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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할당, 국민적 합의 거쳐야

한택환 교수
타당성보다 사회적 수용성과 안정성이 중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공개적 논의 필요

 

[환경일보]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에 중요한 사항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모든 다른 제도가 그렇듯이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배출량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며 이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기반이 정확하고 엄정하게 준비돼야 한다. 배출량과 감축량이 배출량이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제도의 운영이 삐걱 거릴 것은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시행된 목표관리제의 경험으로 배출량의 측정은 그런대로 큰 문제없이 작동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배출권 할당이 문제다. 배출권이란 재산권은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며 배출권의 할당은 배출량 감축의무의 크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배출권이라는 재산권을 나눠주는, 지극히 민감한 과정이다. EU가 이 과정을 그다지 큰 잡음이 없이 해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고 놀랍게 느껴진다.

EU는 배출권거래 1기(2005~2007)와 2기(2008~2012)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3기(2013년 이후)를 수행 중이다.

 

EU는 1기와 2기까지는 과거 실적에 의한 무상할당 (grandfathering)을 시행했으나 3기부터는 그랜드파더링(grandfathering) 방식의 할당은 중단하고 경매에 의한 유상 할당을 주로 하되, 무상할당은 온실가스 저감 효율성이 높은 당사자에게 할당을 더 주는 방식의 벤치마킹 할당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EU의 배출권거래는 1기에서의 과잉할당으로 인한 실패를 경험했다. 2기에는 이를 보정하기 위해 배출권의 차기 이월 허용 등의 보완이 이뤄졌다.

 

한국 역시 2015년 시행될 배출권거래를 위한 할당 규칙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20년까지 BAU 대비 30% 감축이다. 그리고 배출권의 할당은 각 업종별 생산량 등의 실적과 연동돼 있다.

 

배출권의 할당은 기계적으로 동일한 감축량을 적용하는 방식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에 대해 여러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 온 업종과 업체에 오히려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특정 업종의 성장률이 매우 높은 성장업종일 경우 이에 따른 배출량 증가가 불가피한데 이를 감안해달라는 요구도 당연히 합리적이다. 아울러 배출권 할당은 조기행동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 위한 방안, 예를 들면 벤치마크 할당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업종별 감축 잠재량을 할당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할당 관련 의견들은 배출권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방향보다는 배출권의 거래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배출권의 더 많은 할당을 원하는 업종과 업체들은 잠재적인 배출권 구매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감축이 어려운 업종과 업체들에게 할당 증대로 혜택을 주는 것이 공평한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여러 할당 방식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배출권의 할당에 대한 의견은 무한대로 가능하며 각각 모두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배출권 할당 방식이 무엇이든, 할당 방식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결정된 할당방식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배출권의 할당이란, 비유하자면 각자에게 배분된 토지와 같다. 이미 배분된 토지를 기반으로 수없이 토지가 매매되고 임대되고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 토지의 등기부가 잘못됐다고 한다면 경제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

 

좀 더 단순화해 말한다면, 배출권의 할당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배출권 할당방식의 타당성보다 배출권 할당의 사회적 수용성과 안정성이라는 것이다. 일단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배출권의 할당이 이뤄지면 배출권의 거래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녹색성정과 창조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조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배출권 할당에 대한 논의는 가급적 단순한 포맷으로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공개적으로, 그러나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일단 결정된 룰은 존중되고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배출권 할당은 배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데 너무나 조용하게 일부 전문가들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편집국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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