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박순주 기자= 환경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이 공사장 소음, 비행기 소음, 층간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6‧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전국 방방곳곳의 선거 유세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다.

천만의 대도시로 성장한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는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소음발생원 또한 증가했고, 쾌적한 생활환경에 대한 시민의 요구도 높아져 소음이 중요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민의 33.6%는 소음을 서울의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소음민원도 2006년 대비 2011년에 1.8배(2만745건) 증가했다. 서울시의 전체 환경민원 중 소음민원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또한 정온이 필요한 주거지역의 야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환경기준을 5∽11㏈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에 급급

서울시 소음민원 건수<자료제공=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의 소음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한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연구원 최유진 연구위원은 “현재의 소음관리 방식으로는 시민의 기대 수준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소리를 활용해 소음을 중화하는 ‘사운드마스킹’ 기법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이 쏠린다.

최유진 연구위원은 ‘조용한 서울을 위한 소음관리 방안’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소음은 수질, 대기오염보다 뒤늦게 공해로 취급되면서 저감기술, 방지대책 등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라며 “현재의 소음관리는 민원처리 중심의 사후대처형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쾌적한 삶의 질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천만 도시로의 성장은 공사장, 사업장, 교통량 등 소음 발생원의 증가를 동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 10명 중 2명은 심야시간(22-05시)에도 시끄럽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도로교통소음, 층간소음, 공사장소음이 주요 소음원으로 나타났다.

주‧야간 모두 도로변 측정소의 소음도는 일반 측정소의 소음도보다 6∽19㏈ 이상 높고, 주간시간대의 소음도가 야간시간대의 소음도보다 1∽7㏈ 정도 높게 조사됐다. 주거지역 중 가장 엄격한 환경기준(야간 40㏈)이 적용되는 전용주거지역의 야간소음도 역시 일반주거 및 준주거지역의 소음도 수준인 50㏈을 상회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9년 제정한 주거지역 야간소음 국제기준인 40㏈보다 10㏈ 이상 초과한 것이다.

뒤늦게 시작된 소음관리, 아직은 미흡

소음은 비교적 최근에 공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소음은 오래 전부터 인간의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으나 수질이나 대기오염과 같이 공해로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또한 소음은 수질‧대기오염과 달리 축적되지 않고 발생과 동시에 소멸되며, 피해도 국부적이고 발생 원인이 매우 다양한 게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소음 저감과 방지 대책에 대한 관심이 다른 환경오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소음관리를 위한 효율적 체계와 기반도 미흡하다. 소음원별 관리주체가 다양하게 분산돼 통합적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철도와 공항소음은 중앙정부에서, 그 외 소음은 지자체 여러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엔 소음문제를 총괄 조정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음원의 지도단속을 위한 전담인력과 기동력도 부족하다. 소음관리를 위한 물리적, 과학적 기반도 미비하다. 실제 서울의 환경소음 현황은 일부 지점에 대한 측정에만 의존하고 있고, 이런 방식으로는 서울시 전반의 공간적 소음분포, 환경소음 노출정도, 집중관리가 필요한 피해예상지역 등을 파악해 효과적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민원처리 중심의 소극적 관리에서 사전 예방적 관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민원 발생 후 조치를 취하는 사후대처 형식의 소극적 관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후처리 형식의 소음관리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시민들의 민원과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리를 활용하는 ‘사운드스케이프’ 등장

소음측정 장면

특히 보고서는 소리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소개하면서 이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소리의 크기(음압)을 줄이는 전통적 소음관리 방식에서 원하는 소리와 원하지 않는 소리를 구분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자는 게 골자다.

공장, 공사장, 교통소음 등에 대한 규제가 도시 소음문제의 해결에 한계를 드러내자 소리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활용한 새로운 접근으로 도시의 소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 scape)’ 방식이 등장했다.

원하는 소리를 이용해 소리환경을 개선하는 사운드스케이프 방식은 불쾌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소음을 원하는 소리로 ‘마스킹’해 공간에 적합한 소리환경을 제공하는 ‘사운드마스킹’이다. 물소리, 새소리와 같은 고유한 자연소리 또는 지역의 특정한 소리를 자원으로 보호해 도시의 소리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사운드스케이프 방식을 도입해 소음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 베를린의 ‘Nauener’ 공원이다. 독일은 공원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하나로 베를린에 위치한 ‘Nauener’ 공원에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를 적용했다.

또 공원의 소음과 소리환경의 문제점 도출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 주민참여 방식은 소리환경, 공공공간의 의미, 사운드스케이프라는 새로운 개념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주변의 교통소음 등 원하지 않는 소음을 물소리, 새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이용해 더욱 쾌적한 느낌의 휴식공간으로 변화됐다.

최근 런던에서는 ‘Organ of Corti sound sculpture’를 설치해 주변 소음을 음악으로 재활용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크기가 다른 실린더가 다양한 소리 주파수에 따라 작용하도록 배치된 시설물이 주변의 교통소음을 다른 소리로 변환시켜 새로운 볼거리 및 교통소음으로부터의 불쾌감을 완화하는 효과를 제공했다.

도심 속 분수계단을 이용한 미국 LA에서는 분수의 물소리를 이용해 원하지 않는 자동차 등 도시의 소음을 마스킹했다. 또 물소리는 도심의 소음 소에서 안정감을 주는 소리 요소로 많이 활용됐다.

사전 예방적인 소음관리 필요

보고서는 나아가 서울의 소음특성을 고려한 사전 예방적인 소음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부적으로 소음 관리를 위해 현실적인 기준과 제도를 구체화하고 관리조직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예방적, 체계적 소음관리를 위한 과학적 관리방식으로 전환할 것과 시민의 의견 수렴을 위한 다양한 참여방식과 교육 방안을 강구할 것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민은 소음 저감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로 ‘소음저감 기술 개발 투자(29%)’, ‘시민의견 반영(25%)’, ‘행정처분 강화(25%)’ 등을 꼽았다. 과학적 소음관리 방식과 관련해 소음지도 작성, 중장기적 소음정책 목표 설정과 세부계획 수립, 소음과다노출지역의 축소 및 조용한 휴식공간 확대, 소리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소음관리방식 도입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유진 연구위원은 “소리를 활용해 소음을 중화하는 사운드마스킹 방법을 적극 도입하고, 서울시민이 선호하는 물소리, 새소리를 소음 완화에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시냇물소리, 26%가 새소리, 8%가 파도소리, 7%가 폭포소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소음관리와 사운드스케이프 방식의 차이(자료=City of Stockholm, 2011))

◇전통적 소음관리 방식
-소리를 폐기물로 인식
-불쾌한 소리에 관심
-모든 소리원을 통합해 소음크기로 관리
-소리크기(음압)을 줄이기 위한 대책 추진

◇사운드스케이프 방식
-소리를 활용자원으로 인식
-선호하는 소리에 관심
-소리원을 원하는 소리와 원하지 않는 소리로 구분 관리
-원하지 않는 소리를 원하는 소리로 마스킹하는 대책 추진

parksoonju@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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