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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소나무재선충 피해 지역

2000년대에 들어와서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산림생태계가 산림병해충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최근 재선충병은 제주도, 부산, 경남, 전남, 경북, 충남 등 2008년부터 소나무재선충 특별법에 의거 긴급방제 후 2010년까지 감소세가 뚜렷했으나 지난해 전국적인 고온 건조현상이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 지속됨에 따라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산림병해충은 4대 병해충인 소나무에이즈라는 소나무재선충, 경북, 강원도 많은 소나무를 일시에 잃은 솔잎혹파리, 솔잎깍지벌레, 중부지방의 참나무시들음병이 있으며 그 외 솔나방, 도시 가로수에 피해를 주는 흰불나방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급속도로 피해를 주며 확산하는 재선충병이 가장 무서운 병인 것 같다, 또한 솔잎혹파리와 다르게 어렵게 키운 소나무를 베어도 전염의 이유로 목재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며 적기 방제를 놓칠 경우 주변의 나무를 일시에 피해를 주는 것이 큰 문제이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과거부터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나무로써 집을 짓고 땔감으로 사용되며 조경용으로 우리나라 대표하는 수종이 된 역사성이 높은 상징적인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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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 방제 작업 전경

 

일‧중, 재선충 방제 사력 다해

 

소나무 재선충병은 일본에서 우리나라 부산으로 유입됐으며, 아직 일본도 재선충과의 싸움을 지속하고 있으나 사실 보전목 및 임분을 제외하면 거의 방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마 일본에서 많은 삼나무와 편백이 있고 우리나라보다 소나무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방제 성공사례는 꽤 많다. 니지노마츠바라(시가 현)해안숲, 면적이 좁고 떨어져 있는 섬인 오키노에라부 시마(시가 현), 엔주가하마(와카야먀 현)의 해안숲 등은 방제 성공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소나무 숲이 경관적, 기능적으로 중요하면 철저히 방제한다는 실례일 것이다.

 

중국 또한 명승지로 유명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인 황산의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무송벨트를 만들었다. 중국은 황산풍경구 70km까지 재선충병이 들어오자 재선충 격리대를 만들기 위해 4km 이내의 소나무를 전부 잘라 버렸다. 360만 그루나 되는 엄청난 방제사업이었다.

 

완전방제, 지자체장 의지 필요

 

우리나라 재선충병은 제주도, 부산, 거제도, 김해, 포항, 경주 등에서 대면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3관왕, 세계7대자연경관의 도시이며 해안을 많이 가졌고 많은 문화재가 소나무 속에 있다. 부산, 김해는 우리나라 최대 해양 관광지이자 관문이며 경주는 우리나라 최대 통일신라시대의 유물, 유적을 가진 지역이다. 포항은 소나무에서 주는 가장 큰 혜택인 송이버섯 주산지인 영덕, 울진, 영양, 청송입구에 있어 너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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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 지역

 


이 지역들의 방제가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도 하기 싫다. 최근 김해공항, 제주공항의 하늘에서 재선충 피해상황을 보면 소나무에 단풍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가을이 짙어갈수록 재선충 피해목의 색깔은 짙어지고 있어 겨울이 오면 앙상한 잎이 없는 소나무를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요즘 많은 분들이 질문하는 게 있다. 우리나라의 재선충 방제는 실패인가? 아니면 아직 방제의 가능성이 있는가? 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단, ‘정말 지자체장의 방제 의지가 있으면’이라고 단서를 단다. 사실 재선충병은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도 방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방제시기가 짧고, 전염의 경로 또한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이 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웬만큼 정성을 들이지 못하면 잡지 못하는 결과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재선충 방제의 어려운 점은 얼마만큼의 면적에 얼마의 본수가 피해를 당했는지 정확한 고사목 조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전쟁 시 적군의 숫자와 적군이 어디까지 몇 명이 침투한 정보가 있고 정확해야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에 의거 군사와 장비를 이동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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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 방제 작업 전경

 

재선충 방제의 또 다른 핵심은 인위적인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스스로 옮겨가는 거리가 불과 2~3km로서 자연적인 확산 속도는 그렇게 빠르다고 볼 수 없다, 우리가 땔감용, 건축용, 조경용 등의 감염된 나무의 이동에 따라 확산하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철저한 이동경로 차단만 한다면 점차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고 완전 방제가 가능할 것이다.

 

정확한 조사‧협력으로 소나무 살려야

 

여기서 소나무재선충병의 완전방제를 위한 몇 가지의 제언을 한다면 첫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지금까지의 방제 실패 원인은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 소나무재선충 예찰과 방제매뉴얼의 실행과 숙지가 필요하며 방제가 끝날 때까지라도 경험이 있는 공무원의 배치와 전보를 최대한 제한해야겠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기술의 전문성, 책임감 고취가 필요하다. 산지의 최악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확한 지역의 발생현황과 발생특성 등의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피해면적과 본수가 매번 흔들리면 방제전략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으며 예산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일을 공무원이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고사목의 제거도 중요하지만 제거된 고사목을 정확히 소각, 매몰, 훈증, 파쇄하는 등의 절차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선충 방제에 대한 법률상 정해진 설계, 감리제도가 무실해지면서 전국의 피해가 더욱 확산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피해 발생 시 군별 피해면적과 본수를 산정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방제계획수립이 절실하다.

 

셋째, 인접 타 시‧군간 유기적인 협조체계와 방제전략의 공유가 필요하다. 잘하는 시군이 있어도 옆 시군의 협조가 없이는 방제 효과는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방재 이력 등의 정보 공유와 숨김없는 현황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방제 업무를 진행하는 유기적인 체계가 필요하다.

 

최근처럼 확산하는 시기에는 산림청에서 직접 방재계획의 수립과 방제방법, 방제확인을 하는 통합적인 방제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방제에 효과적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방제의 기술이 부족하고 인력동원능력과 통합방제에 취약하기 때문이며 예산의 집행 또한 상대적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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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활권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 지역

넷째, 고사목의 이용에 관한 사항이다. 고사목은 어렵게 가꾸어온 임업의 자산이다. 훈증, 소각 위주의 방제 방법에서 차후 목재로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피해목의 수집을 위한 기계화가 돼야 할 것이다. 방제시기가 동일하고 다른 임업적 사업과 겹쳐있는 것을 고려하면 과감히 임업 기계를 이용한 수집과 파쇄기를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밀예찰을 위한 장비와 인력의 확보가 중요하며 시민들의 민원에 못 이겨 보이는 곳 위주의 방제는 없어야 한다. 중요한 방제 1순위는 확산되는 선단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 환경단체, 언론들도 방제전략에 의거 열심히 하는 방제기관을 믿고 기다려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전쟁은 자금과 인력, 기술의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방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반드시 살려야 할 소나무는 미리 예방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소나무병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날을 생각하고 훗날 좋은 소나무 살리기의 역사를 세웠으면 한다.

 

<글‧사진=숲산사산림기술사사무소 정규원 대표(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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