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신도시 중심가 곳곳에는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건물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 본 도시는 온통 개발 열기로 달아 올랐고, 투자의 문을 활짝 연 베트남의 경제정책을 엿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모델로서 한국의 ‘녹색성장’을 선택한 베트남 정부는 작년 우리 정부에 베트남의 녹색성장정책(VGGS, Vietnam Green Growth Strategy) 마스터플랜 수립 지원을 요청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이를 받아들여 최근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2013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2년간 진행되며 베트남 녹색성장전략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베트남의 경제,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선순환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제적 기대에 부합하는 베트남의 국가위상을 정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편집자 주>

 

KOICA, VGGS 마스터플랜 지원 추진

KEI, E&C 등 연구진 현지전략화 나서

라오스, 캄보디아 등 주변국 확산 기대

 

130712.
▲베트남 지도
베트남은 역사적, 지리적 이유를 포함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로서 외세의 침략과 독립을 위한 투쟁, 전쟁과 평화가 끊임없이 반복돼 온 나라다. 수세기를 거친 중국과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들의 압박을 뿌리치고 1976년 7월2일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이 수립된다. 베트남 인구 8700만명 중 호치민에 650만명, 하노이에 500만명 등 25%가 도시에 밀집하고 나머지는 지방에 나눠져 있다. 경제의 75%는 국가가 붙잡고 있고 상대적으로 민간이 담당하는 비중은 약한 편이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선택

오랜 세월 아픔을 떨치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베트남은 1986년 도이 머이(Doi Moi)로 불리는 과감한 개혁 개방정책 이후 1991년 중국과 관계 정상화 합의, 1992년 12월22일 한국과 수교, 1995년 미국과 수교 및 ASEAN 가입, 1998년 APEC 가입 등 외국과 활발한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한 때 적대 관계였던 나라들과도 관계 개선을 추구하면서 모든 나라와 유대관계를 맺는 데 적극적이며 연평균 7% 이상의 높은 경제발전을 이룩해가고 있다.

 

베트남은 201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2100달러, 2020년까지 3200달러 달성을 목표로 현대화된 산업국가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기회로 삼다

그러나 유엔기후변화기구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의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영향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로 자연재해에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 베트남의 연평균 온도는 지난 1900년에서 2000년 사이 매 10년 마다 0.1°C 씩 상승했으며 2050년까지 1.4~1.5°C, 2100년까지 2.5~2.8°C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트남은 그 간의 급격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환경오염과 자연파괴가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새로이 제기되면서 기후변화 및 환경보전을 고려한 경제성장 및 사회발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2년 국가기획투자부(MPI, Ministry of Planning and Investment)를 중심으로 사회경제개발전략(SEDS)과 사회경제개발계획(SEDP)에 근거를 두고 국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별도 국가전략으로서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은행(WB), 덴마크 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녹색성장전략(VGGS)’을 수립한 바 있다. 다음 단계는 이 전략에 따른 VGGS 마스터플랜 수립으로 베트남 중앙정부의 부처별 세부 실행계획과 지방정부의 지역개발전략(PDS, Provincial Development Strategy)을 구축하는 일이다. 또한 VGGS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동력 확보와 새로운 녹색개발(Green Development)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집행을 위한 행정체제수립, 인력 양성, 시범사업 운영 등도 필요하다.

 

하노이 개발 열기.

▲개혁 개방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에

개발열풍이 뜨겁다. 사진은 하노이 중심가

녹색성장 멘토, 한국

한국은 베트남에게 매력적인 성공사례가 아닐 수 없다. 1970년도 81억 달러에 불과했던 GDP가 2007년도에 1만493억 달러까지 늘어나는 놀라운 경제성장 성과를 이룬 한국은 2008년 G8 확대 정상회담을 계기로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비전으로 채택했다. ODA 분야에서 기후변화 특별기금인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 추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정과 녹색성장위원회 발족 및 운영, 기후변화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설립,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 녹색성장 중심국가로서의 기초를 다지기도 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최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국가 녹색성장전략의 우수 사례로 국제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은 베트남의 현지 상황에 따라 베트남 경제성장 정책에 창조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KOICA가 베트남에서 ODA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째 되는 해다. KOICA는 그간 베트남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직업훈련에 중점을 두고 중부지역 등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빈곤퇴치와 사회 인프라 지원사업을 벌여왔다. 보건과 교육, 행정제도, 정보통신기술(ICT)에 무상원조 1억8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교류와 경제협력을 통해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주요인사 기념촬영

▲VGGS 마스터플랜 착수보고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사진 우측으로부터 KEI 노태호박사, KOICA

베트남사무소 김인 소장, 벨기에 개발청 Mr. Barker, KOICA 김영목 이사장, 베트남 MPI 푸엉 차관,

세계은행 Ms.Sara, KEI 김지영 박사, PMU 이수희 단장, UNDP Mr.Burkhanov, 환경과문명 정회성 대표


베트남 국가기획투자부 푸엉 차관
▲베트남 국가기획투자부(MPI) 푸엉 차관
VGGS 마스터플랜

이런 배경에서 베트남의 국가 녹색성장(VGGS)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우리나라가 적극 나섰다. 정부 대외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김영목)은 지난 12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플라자 호텔에서 사업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베트남 국가기획투자부(MPI) 푸엉 차관은 환영사를 통해 VGGS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역할에 강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koica 김영목 이사장
▲KOICA 김영목 이사장
KOICA 김영목 이사장도 “VGGS를 통해 베트남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가 개발전략 수립에 기여하고 기후변화 분야의 국제협력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KOICA는 기후변화·환경 사업의 일환으로 본 사업을 추진 중이며 2년간 총 2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베트남 녹색성장을 위한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법적체계 수립과 전담기구의 설립 지원, 지역개발 전략 수립과 인력양성, 한국의 녹색성장 선진기술과 경험을 함께 전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보고회 행사장에는 베트남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은행(WB), 벨기에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가해 축사를 전했고 기타 여러 기구와 기관, 국가 사무소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베 상호발전 가속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녹색성장은 이행적, 실천적 수단으로 중요한 정책적 가치를 갖지만, 개도국 입장에서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국가 발전정책의 기조로 삼는 일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KOICA가 녹색ODA라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본 사업은 차별성을 지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VGGS 마스터플랜사업의 공동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글로벌전략센터장 노태호 박사는 “녹색성장의 순수한 의미가 제대로 반영돼 베트남 국가발전정책에 있어 개념적 주류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KEI 연구진이 중심이 돼 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양국 상호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사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노 박사는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한 파급효과로써 첫째,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국제적 역할 제고를 들었다. 베트남에 먼저 진출한 서방세계 원조공여국가들과 유대관계를 확충하면서 전문적인 노하우 전파에는 선제적으로 임함으로써 한국의 정책적 우수성을 알리고 국제적 리더십을 제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메콩강 유역에 위치한 아시아 국가들의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며 유사 ODA사업으로 확대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셋째, 베트남의 경제사회적 현실을 고려한 최적 수준의 녹색성장 사업을 발굴 제시함으로써 효율적인 경제발전 추진성과 도출과 함께 국내기업의 참여기회 확대를 전망했다.

 

도시-지방 공조 필수

이어진 착수보고에서는 한국의 녹색성장경험과 베트남에서의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발표됐다. KEI와 더불어 공동연구기관인 ‘환경과 문명(E&C)’ 정회성 대표는 한국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저탄소 녹색성장법 등 법과 제도가 어떻게 도입 됐는가 진행과정 등을 돌아보면서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위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국가적 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한국 녹색성장의 경험과 교훈을 전하면서 녹색정책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시민 민주주의 의식 증진 또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녹색성장 전략의 국제화에는 성공했지만, 경제효율과 수요관리는 불충분했다고 한계를 짚었다.

 

또한 이를 근거로 하의상달(bottom-up)과 탑다운(top-down)의 조화, 일반의 커뮤니티 개념 녹색성장활동 도입, 적정기술의 융복합, 도시와 지방간 공조, 관련 활동을 위한 교육과 훈련 실시 등이 VGGS에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동아시아 녹색성장에 기여

베트남 국가녹색성장(VGGS) 마스터플랜 수립사업 현지 사업단(PMU, Project Management Unit) 이수희 단장은 ‘베트남 사회경제개발전략 (Socio-Economic Development Strategy, SEDS) VISION 2011-2020’에 따라 2020년까지 GDP 3200달러 달성 등 산업현대화를 국가 목표로 삼고 있는 VGGS 배경을 설명했다. VGGS는 2012년부터 시작됐고 3개 전략 포인트, 8개 기본정책분야, 17개 세부방안으로 구분된다.

 

또한 베트남 녹색성장 실천계획(VGGAP)에서는 일반적 녹색성장, 저탄소 성장, 녹색생산, 지속가능한 생활 등 4개 영역에서 62개 활동계획들이 도출됐다.

 

VGGS 마스터플랜 구축사업은 법과 제도 시스템 구축, 조직 구축, 마스터플랜 구축, 지방발전전략(PDS) 구축 등 4개 단계를 거치고, 최종 모니터링 및 평가로 마무리 된다. 이를 위해 ‘전문가 파견’,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 ‘Consultation Workshops 개최’, ‘Pilot Project 개발’ 등도 실행될 예정이다.

 

“개도국에 새 패러다임의 녹색성장 모형 제시”

 

멀리보고 투자하는 ‘지혜’

이날 행사에 참가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VGGS 마스터플랜사업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KOICA 베트남사무소 김인 소장은 VGGS 사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베트남과 한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지난 20년간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베트남 인들은 지식을 넘어 그들이 안고 있는 과제를 풀어 줄 ‘지혜’를 바라며, 한국에 한층 높아진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즉 한국 측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보다는 장기간 멀리 보고 투자하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남환경산업진흥원 정도영 원장도 라지에터는 있지만 따뜻한 구들장은 없었던 과거 AID차관아파트를 예로 들면서 “마음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 꼭 필요한 것을 찾아 도와야 하는데 그들을 바르게 헤아리고 그들 눈높이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베트남 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한국환경공단 김기윤 소장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면서 향후 한국의 관련기술과 시설도입 등을 기대했다. 건국대학교 전자공학부 조용범 교수는 “베트남의 발전을 위해 오토바이를 규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베트남 국민의 수족과 같은 오토바이를 줄여야 규모의 경제로 변화되고 진정한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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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GGS 마스터플랜 착수보고회에 참석한 내빈들

VGGS 영향 클 것

VGGS 결과 혹은 진행과정은 라오스, 캄보디아 등 주변 국가들에게 매우 밀접한 자극을 주고 이들도 참여케 해서 프로젝트가 계속 확산될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외국 전문가들은 VGGS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투자 자금을 확보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한다. UN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한국과 베트남이 어떻게 세계의 마음을 열고 자금을 만들어 낼지 관심 있게 두고 볼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더욱 더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가시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관계기관들도 관심을 갖고 긴밀히 협조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향후 막대한 관련 사업으로의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경우는 녹색성장 타당성분석에 500만 달러를 베트남에 제공하는 등 특정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자금을 제공하고 BTC(KOICA와 유사 기관)가 관리하면서 좋은 아이템이 생기면 실익을 건지는 방식을 쓰고 있다. 덴마크 역시 아프리카 개발사업에 1억5000만 달러라는 큰 돈을 지원하지만, 10억 달러 규모 풍력단지 개발 프로젝트를 따내면 많이 남는 장사라는 계산방식이 깔려있다. 그래서 VGGS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품질관리(Quality Control)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PMU 이수희 단장은 VGGS 마스터플랜 사업을 녹색성장의 후발 주자인 개도국들이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녹색성장모형을 제시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압축성장의 개발경험을 전수해 온 것과는 달리 개도국이 녹색성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찾고 글로벌 탄소감축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글로벌 성장전략의 모멘텀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다.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유일한 나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특정 개도국을 대상으로 장기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녹색성장전략을 어떻게 녹여 넣느냐 하는 이번 도전적 과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사진/하노이=김익수 편집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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