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택수 기자= 최근 창조경제의 모델국가로 IT기술 중심의 벤처창업에 성공한 두 나라가 주목받고 있다. 인구 500만의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와 인구 750만의 중동의 이스라엘이다.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를 만든 벤처기업 로비오(Rovio)가 있는 나라가 핀란드다. 또한 세계적 전기자동차 네크워크 제공업체가 된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는 이스라엘 벤처기업이다.


핀란드는 막강한 R&D 예산을 집중적으로 쏟아 부으며 제2의 노키아를 키우고자 노력한다. 이는 정부 주도형 벤처 클러스터로 진행된다. 2011년 봄, 노키아는 매출하락이 현실화되고 대량해고가 불가피해졌다. 그러자 스스로 ‘브릿지 프로그램(bridge program)’을 가동한다. 일종의 퇴직자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퇴직자 1인당 약 3000만 원 정도의 별도 창업지원을 하는 등 노키아에서 습득한 기술을 가지고 벤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키아 자신이 도와주는 것이다.


인위적 경제력 분산 없이 노키아의 몰락이 중소 벤처 생태계 육성의 기회로 반전됐다. 이제는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핀란드의 이 같은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 낯설다. 쌍용차 대량해고사태를 떠올린다면 비교가 쉽다.


한편 이스라엘은 좁은 토지와 자원 부족 때문에 국가 자체가 창업 국가를 표방한다. 이스라엘을 창업은 군대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탈피오트, 8200부대와 같은 엘리트 부대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인재를 발굴한다. 고교 졸업 후 부대에 스카우트된 엘리트들은 수준 높은 통신, 보안기술을 습득하며 자연스럽게 창업을 준비한다.


두 나라의 특수하고 낯선 벤처환경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재벌, 또는 거대 기업의 경제력 집중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시절 국내총생산 대비 국내 5대그룹 매출액 비중이 43%였다. 그런데 지난 정부 5년 동안 재벌의 성장은 경제 성장 속도를 훨씬 추월해 지금은 매출액 비중이 63%까지 팽창했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막론하고 IT관련 시장은 주요 재벌기업들에 의해 장악돼 있다. 이와 분리된 벤처 시장을 만드는 것은 핀란드와 이스라엘 사례처럼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개혁 없는 벤처 활성화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이 위기에 몰려 무책임하게 정리해고를 일삼고 퇴직 직원을 모른 척하는 기업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 모델과 핀란드 모델은 그림 속 떡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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