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산가족 상봉 제안 전격 수용
개성공단 정상화 등 주요 의제로 확대 가능

북한이 우리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놀랄 일도 뜻밖도 아니라, 예견됐다. 지난 해 6월6일, 개성공단이 파국을 치닫던 가운데 북한은 당국 간 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모두 통치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식량과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주요 통로이다. 현재 북한이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물자와 외화를 구할 방법이 이산가족 상봉, 지하자원 판매, 관광 사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이야 말로 명분을 가지면서 대가를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이 금강산관광이나 경협사업의 확대로 연계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힘들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만을 쳐다보는 북한주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의・식・주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잘 알고 있다. 인민생활의 개선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과가 없을 때 애용하는 대외적 긴장 고조와 대내적 숙청도 거듭될수록 약발이 떨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화답을 올해 들어 연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평화공세의 목적으로도 볼 수 있다. 장성택의 처형으로 악화될 대로 악화된 김정은 체제의 이미지를 평화공세와 인도주의적 행사를 통해 희석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북한의 변화, 결국 북한주민들에 의해 현실화 된다”


동기야 어찌 됐건 이산가족 상봉을 적극 환영한다. 꿈에도 그리던 이산가족을 만나보지 못하고 해마다 수천 명이 유명을 달리하는 현실에서 이산가족의 상봉은 다다익선이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성원해야 한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경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의 현실, 김정은의 상황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의 정세가 진전되도록 유념하고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주민의 삶의 질 개선이다.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무엇이 북한주민의 삶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북한의 변화는 결국 북한주민들에 의해서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970년대 동서독 간에 교류협력이 제도화되던 시기에 동독은 대서독 ‘차단정책’(Abgrenzungspolitik)을 펼쳤다. 서독과 교류협력을 하면 절실히 필요한 물자와 외화와 함께 서독의 자본주의적 영향도 자국에 유입되리라 판단하고, 이를 차단하고자 했다. 그러나 동독당국의 바램과는 달리 동서독 간의 교류협력은 동독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었다. 자신들의 체제와는 모든 면에서 비교도 할 수 없이 인간적이고 앞선 서독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고뇌했고, 판단했고, 선택하고 일어섰다.

북한의 변화가 동독이나 동구사회주의국가들과 같을지 다를지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주민들 역시 동유럽주민들과,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의 동포이다. 변할 수 없는 진실이다.

통일세상의 문을 연다. 북한주민은 물론, 한반도와 전 세계에 실존하는 모든 한민족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희망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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