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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의 오해와 진실

원장님

 

 

평가결과에 대한 한계와 불확실성 명시해야

갈등의 도구 아닌 소통과 화합의 수단 되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예나 지금이나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어떠한 형태로든 개발을 전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공단이나 도로, 항만, 공항 등 인프라는 물론 주택 및 상업용 부지 조성, 원전 및 화력 발전소 건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나아가 여가문화의 확산에 따른 골프장과 스키장, 대규모 숙박시설 등에 대한 수요도 여전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 또는 ‘상충’의 갈림길에서 수많은 고민과 논쟁을 거듭해 왔다. ‘개발의 발목잡기’ 또는 ‘개발에 대한 면죄부’와 같은 상반된 평가와 함께 새만금 및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의 후유증도 고스란히 환경영향평가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녹색성장의 상징인 풍력, 조력, 태양광 발전 사업 등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면서 소위 ‘녹색과 녹색의 충돌’이라는 고민까지 떠안게 됐다.

 

이처럼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목적으로 하는 환경영향평가는 한계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의 검토업무를 담당하는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갈등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초래된다는 점에서 다소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에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실상을 좀 더 소상히 알림으로써 오해의 소지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았으면 하는 것이 기관의 책임자가 갖는 솔직한 바람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절차와 주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사업자 스스로 수행하도록 돼 있다. 사업자는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전문적인 대행업체를 통해 실시하고 평가서를 작성해 사업 승인기관(지자체 또는 개발부처)에 제출한다.

 

승인기관은 환경부에 이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며 환경부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함께 평가서를 검토한다. 승인기관이 환경부가 제시한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의 승인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것으로 환경영향평가의 전 과정이 마무리된다.

 

이상의 절차에서 보듯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의 일차적 책임은 사업자와 승인기관에 있으며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진행의 적절성에 대한 이차적인 책임이 있다.

 

다음으로는 환경영향평가의 한계와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어떤 사업이 야기할 수 있는 미래의 환경영향을 미리 예측하는 일은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일이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고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환경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예측의 정확도 및 자료의 객관성을 높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 지난 십여년 동안 예측기법에 괄목할 만한 발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함께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미래의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만 오해의 소지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이렇듯 태생적으로 한계와 불확실성을 가지는 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환경영향평가법에 환경영향조사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반드시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 사후 환경관리 또는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 후의 환경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예측하지 못했던 추가적인 환경영향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계획한 저감방안이 제대로 적용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선진국에서와 같이 환경영향평가에서 예상되는 한계와 불확실성을 평가서에 명확히 적시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이 단계까지 와 있지 않다.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서에 평가 중 알지 못한 사항이 무엇이고 평가결과에 어떠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지를 정확하게 기술해 사업의 승인과정에서 평가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작성해 2012년 최종본을 제출한 제2 남극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예로 들어 보자. 남극연구책임자운영회의(COMNAP)는 남극조약당사국들이 남극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평가서 작성의 필수 목차 중 하나가 지식의 공백 및 불확실성(Gaps in knowledge and uncertainties)의 명시이다. 해당국은 평가 시 알 수 없었던 사항과 평가결과의 불확실성을 명시해 다른 국가들이 평가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택지 개발 시 1인당 녹지율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인 1980년에 비해 환경영향평가가 본 궤도에 오른 1990년대 후반기에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제도가 갖는 한계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과정을 통해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자연환경과 사람이 공존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이해 증진을 통해 환경영향평가가 갈등의 도구가 아닌 소통과 화합의 도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편집국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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