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소유자의 무한 무과실책임 합리적 제한
토양환경평가제도 거짓·부실 조사 예방


[환경일보] 토양정화 책임을 지는 ‘오염원인자’ 조항이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하고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관련 조항이 정비됐다. 이에 따라 개정된 토양환경보전법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환경법률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토양환경보전법 왜 바뀌었나?

1977년 제정된 환경보전법은 토양오염방지를 위한 간단한 규정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0년 환경보전법이 분화되면서 토양오염규정이 수질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 등에 개별적으로 규정되거나 농약관리법 등에 의해 토양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중화학공업시설 및 유류저장시설, 폐기물 매립지 등 토양오염유발시설에 의한 토양오염의 요인이 계속 증가하고 광산지역 등의 토양오염이 심화되면서 단편적인 규제로는 효과적 대처가 어려워졌고 종합적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률 제 4906호로써 1995년 1월5일 토양환경법 제정하고 1년 후인 1996년 1월6일부터 토양환경법이 시행되면서 처음으로 토지의 소유자·점유자의 공법상의 정화책임이 인정됐다.

또한 2001년 3월28일 법 개정을 통해 오염원인자의 범위를 정하고 오염자부담 원칙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오염유발시설의 양수인 또는 인수인도 정화책임을 지도록 규정해 정화책임자의 범위를 실제 오염을 야기한 자 이상으로 확대했다. 다만 선의이며 무과실인 양수자의 면책을 위해 도입된 토양환경영향평가제도는 2001년 개정에 따라 2002년 1월1일 이후에야 시행됐다.

이전 토양환경보전법은 토양 정화 책임을 놓고 모순된 규정으로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모순된 규정으로 헌재 위헌 판결


토양환경보전법 제 10조의 3 제1항은 토양오염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 오염원인자가 피해를 배상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토양오염이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발생했을 때는 제외한다.

또한 오염원인자 범위에 대해서는 ①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 시키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한 자 ②토양오염의 발생 당시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소유·점유 또는 운영하고 있는 자 ③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자와 그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자 ④경매 등으로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인수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③④호의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 또는 인수한 자가 양수 또는 인수 이전에 토양환경평가를 받아 그 시설의 오염정도가 우려기준 이하인 것을 확인하는 등 선의이며 과실이 없을 때에는 오염원인자로서의 책임을 면제했다.

토양오염의 원인자는 토양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법상의 손해배상책임뿐만 아니라 공법상의 정화책임까지 지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의 범위가 토지자체의 거래가격보다 훨씬 더 커지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법 제10조의 4에서 보는 것처럼 책임을 지는 ‘오염원인자’가 1호의 토양오염을 유발한자뿐만 아니라 토양오염의 발생 당시 시설을 소유·점유·운영하고 있는 자, 그 시설을 양수·인수하거나 포괄적 승계자도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오염원인자는 무과실책임과 동시에 연대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정화비용은 오염토지 및 시설에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토지가격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게 돼 과중한 경제적 부담이 되고 부동산 거래, 기업의 인수합병 등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해 토양환경평가제도 등으로 보완하려고 했으나 실제 효력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오염된 토지를 양수·인수한 자의 경우 양수·인수 이전에 토양환경평가를 받아서 그 시설의 오염정도가 우려기준 이하인 것을 확인하는 등 선의이며 과실이 없을 때에는 오염원인자로서의 면책규정을 두었으나 실제로 토양오염에 책임이 없는 사람이 토양환경평가제도가 시행된 2002년 1월1일 이전에 양수해 소유·점유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면책의 효력을 받지 못하는 모순점이 생겼다. 결국 이 부분은 헌법재판소의 구체적인 지적에 따라 개정법에서 반영됐다.

개정 전 법률은 천재지변 외에는 다른 면책수단을 인정하지 않아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우려 높아


토양오염관리 대상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에게 손해배상책임 및 오염토양의 정화책임 등을 부과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선의·무과실인 토양오염 관리대상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의 책임을 토양오염관리 대상시설의 시가 범위 내로 제한하거나 일반적인 책임한도제를 도입하는 방법 등으로 책임을 적정하게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토양오염관리 대상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는 사실상 면책이 불가능한 1차적인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산에 이를 정도로 거액에 이르기도 하는 비용을 범위의 제한 없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건 오염원인자 조항으로 인해 얻게 될 공익보다 토양오염 관리대상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클 수도 있다.
또한 토양오염 관리대상시설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에게는 천재지변, 전쟁으로 인한 면책만을 허용하고 다른 면책사유 또는 책임 제한수단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성을 결한 법조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토양오염 관리대상시설의 소유자 점유자. 운영자 책임조항은 헌법상의 재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어 책임을 적절하게 조절할 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무엇이 바뀌었나?

가. 토양환경평가 실시에 따른 토양오염에 대한 선의·무과실로 간주하는 현행 조문에서 선의·무과실 추정으로 개선해 토양환경평가제도의 거짓·부실 조사를 예방하고 신뢰성 있고 내실 있는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함(법 제10조의2).

나. 토양오염에 따른 사법상의 손해배상책임과 공법상의 토양정화책임 간의 법적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함(법 제10조의3).

다. 오염원인자를 정화책임자로 용어를 변경하고 현행법상 오염원인자 조항 중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의 소유·점유·운영자 및 양수자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하고 정화책임한계를 설정하며 정화조치명령의 우선순위를 도입해 과중한 정화책임을 완화하도록 함(법 제10조의4).
특히 舊 토양환경법에서 최초로 정화책임을 규정하기 이전인 1996년 1월5일 이전 토지 양수자에 대한 면책규정 및 소유 점유자의 경우에도 토양오염발생에 대해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면책을 명시했다.

라. 국가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1조 제3항, 제14조 제1항, 제15조 제1항·제3항 또는 제19조 제1항에 따라 토양정화 등을 하는 데 드는 비용(제10조의4제4항에 따른 구상권 행사를 통해 상환 받을 수 있는 비용 및 토양정화 등으로 인한 해당 토지 가액의 상승분에 상당하는 금액은 제외한다. 이하 같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

1. 제10조의4 제1항 제1호·제2호 또는 제3호의 정화책임자가 토양정화 등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자신의 부담부분을 현저히 초과하거나 해당 토양오염 관리대상 시설의 소유·점유 또는 운영을 통해 얻었거나 향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2. 2001년 12월 31일 이전에 해당 토지를 양수했거나 양도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소유하지 아니하게 된 자가 제1항 제4호의 정화책임자로서 토양정화 등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해당 토지의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3. 2002년 1월1일 이후에 해당 토지를 양수한 자가 제1항 제4호의 정화책임자로서 토양정화등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해당 토지의 가액 및 토지의 소유 또는 점유를 통하여 얻었거나 향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마. 다수의 정화책임자가 존재할 시 우선 정화조치명령 대상자 선정에 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비전문성을 극복하기 위해 토양정화자문위원회를 설립해 합리적인 정화조치명령이 이뤄지도록 함(법 제10조의9).

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토양오염물질이 누출·유출된 사실을 발견해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토지에 출입해 오염에 관한 조사를 한 때에는 그 사실을 지방환경관서의 장에게 지체 없이 알리도록 하며 조치명령을 받은 자가 이행완료 보고를 하였을 때는 해당 이행완료보고서를 지방환경관서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함(법 제11조제6항 및 제15조의2 신설).

사. 토양정화자문위원회의 설치-환경부

아. 토양환경센터의 설치·운영

사유재산권 침해 막은 합리적 개정

2014년 2월 말 국회에서 개정된 토양환경보전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충실히 반영해 개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염된 토지의 양수자에게 형식적으로 적용되던 면책규정을 보완해 舊 토양환경법이 시행된 1996년 1월1일 이전 양수자의 면책규정을 보완했고 소유자·점유자의 정화책임에서도 스스로 오염 원인에 대해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한 자에게는 면책을 인정했다.

토양오염 관리대상시설의 소유자·점유자, 운영자의 사실상 무한대의 무과실책임을 상당히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토지의 지가보다 정화책임비용이 더 들어가는 등의 경우에는 국가가 그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침해를 방지한 합리적인 개정이다.

일부 조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개정법 내용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후 시행된다. 앞으로 정화책임에 대한 국가의 지원 범위 등에 관해 시행령 등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박승환 변호사는 1985년 사법시험 합격 후 부산외국어대 교수를 거쳐 2004~2008년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8~2009년에는 부국환경포럼 대표를, 2010~2013년에는 한국환경공단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법조계와 정계, 환경분야를 두루 거쳐 법무법인 화우에서 환경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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