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택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인체에도 무해한 바이러스 나노실을 이용해 고성능 수처리용 분리막에 활용할 수 있는 ‘초박막 나노 그물망 구조체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수처리 분리막에 비해 뛰어난 정수 처리특성과 오염물질 제거능력을 갖춰 저비용 고효율 수처리 분리막 제작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처리용 분리막은 가정에서 쓰이는 정수기부터 공업용 폐수처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물의 여과와 정제에 사용된다. 막의 구조와 기공 크기(정밀여과, 한외여과, 나노여과, 역삼투압 분리막 등으로 구분) 등에 따라 특정 물질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거나 배제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에 머리카락 두께의 약 7000분의 1의 극미세 1차원 섬유 모양의 생체 바이러스 재료인 ‘바이러스 나노실’을 이용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인체 감염 또는 독성의 위험이 없는 M13 바이러스를 재료로 삼아 산화 그래핀 기판 위에서 한쪽 방향으로 정렬시켜 나노 구조체를 제작하고, 이를 격자처럼 쌓아 올려 나노그물망(nanomesh) 형태의 분리막을 개발했다 <자료출처=미래창조과학부>

 


다양한 기능성 소재에 적용 가능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및 나노과학기술원 유필진 교수와 이용만 박사과정 연구원(1저자)이 주도하고, 삼성종합기술원이 참여한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誌(Advanced Materials)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기존의 수처리용 분리막 소재는 기공의 크기가 불균일하고, 막 표면의 기공 밀도가 낮아 처리용량과 분리효율에 한계가 있었다. 수처리용 분리막은 가능한 많은 물질이 빠르고, 정확하게 분리될 수 있도록 처리용량과 분리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 독성위험 없는 바이러스

연구팀은 인체 감염 또는 독성의 위험이 없는 M13 바이러스(박테리아를 숙주로 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폭 6.6nm, 길이 880nm의 1차원 선형 구조를 가지는 바이러스)를 재료로 삼아 산화 그래핀 기판 위에서 한쪽 방향으로 정렬시켜 나노 구조체를 제작하고, 이를 격자처럼 쌓아 올려 나노그물망(nanomesh) 형태의 분리막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두피에 고정된 머리카락을 빗질을 통해 고르듯이 선형 바이러스의 꼬리 부분을 산화 그래핀의 기판에 결합시켜 고정하고, 물 또는 공기를 흘리면 바이러스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일정하게 정렬되도록 했다.

상용분리막 비해 효율 ‘4배 높아’

이렇게 정렬된 바이러스들을 격자방향으로 교차시켜 쌓아 나감으로써, 기공이 나노 크기인 그물망 구조의 분리막이 만들어진다. 간단하게 바이러스 막을 쌓는 횟수를 변화시키면 기공의 크기 조절이 가능하며, 분리하고자 하는 물질에 따라 특화시킬 수 있다.

만들어진 분리막은 기공 크기가 균일하면서도 두께 10~30nm의 초박막 형태여서 높은 처리용량 및 분리효율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상용 분리막과 비교해 보면, 1㎡ 면적에 대해 단위 시간당 1000리터 이상의 물이 통과하여 2~4배의 투과 특성을 가지며, 10nm 크기 입자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분리해 분리효율도 3~4배 수준이다.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분리막 소재로 이용하는 경우 수용액 공정에 기초해 친환경적이면서 대면적화가 쉬운 장점이 있다. 또한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산화그래핀을 기판으로 활용함에 따라 이 기술은 분리막 제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 제작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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