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대학원 김상협 초빙교수

전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 녹색성장기획관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성과라 할 수 있는 ‘녹색성장’ 정책을 이끌었던 김상협 전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이 지난 8월26일 서울 홍릉 소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대학원에 초빙교수로 임명됐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와 국제협력’과 ‘녹색성장 발전방안’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전 정권에서 녹색성장 전도사로 활약했던 그가 이제는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녹색성장과 미래비전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를 만나 녹색성장과 더불어 기후변화와 인구 등 그의 비전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기후변화, 좌우·국경 초월한 접근 필요

 

2005년 3월 서울에서 개최된 ‘UN아시아 태평양 환경과 개발 장관 회의’에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이 패러다임은 2008년 8월15일 이명박정부가 내세운 미래 60년 국가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발표를 통해 국가발전 전략으로 추진됐다. 환경과 성장이라는 대척점을 이루는 가치를 한 데 묶은 것으로서 친환경을 중심으로 경제·사회 등의 전반적인 발전을 이끄는 전략이다. ‘녹색성장’을 설명하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직도 녹색성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인 김상협 교수에게 녹색성장, 그 의미를 물었다.

 

김 교수는 “‘녹색성장’에서 ‘성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것이 전제하지 않는 한, 나라가 움직이지 않는다. 녹색이란 좋은 말이지만, 어느 정도 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녹색과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가야 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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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 녹색성장대학원 김상협 교수가 '녹색성장 아키텍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
는 녹색성장이 창조경제와 궁합이 잘 맞는다며 녹색성장 유관사업 육성이 창조경제의 중핵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 = 장진웅 기자>


이어 우리나라의 일부 시각에서는 4대강 프로젝트와 녹색성장을 동일시해 전체적인 폄하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녹색성장을 너무 좁게 판단하고 있다. 녹색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이용을 비롯, 삶의 방식 전반을 저탄소 방향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으로 광대한 바다와 같이 넓은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는 본질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대책중 하나이며 UNEP이나 OECD에서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에는 좌우가 없고 국경도 없다”며 “녹색성장은 정권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한 대한민국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기획된 만큼 정치적 접근을 초월해 다음 정권, 또 그 다음 정권으로 계속 추진돼야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 관점에서 설계된 녹색성장이 아직 일부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여망”이라며 “대한민국이 주도해 설립한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가 출범 2년 만에 국제기구로 전환된데 이어 반년만인 올 6월 ODA 적격기구로 인정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싱크탱크 및 행동지향기구로서 우리나라가 주도한 첫 번째 국제기구이다. ODA는 선진국의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개도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복지증진을 위해 공여하는 증여 및 양허성 차관을 일컫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이사회의 라스무센 의장과 만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특히 GGGI가 공적개발원조(ODA) 적격기구로 인정받으며 역량이 강화됐는데, 비영리민간조직에서 2년 남짓에 국제기구로 전환이 되고 6개월여 만에 ODA적격기구로 승격된 것은 세계외교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홍콩 HSBC ‘녹색뉴딜’ 알리며 전세계 주목

 

김 교수가 녹색성장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일어났던 수많은 에피소드 중, 특히 그의 뇌리에 깊게 새겨진 몇 가지 일화는 그의 추진력과 행정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는 “이명박정부가 출범 첫해인 2008년 ‘8·15 선언’을 했을 때만해도 국제사회의 반응이 건조했고 당시 춘추관 기자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또한 그해 가을에 리먼 브라더스社가 파산하며 걷잡을 수 없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주위에서 ‘녹색성장은 수명이 끝났다’, ‘급박한 금융위기가 왔는데 녹색성장 같은 장기 전략을 어떻게 추진하느냐’는 등 비관론이 많았었다”며 당시 암울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녹색성장이 국제사회에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단호한 결심으로 경기부양효과도 극대화하면서 녹색성장인프라를 구축한 미래투자 겸 녹색뉴딜정책을 이듬해 1월에 펴낸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 HSBC가 녹색뉴딜을 두고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이런 정책이 있다’며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그것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유엔환경계획(UNEP)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이것이야말로 위기극복의 방법이다’라며 인정을 하게 됐다. 단순히 돈을 찍어 내는 것이 아닌, 경기부양과 미래투자를 겸한 녹색뉴딜정책을 내놓으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순간이었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그는 “역발상적인 정책으로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며 “위기의 뒷면에는 항상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임기 말에도 감격의 순간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2012년 10월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세계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을 독일을 제치고 유치하게 된다. 당시 각계에서 유치에 대한 불가능한 일이란 시선이 강했고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유리한 입장은 아니었지만, 결국 GCF 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하며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루게 된다.

 

박근혜정부, 녹색성장 2.0 시대 열것으로 기대

 

김 교수는 올해 초 환경정책포럼 등에서 ‘향후 녹색성장의 과제’를 내용으로 한 언급이 있었다. 지난 몇 개월 간 이에 대한 진척과 현 정부의 ‘창조경제’ 틀에서 녹색성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DMZ 세계평화공원을 제안한 것을 비롯해서 외교부에서 동북아 기후에너지환경협력을 비롯 ‘녹색 외교(green diplomacy)를 의지를 갖고 펼치고 있는 모습”이라며 “녹색성장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네 가지로 전략담당인 GGGI, 재원을 담당하는 GCF, 그린테크놀로지센터(GTC-K), 녹색성장대학원에 대해서도 새 정부의 지원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GGGI의 경우 본부설립 협정 체결에 이어 외교부 직원이 국제협력국장으로서 공식 채용됐고 GCF는 오는 12월 ‘오프닝 세레모니’를 개최할 예정이다. GTC는 지난 상반기 독립기구로 발전했고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은 지난 9월 ‘그린 MBA’ 글로벌 랭킹에서 6위로 자리매김 됐다. 김 교수는 “이명박정부에서 녹색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1.0 비전에 주력했다면, 박근혜정부에서는 이를 구체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녹색성장 2.0 시대를 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능형전력망 유관사업이 창조경제 핵심 될 수도

 

그는 녹색성장의 밝은 전망을 위해선 확실한 ‘컨트롤 타워’를 설정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에 대해선 “청와대에 기후-에너지 분야를 총괄할 조직과 인사가 분명히 정해져야 녹색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녹색성장이 박근혜정부의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와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내다봤다.

 

그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자원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이 ‘구(舊)경제’라면, 청정에너지 개발과 녹색기술의 활성화로 새로운 에너지와 자원의 패러다임은 창조경제”라며 “녹색성장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정부가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를 전면에 내세운 유관산업을 확장한 다음에 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피크타임 때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아울러 전기자동차 등 유관산업을 키우면 창조경제의 중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창조경제 꽃피울 핵심>

●기후와 인구 총괄할 컨트롤 타워

●녹색성장 아키텍처 – GGGI+GCF+GTC-K+녹색성장대학원

●‘스마트그리드’와 대용량에너지저장 등

 

환경부문 국제기구와 단체, 인력충원 증가세

 

김 교수에게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대학원에 초빙교수 임명된 것과 관련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사람을 키우는 게 가장 큰 남는 투자라고 하지 않는가. 한 기수씩 쌓여가다 보면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킹을 구성할 것”이라며 “현재 국제기구에서 군사안보분야는 인력이 늘지 않지만, 기후환경 분야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계속 인력을 늘리고 있고 GGGI나 GCF도 인력 충원 중” 이라며 녹색산업과 기술의 발전추세를 감안하면 녹색성장대학원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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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교수는 이민정책까지 포함할 수 있는 '인구부'와 같은 정부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더불
어 '기후에너지부'도 있어줘야 한다며 기후와 인구는 크게 볼 수 있어야 대책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진 = 장진웅 기자>

 세계적 고령화에 대응 ‘인구부’ 필요

 

세계의 빈곤을 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유엔새천년개발목표(MDG)’가 오는 2015년에 종료되면서 UN은 자연과 공존하며 풍요로움 삶을 사는 개념인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를 골격으로 국가의 미래계획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틀이 녹색성장에 기회가 될 것인지에 김 교수는 비상한 의견을 냈다.

 

그는 “현재 세계 인구가 72억명인데 2020년에는 85억명이 된다. 세계 GDP도 65조 달러에서 2020년에는 배수가 된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세계 GDP 증가가 훨씬 크다. 경제위기에도 신흥국들의 성장이 왕성하다는 뜻이다. 예측대로라면 20년 동안 에너지수요는 50% 가량 늘어날 것이고 전력수요는 많게는 80~100%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기후변화는 더욱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에 관한 연구도 동반돼야 한다. 기후와 인구를 묶어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40~50대가 가장 많은 인구층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74개국을 조사한 결과, 20년 뒤에는 65세 이상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 없는 가구도 절반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전 세계적 고령화’ 속에서 우리가 인생 60세를 전제로 짰던 사회적 시스템이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적응과 감축이라는 정책을 펼치듯이 인구정책에도 출산율을 높이고 증가폭이 앞도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층에 대한 맞춤형 적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 고용, 연금, 주택, 의료 심지어 가족제도도 변화된 적응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진국 인구가 계속 줄며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와 국가 간의 각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가운데 “이민정책까지 포함할 수 있는 ‘인구부’와 같은 정부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기후에너지부도 있어줘야 한다. 이런 문제를 크게 볼 수 있어야 대책이 나온다”고 역설했다.

 

그린데탕트, 북한 수용성 제고 급선무

 

최근 각 지자체에서 DMZ세계평화공원 유치전이 활발하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인 남북관계증진과 세계평화의 가교역할보다는 자칫 젯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남북 간 환경분야 협력을 통해 긴장완화와 평화공존을 조성하는 ‘그린 데탕트’를 제안했던 김 교수는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의 수용성이다. GGGI나 GCF등 새로운 국제기구로 연결시키려 해도 북한이 어떠한 정책적 의지가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린데탕트라는 개념을 잘못 해석해 지금의 단계에선 북한과의 교류를 위한 특정 시설이나 행사는 ‘시기상조’라는 비판과 관련해 그는 “녹색을 통한 신뢰를 구축해 열매를 키워야 하는데 먼저 시설물 중심으로 관광객이나 모으면 자칫 고립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수용성을 이끌어 신뢰를 구축한 다음, 신뢰의 축적의 정도에 따라 협력 또는 지원을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복원이나 조림사업과 같은 비정치적인 영역을 1단계로, 물과 식량 농업과 같은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지원은 2단계로, ‘역행 없는 신뢰’가 축적이 됐을 때는 에너지·통신·교통 인프라 지원 등의 녹색경제공동체까지 진행하자는 구상을 제시했다. 덧붙여 이런 지원의 구심점은 탈정치적인 ‘녹색(Green)’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돈’ 인정해야 녹색산업 융성

 

기업 간에 오염물질 배출 권한을 사고파는 제도를 일컫는 ‘배출권거래제’가 법으로 존재하지만 기업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항간엔 어렵게 유치한 GCF 사무국을 다른 나라로 되돌리는 결과가 벌어지진 않을까 우려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한국이 반납하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의 적법한 절차와 방식을 통해서 최종승인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GCF가 다른 나라로 옮겨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GCF가 국제사회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역량과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기능이 다른 나라로 분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제로 UNEP 사무국의 경우 케냐 나이로비에 있지만 선진국들의 영향으로 그 기능이 프랑스나 제네바로 나뉘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를 꺼리는 것과 관련해 “온실가스 배출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결국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돈이 되는 길이다”라며 “즉 ‘탄소는 돈이다’라는 등식을 성립시켜줘야지 녹색산업·녹색기술·녹색기업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대담=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정리·사진=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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