유 기능 등이 있다.

 

연구를 총괄한 전현선 과장은 “산림이 있음으로써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진다. 그러나 같은 산림이라도 아마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산림의 가치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가 다르다”라며 “같은 산림이라도 소득과 교육 수준 등에 따라 느끼는 가치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소득과 교육수준도 큰 영향

 

상대적으로 산림이 풍부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산림의 가치를 낮게 본다. 너무 흔하니까. 반면 대도시에서는 작은 공원조차 사람들에게 큰 휴식을 준다. 실제로 땅값이나 여러 가지를 비교해도 도시에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에 더 많인 비용이 필요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일수록 환경과 산림 등의 가치를 높게 매긴다. 이는 산업화로 인해 그만큼 녹지공간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육수준이 높고 환경을 돌아볼 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 과장은 “이는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의 파라독스’라는 것인데,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은 가격이 없거나 매우 낮지만 장식 외에는 용도가 없는 다이아몬드는 매우 비싸다. 이것은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산업화 이전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는 당연한 것이었기에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가 없었다. 그러다 환경오염이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알았고 여기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환경오염이 환경의 가치를 일깨운 것이다.

 

산림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큰 도시인 서울 역시 북한산, 관악산 등을 찾으면 산림을 흔하게 볼 수 있어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전 과장은 “산림의 가치는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아마존의 산림이 파괴되고 있어도 대부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아마존의 풍부한 산림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종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산림파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탄소흡수원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산림은 재생가능한 자원

 

대부분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주택에도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경관가치가 포함됐다고 한다. 전 과장은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주택의 가치에 경관가치가 6~10% 포함됐다고 본다”라며 “언뜻 생각하면 농어촌 지역의 경관가치가 더 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도시 지역이 더 많다. 이것은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림이 큰 가치를 지니고 있어도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우리도 산림의 경관가치를 논하는 수준이지만 저개발국에서 산림은 땔감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 산림 이용의 90%, 아시아에서 70%는 연료용으로 사용된다. 과거 한국 역시 땔감으로 사용하느라 전국의 산 대부분이 벌거숭이가 됐고 수십 년에 걸친 조림사업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물론 공익적 가치 때문에 산림의 직접적 이용이 제한받을 수 있다. 쉬운 예로 경관보전지역은 목재의 경제적 가치보다 경관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더 높게 보고 산림 이용을 제한한 경우다. 아울러 공익적 가치가 늘어나면 목재의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공익적 가치가 훼손되는 만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이를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과장은 “산림은 재생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다다른 나무를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순차적으로 새로운 나무를 심고 기존의 나무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라며 “목재의 가치가 높아지고 가격이 오른다면 계속해서 목재를 공급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기존에 목재로 사용된 나무는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산림의 양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하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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