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원하는 것은 의료 분야 도움

신뢰프로세스 구축 위한 첫 걸음 될 것

 

[파주=환경일보] 김익수 편집국장·권소망 기자 = 계속된 장마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던 7월의 첫 주 어느 아침, 자유로를 타고 파주시 진동면 해마루촌으로 향했다. 한 시간이나 달렸을까, 내비게이션도 더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 민간인 통제 구역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쩜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 싶은 곳에 마을이 있는 것도 신기한데 마을 속 집들은 하나같이 동화에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해마루촌은 6·25 이후 뜻하지 않게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고자 2001년 조성한 마을이다. 현재 임진강 건너 민통선 내에는 통일촌, 대성동마을, 해마루촌이라는 세 개의 마을이 있다.

 

주변 반대에도 휴전선 진료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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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한 원장은 밝은 미소를 보이며 "남북한 주민이 함께 이용

할 수 있는 세계평화병원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권소망 기자>

이렇게 들어가기조차 힘든 작은 마을에 미국에서 돈 잘 벌던 치과의사가 무료 진료소를 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휴전선 평화진료소’를 연 평화병원재단의 남영한 원장. 그의 어린 시절부터의 꿈은 남북한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국제평화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26세에 미국으로 가 9년간의 공부 끝에 치과의사가 된 남 원장은 자신이 미국에서 의학을 공부한 LA지역 한인 1호 치과의라서 병원이 엄청나게 잘 됐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던 그는 시간이 흐르자 한국에 돌아가 DMZ 내에 병원을 짓고 싶다는 꿈을 되새겼다.

 

5세라는 어린 나이에 6·25를 경험한 그의 고향은 파주 교하면. 현재 파주는 한국 땅이지만 당시 그의 가족은 모두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갔고, 그렇기에 남 원장은 고향을 잃은 아픔과 민족 분단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워낙 ‘잘나가는’ 의사였기 때문에 고국에 돌아가겠다는 뜻에 가족과 주변이 모두 반대했다. 그러자 그는 결국 3년 전, 홀로 한국을 찾았고 해마루촌에 ‘휴전선 평화진료소’를 열었다.

 

이 휴전선 평화진료소에서는 남영환 원장과 남일우 박사 두 사람과 그 외 1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대성동,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과 근처 부대 군인, 새터민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세계 유수 병원과 네트워크 구축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정책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안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단계 절차가 필요하다. 남 원장은 이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계로 의료사업을 꼽고 있다.

 

그는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것은 의료분야의 도움과 식량”이라며 “식량문제는 농사법 개선을 통해 점차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의 의학수준은 정말 낮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은 심각한 대기오염과 영양부족으로 인한 결핵 문제와 기생충 문제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남 원장의 계획은 평화진료소에 그치지 않는다. 휴전선 안에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마을이 있다. 남한에 속한 대성동과 북한에 속한 기성동은 360m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그 사이는 대부분이 농지인데, 이곳에 ‘UN국제평화병원’을 세우는 것이 그의 궁극적 목표이다.

 

그는 핀란드, 스위스 등 제 3국이 국제평화병원을 지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중립국 의사들을 만나 UN국제평화병원이 세워지면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들었다”며 “당사자인 남북 간의 아웅다웅하는 분위기보다는 한시적으로 국제적인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계속 품어왔던 비전인 만큼 그는 계속해서 UN국제평화병원에 관한 준비를 해왔다. 남 원장은 “국회는 물론이고 UN 토마스 스텔쳐 부 사무총장 및 UN 반기문 사무총장의 사무관과 계속해서 얘기를 해왔고, 북한에도 의사를 전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전협정 체제 하에서는 이런 평화적인 일을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었고, 평화협정 체제가 시행되면 이런 민간사업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럼에도 이 사업을 UN을 통해 실시하려고 생각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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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평화클리닉 앞에서 포즈를 취한 남 원장은 "후진 양성

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권소망 기자>

구체적 계획도 준비된 상황이다. 남 원장은 20만평의 부지에 어린이 병상 500개, 성인 병상 300개를 포함해 총 1000개의 병상을 가진 병원 건립을 위해 1억불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UN세계평화병원을 세우면 본인이 세계의 유수한 병원과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므로 인공위성으로 환자의 자료를 보내 스페셜리스트가 보고 몇 분 안에 자신의 소견을 보내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평화병원은 세계적 병원이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에 평화 정신 이어져야

 

병원의 설립을 위해 남영한 원장이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평화병원재단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는 처음에 UN이 병원의 주체가 되고 국제적십자가 의료진으로 나서 우선적으로 병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다가 자연적으로 남북이 함께 운영하게 되는 것을 희망사항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게 5개년 계획을 보낸 상황. 그는 “개인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공식 안건으로 이 계획을 제출하면 세계평화병원이 만장일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UN관계자가 직접 말했다”며 박 대통령 임기 내에 병원 건립을 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전협정조인에 중국, UN, 북한만이 참여했기 때문에 UN세계평화병원 건립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남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UN세계평화병원 건립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6·25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 이 정신이 이어졌으면 한다”라며 “후진 양성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somang09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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