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란 가뭄이나 건조화 현상, 산림벌채나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토지가 사막환경화 되는 현상을 말한다.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의 면적이 사막화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 면적의 40%인 초지 지역이 거의 다 사막화되고 있다. 지난 4월18일부터 3일간 중국 내몽고 자치구 다라터치 지역 쿠부치 사막에서는 한국 (사)미래숲 녹색봉사단과 중국 공청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로부터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사막화와 황사방지를 위한 나무심기가 이어졌다. 환경일보는 (사)미래숲과 함께 전 기간을 동행 취재했으며 본 섹션을 통해 활동 전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쿠부치 사막 녹색장성(綠色長城)에 세계가 놀라

10여년 헌신적 노력에 자연도 마음도 돌아와

중국공청단(中國共靑團) 전폭적 지원과 교류 큰힘

 

1면 탑사진 - 사막
▲오늘도 사막을 묵묵히 걷는 청년들의 걸음 뒤엔 녹색의 새순이 돋아난다.

녹색 첫걸음을 옮기다

적막한 사막 한 가운데 고속도로가 뻗어 있었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차량에는 어김없이 모래바람이 몰아쳤다. 녹색봉사단의 버스 안에도 모래가 스며들고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이어졌다.

 

황량한 사막만 펼쳐있고 숲은 커녕 나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 나무를 심는다니. 그것도 수년 째…?’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들리던 부정적인 말들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런데 모래언덕 위로 올라 둘러보자 사방 여기 저기 식재된 나무들, 식재군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을 맞아 흔들리면서도 꿋꿋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막은 직접 걸어 횡단하는 체험자 들에겐 만만치 않았다. 발목과 종아리까지 푹푹 들어가는 사막의 경사면은 청년들조차도 쩔쩔맬 정도로 걷기 힘들었다.

 

불어치는 모래바람 앞에서는 숨도 쉬기 어려웠고 어느새 눈에 들어간 모래가루는 몹시 고통스러웠다. 모래는 쉴 틈 없이 옷 속이며 가방, 비닐로 감싼 카메라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무심한 모래 말곤 아무 것도 없는 이 사막에 어떻게 나무를 심을 마음이 들었을까.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한중우의(韓中友誼) 녹색장성(綠色長城)’이란 글이 새겨진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이 버려진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며 다져온 한중 양국간의 우정이 글귀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이곳은 그저 악순환의 사막일 뿐이었는데 생명을 담아 선순환(善循環)을 이루기까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밟은 사람들이 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곤충이 살더군요. 여우까지 찾아오는 걸 보면 좀 살만해졌다는 거겠죠? 나무가 자라면, 나무가 나무를 심지요” 사단법인 미래숲 권병현 대표와 녹색봉사단 청년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내몽고지역에 나무를 심어 왔다. 어떻게 이 도전을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본능적인 판단이었지요. 이러다간 중국의 수도를 옮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를 많이 했지만 성공할 때까지 하면 할 수 있습니다” 권 대표의 짧고 소박한 대답이다.

 

자연현상을 막을 순 없다고 손 놓았던 중국 정부도 처음엔 미래숲의 활동에 반신반의 했지만 실제 이곳에 나무가 활착하고 자라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2006년부터는 중국공청단(中國共靑團)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매년 함께 식수활동을 전개하며 지원과 교류를 확대해 가고 있다.

 

녹색장성

▲녹색장성은 한중 우호를 증진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심기 ‘많이’ 보다 ‘제대로’

 

과연 이곳에 얼마나 나무를 심어야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남북 16㎞, 폭 1㎞ 정도의 띠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사)미래숲 권혁대 중국본부장은 말한다. 워낙 강풍과 모래가 심하다보니 쓰러지고 날아가는 나무들이 적지 않지만 그동안 결과를 보면 활착율은 70~80% 수준에 달한다.

 

현재까지 600여만 그루를 심었고 약 450만 그루가 활착에 성공했단다. 구글지도(Google earth)에 들어가면 누구나 현재 나무를 심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미래숲의 목표인 10억 그루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의 손길도 절실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러브콜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오직 나무 심고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의 성공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권 본부장은 전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미래숲의 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또 직접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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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부치 사막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의뢰한

나무도 심겨져 있다.(2011년 10월24일)

첫 날 모래바람 휘몰아치는 사막을 트래킹한 제12기 미래숲 녹색봉사단이 맞은 둘째날은 올해 들어 처음 5㎝ 가량 눈과 비가 내리면서 쌀쌀한 날씨였다.

 

쿠부치 사막에 심는 나무는 주로 버드나무류인데 식수전 2~3일 묘목을 물속에 흥건히 담궈 뒀다가 꺼내 쓴다. 20여개씩 묶인 묘목 다발을 트럭에 싣고 식수지로 옮겨 다시 내려 이번에는 미리 사장이 조성된 곳에 구덩이를 깊이 파고 묻는다.

 

옷을 몇 겹씩 껴입었지만 추위가 몸을 파고 들었다. 열심히 땅을 파고 나무를 심는데 권 대표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사막에서 잘 활착하려면 묘목에 표시된 빨간 색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심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하다 보니 대부분이 밖으로 나와 있다는 것이다.

 

기껏 심은 묘묙을 조심스레 파내고 다시 심어야 했지만 아무도 불평 없이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덜덜 떨리는 손 위에 배급된 만두를 점심식사로 먹지만 추위는 여전하고 눈물들이 그렁그렁했다.

 

그것도 잠시, 누군가 외치는 구호 ‘하나로! 미래로! 푸르게!’를 따라 외치며 젊은이들의 눈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무엇이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한국과 중국의 합동 나무심기 행사는 셋째 날 열렸다. 모처럼 화창하고 맑았던 이 날 이른 아침 식수 현장에는 중국 북경시와 현지 공청단 단원들을 비롯해 다라터치시 중학교 학생, 택시조합 회원, 공안국 요원, 주변 마을 주민, 울란부치 몽골 전통가무단 등 600여 명이 모여 함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원근각처에서 모여든 서로 다른 특성의 민관학 합동 식수단이 함께 삽을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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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을 지키겠다며 딸과 함께 나무를 심은

 왕싼타오씨

한중이 맞잡은 녹색우호

실제로 이곳에 나무가 자라면서 이탈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놀라운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공청단 간부는 “(사)미래숲이 중국 현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실리를 따지지 않는 진정한 역할이다. 이런 활동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극찬하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라터치시 위뉘히 대표는 “어제 다라터치 지역 420㎢ 에 축복의 비가 내렸다”면서 “미래숲의 끊임없는 노력에 이곳에 녹색뿌리가 내려 열매 맺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36만 다라터치 주민과 함께 생태림을 잘 보호하고, 중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곳으로 지키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다라터치에서 택시업을 하는 왕싼타오(여. 39세)씨는 다섯 살 딸과 함께 나무를 심고 있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심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무를 심겠다는 왕씨에게 무엇을 위해서냐 묻자 “사막은 무섭다. 그러나 나무를 심으면 방지할 수 있다. 숲은 내 딸에게 줄 희망이며 다라터치 지역이 푸른 숲으로 변할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2006년 쿠부치 사막에 한중우호 녹색장성을 구축하도록 중국공청단과 다라터치시, (사)미래숲이 삼자간 약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 약정은 7년이 지난 2013년 4월20일 한국과 중국을 떠나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새로운 협약으로 발전했다.

 

중국공청단
▲중국공청단을 비롯한 한중 양국 관계자들이 인사하며 격려하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

앞으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 쿠부치 사막 역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진정한 녹색장성(Green Great Wall)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병현 대표는 “지구가 훼손된 것은 기성세대들의 책임이며 지속가능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구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으며 갚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권 대표는 한·중간 우호증진을 바라는 벅찬 가슴을 또 이렇게 표현했다. “청년이여 세상을 바꿔라!”

 

<중국 내몽고 다라터치 쿠부치 사막 글·사진=환경일보 김익수 편집국장, 사진제공= 미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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