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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R 공제조합은 영리추구 대상이 아니다

막대한 적자 탓에 수집·선별 민영화 불가능
복수조합 영국, 부담금 매년 변동으로 혼란 

EPR 제도에서 생산자들이 분담금을 적게 내도록 유도하는 경쟁시스템이 맞는 것인가?

가정에서 발생하는 재활용가능자원을 수거해 품목별, 재질별로 선별해 품목별, 재질별 특성에 맞게 재생함으로써 순환이 완결된다.

만약 민간사업자들이 경쟁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 시장 경쟁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 재활용 시장에서 이러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 경우는 수거‧선별이 완료된 이후의 재생시장이다.

수거 및 선별은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순수 민간 시장이 작동하기보다는 지자체의 역할에 많이 기대고 있다.

즉 지자체가 예산을 투자해 적자를 감수하고 재활용품을 수거, 선별하고 있다. 만약 지자체를 배제하고 이 영역까지 완전하게 민영화한 체제에서 생산자들이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하면 경쟁체제 도입이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생산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다.

외국사례를 보면 공제조합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재생시장에 대한 일부 지원만 하고 있는 영국이나 EPR 포장재의 수거‧선별시장까지 민영화된 독일의 경우에 불과하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모두 비영리의 단일 공제조합만을 허가하고 있다. 재활용의 공공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EPR 공제조합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거선별은 완전하게 민영화하기 어렵다.

독일의 경우 포장재 수거는 민간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담당하는 이중시스템의 비효율에 대한 비판이 높다. 오히려 프랑스나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는 지자체의 수거‧선별을 생산자가 지원하면서 지자체와 생산자 공동의 협력으로 지자체 공공서비스의 효율성 제고, 시민들에 대한 홍보 및 교육, 선별시스템의 표준화 등의 작업을 함께 해 나가고 있다.

둘째, 재활용이 편리한 재질구조 개선 유도 등 생산자에 대한 자극을 통해 생산단계에서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분담금 인하를 유도하는 경쟁시스템 하에서는 이러한 정책의 적극적 추진이 어렵다.

셋째, 재활용 시장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어려워진다. 재활용 시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국내외적인 상황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고형연료의 경우 화석연료 가격이 올라가면 경제성이 높아지다가 세일가스나 세일오일 등 화석연료공급이 많아져 가격이 낮아지면 경제성이 낮아져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외국의 재활용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외국의 재활용 여건변화에 따라 수입을 중단하거나 감소시킬 경우 국내에 그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에 의존한 재활용 시장이 중국의 상황변화에 따라 확대되거나 위축될 수 있다. EPR의 경쟁시스템도입은 국내의 안정적인 재활용인프라 기반의 확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넷째, EPR 공제조합 경쟁시스템의 도입은 생산자나 재활용사업자 모두에게 거래비용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생산자의 경우 공제조합별 경쟁을 통해 분담금이 다르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이것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데 비용이 들어간다.

재활용사업자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경쟁과다로 분담금 비용이 매년 큰 폭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예산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반대로 다시 생각하면 현재의 통합공제조합이나 유통지원센터에서 재활용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잘 추진해 나가야 할 사업이 된다.

재활용품의 수집 및 선별에 대한 지원강화, 재활용 사업의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사업, 시민들에 대한 홍보 및 교육, 생산자의 포장재 재질에 대한 개선, 생산자 분담금의 투명한 공개 및 적절한 운영,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등이 될 것이다.

통합공제조합 출범 이전에 개별 포장재별 공제조합 시절 불거졌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EPR 공제조합(유통센터 포함) 운영과 관련된 문제는 경쟁체제의 도입이 해결방향이 아니다. 재활용 기준비용, 재활용 의무율 설정 및 부과금 부과 시스템의 적절성, 비대상품혼입관리의 문제, 포장재별 특성에 맞는 분리배출 및 수거‧선별시스템의 구축 등 앞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 시기의 문제점을 복기하면서 공동의 노력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 EPR은 영리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편집국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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