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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牛步千里), 지속가능한 사회로”

인터뷰 1
‘면죄부’ 전락 ‘정유사 자발적 협약’ 개선 의지 보여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일차책임’ 기존 입장 고수
배출권거래제 연기 없어… 배출전망치 수정은 미지수
개발부처가 환경의식 확고히 하면 환경부 필요 없어

 

[환경일보] 대담 김익수 편집대표·정리 김경태 기자 =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환경부 장관직에 오른 윤성규 장관은 인사청문회가 시끄럽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윤 장관은 충북 충주 출신으로 환경부에서 국장까지 지내며 20년을 일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1977년 기술고시에 합격, 환경처, 한강유역환경청, 환경부를 거치며 국립환경과학원장과 기상청 차장을 지냈다. 그가 장관직에 오른 이후 국토교통부의 댐 건설이나 산업자원부의 화력발전소 증설 계획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반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보다 제조업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편집자 주>

 

지난 정부가 ‘녹색성장’을 아젠다로 내세웠지만 정작 환경부는 소외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심지어 4대강 사업 과정에서는 ‘환경부가 국토부 대변인이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다. 그런 만큼 윤성규 장관 역시 지난 정부의 녹색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윤 장관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은 그 방향성을 뜻하는 전략 지표 다수가 진정한 녹색성장을 대표하지 못해 녹색성장 쪽으로 실질적 진전을 이루었는지는 의문”이라며 “온실가스의 경우에도 당초 전망치 이내로 배출량을 억제하는데 성공하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라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 실효성 담보할까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환경부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라며 “국정철학인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실현하는데 있어 환경복지가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윤 장관이 생각하는 환경복지는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말 못하는 동식물,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까지 아우르는 복지를 말한다.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환경서비스를 향유하는 ‘국민행복형 환경복지’, 후손들도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형 환경복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형 환경복지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주장에 대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상기후 심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폭넓게 확인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미래 세대를 위해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13.

▲윤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환경부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재검증에 나서는 등 관련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최근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 12기가 신규 추진되는 등 악화된 여건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이행계획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목표(2020년 BAU 대비 30% 감축)를 이행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 등 감축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절대량 감축이 아닌 전망치(BAU) 대비 감축이다. 즉 기준연도에 비해 얼마를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한 것이 아니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2020년에 배출할 것으로 전망되는 온실가스를 30%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2020년에 현재에 비해 매우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 온실가스 전체적으로 늘기는 했지만 어쨌든 당초 전망보다는 덜 늘어났기 때문에 BAU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따라서 환경부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온실가스목표관리제 등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줄기는커녕 온실가스는 늘었다. 경제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지만 온실가스와 에너지 사용량만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산업구조가 매우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아울러 배출가스 전망치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설정하면 배출권거래제가 무력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터무니없는 경제성 평가 막는다

 

중앙정부, 지자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경제성 평가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경제성 평가를 맡은 연구기관이 정부 입김에 휘둘려 입맛에 맞는 평가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승진과 평가에 휘둘리는 정부 담당자는 ‘개발 사업을 통한 실적 쌓기’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정치적 목적의 대규모 국책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반복돼왔고 이로 인한 막대한 예산 낭비 역시 계속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윤성규 장관은 ‘최고정책당국자 실명제’를 제시했다. 그는 “대선, 총선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4대강 사업처럼 대규모 개발사업이 공약으로 제시됐고 세종시 역시 마찬가지”라며 “최종결정자가 사업을 승인하기 전에 공약을 내세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정책당국자 실명제’는 사업으로 인한 효과를 시기별로 미리 계획하고 실제로 사업이 진행됐을 때 효과가 30%, 혹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최고정책당국자가 얼마를 내놓겠다고 공약을 내세우는 제도다. 윤 장관은 “경제성을 과장되게 부풀리면 스스로 책임을 지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일차책임은 기업”

 

국책사업에 대해 윤 장관이 밝힌 소신과 다리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대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그의 입장표명에서도 이러한 점이 드러난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경우, 제조업체들은 카펫 세척 용도로 사용해야 하며 ‘흡입해서는 안 된다’라는 경고 문구에도 불구 사람이 직접 들이마시는 살균제 용도로 사용했고 결국 100여명이 넘게 사망했고 이외 피해자는 정확한 집계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피해자모임과 시민단체들은 문제의 제품을 만든 제조사에 책임이 있지만 독성물질 사용을 허가한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 윤성규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 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화학물질의 효능과 부작용을 사전에 모두 파악하기에는 인간의 예지능력, 축적된 과학적 지식의 한계, 가용한 시간과 비용의 제약이 있으며 피해발생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제조사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는 윤 장관 개인의 소신만이 아닌 환경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환경부가 환경보건국을 신설하면서까지 업무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정작 환경보건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결국 정부가 나서 안이하게 허가를 내준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 피해자와 제조사 간의 소송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정부 시절 석면 문제가 터졌을 때 노동부, 지경부, 환경부 등이 서로 미루다가 결국 환경부가 총괄해서 관리하는 것으로 정리한 것과도 대조된다.

 

최악의 수도권 쓰레기 대란 우려

 

여기에 수도권매립지 매립 기한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다. 2014년 수도권매립지 기한이 종료되면 서울·경기·인천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져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윤성규 장관은 “수도권매립지 기한 연장 문제는 3개 시·도가 협의해 해결해야할 과제이지만 현재 지자체간 입장차이가 크고 상호 대화와 소통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서로 상생과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협의하면 수도권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사문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환경부가 협상과정에서 인천시를 달래기 위해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은데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게 몰린 수도권에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다면 이를 막는다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유사 자발적 협약’ 개선될까

 

오염부지 방치 면죄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정유사 자발적 협약’의 개선 여부 역시 이날 인터뷰의 관심꺼리 중 하나였다. 환경부는 대형정유사 5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업체가 자율적인 검사를 통해 오염을 식별하고 정화조치를 이행하는 경우 시정명령을 유예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0년의 협약을 맺었고 올해 10년을 연장하는 협약을 다시 체결했다.

 

문제는 환경부가 자율적 협약에만 의존한 채 정작 관리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본지의 지난 6월28일자 ‘정유사 발암물질 은폐 충격’ 보도에서 드러났듯 환경부는 정유사들이 연구시설 혹은 연구 인력을 얼마나 늘렸는지, 자발적으로 오염 부지를 얼마나 새로 밝혀냈는지를 점검할 뿐 정작 오염된 부지를 얼마나 정화했는지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자발적 협약과 별개로 정유사가 정화책임을 이행하지 않으면 당연히 지자체가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자체들은 중앙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선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즉 환경부는 자발적 협약만 맺었다고 생각하지만 지자체는 환경부가 ‘관리의 책임’까지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윤 장관은 “업체의 의무불이행 사실이 확인되면 지자체가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지도하고 협약해지도 검토하겠다”라며 “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와는 협약을 해지하고 위반사실을 공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이 개발에 치우쳐 환경파괴에 대한 감시가 소홀하기 때문에 지자체에 대한 ‘환경감사제’를 실시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윤 장관은 “지자체나 정치인은 국민의 표를 보고 움직인다. 따라서 국민의 환경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라면서도 환경인식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는 말을 아꼈다.

 

아울러 “환경부가 지나치게 몸집을 불리며 본래 업무영역 외에 과도하게 눈을 돌리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윤 장관은 “환경부가 외형을 키운다고 해봐야 상하수도 예산을 빼면 아직도 매우 작은 부처”라며 “개발사업을 하는 부처가 환경의식을 확고히 가진다면 오히려 환경부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장관은 이외에도 한강수계기금 토지매입, 환경교육 등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답변 외에 구체적인 개선계획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편 앞으로의 중점추진 사업에 대해 윤 장관은 “국민 행복을 위한 질 높은 환경서비스 제공”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앞으로 화학물질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시행해 2017년까지 화학사고를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줄이고 생활주변의 위해물질 관리도 강화하며 녹조 발생에 대비해 수돗물을 안전하게 제공하는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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