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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나에게 ‘삶’이자 ‘멍에’다”<인터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

환경·경제 대립관계만 고집하면 개선 어려워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실을 바꾸는 것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흔히 환경운동가라고 하면 바다에 배를 띄워 포경선을 향해 돌진하는 과격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안병옥 소장을 만나면 ‘운동가’로서의 이미지보다는 ‘생태학자’ 내지는 ‘대안을 고민하는 비판가’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그가 생각하는 운동은 높은 곳에서 원칙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All or Nothing’이 아니라 ‘현실주의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편집자 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

대학생 안병옥이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던 1980년대 당시에는 지식인이 사회적 참여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는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고민한 끝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이 환경, 당시에는 공해문제였다고 한다.

안 소장은 “노동운동, 민주화 등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였다면 환경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 전체를 다뤄야하기 때문에 성격이 달랐다. 자연과학자로서 평생 이 문제를 고민하고 부딪혀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대학원 시절의 ‘작당모의’에 그치지 않고 졸업 후 안 소장은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이후 독일 측의 초청으로 유학을 가 10여년 동안 공부하면서 생태학 박사학위를 얻고 돌아왔다.

그가 독일로 유학을 가는 당시 많은 후배들이 걱정했다고 한다. 이왕 공부하러 간 김에 눌러앉을 수도 있고 정치권으로 뛰어든 수많은 선배들처럼 그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소장은 “독일로 유학을 떠날 당시 후배들이 많이 걱정했지만 반드시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환경운동연합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심각성에 눈을 뜨다

본래 생태학을 전공했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시절에도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였던 안병옥 소장은 왜 기후변화로 방향을 선회했을까? 어느덧 창립 5주년을 맞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대해 안병옥 소장은 “우리 연구소가 없었어도 세상은 잘 굴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집중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때론 협력하며 시민들과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 소통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었다”라고 자평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우리 사회 의제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과정이 항상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문제만 해도 운동단체가 시장거래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받지 못했다.

안 소장은 “정부가 산업계의 반발을 뚫고 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어 시민사회의 입장표명과 지지가 필요하다. 비판도 많이 했지만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했고 거기에 우리 연구소가 일정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회의가 매년 열릴 만큼 세계적인 문제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항상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전문가들의 몫이었다. 일반 시민들에게 기후변화는 너무 어려운 문제였고 산업계의 억지논리에 정부는 방어하기 급급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전 세계가 매년 회의를 개최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 수십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이는 매우 극단적인 가정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러한 논리에 맞서 거대 기업이 아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배출권거래제를 포함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알리는 것은 21세기 환경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고 이를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맡았다.

안병옥 소장 역시 지난 정권 시절 매우 많은 비판을 가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성장에 치우친 측면이 매우 강했지만 ‘녹색’이라는 아젠다를 국가 운영 최고 가치로 부각시킨 측면은 평가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4대강이나 원전이 없었다면, 그래서 시민사회와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에 대해 논의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는 과정이 있었다면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안병옥 소장이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고 ‘행동’이었다. 물론 그 역시 4대강 사업과 원전 증설에 반대한 생태학자였지만 동시에 그것 때문에 모든 환경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으리라.

환경일보가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해 다룬 팟캐스트에 참여한 안병옥 소장(왼쪽 2번째). <사진=환경일보DB>



신자유주의는 환경에도 개입한다

안 소장은 환경에도 ‘신자유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의 규제 중심에서 인센티브, 시장 매커니즘에 기대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는 자본의 힘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아울러 그는 “그게 꼭 나쁜 것이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이나 안전의 가치보다 경제적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환경이 늘 경제와 싸우기만 한다면 환경적 개선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한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산업혁명 이후 세계적인 키워드는 ‘돈’, ‘경제’다. 환경이 부당한 경제논리에 대항해 싸우는 하나의 트랙이 있어야 하고 다른 트랙은 환경이 경제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처럼 환경에 도움이 되면서 경제에 새로운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보다 제도적인 측면이나 시민의식이 부족한 측면이 많다. 그런데 경제와 늘 싸우는 방식만 고집한다면 비판은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을 바꿀 수 있겠는가?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저항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환경운동가 입장에서 근본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가장 편하다. 누구에게도 비판을 받지 않으니까. 그러나 나는 현실주의자다. 말과 글을 통해 아무리 옳은 소리를 떠들어도 현실 개선은커녕 더 나쁘게 하는데 기여했다면 가치가 없다”

그렇다면 만약 정치권이든 행정부에서든 안병옥 소장을 필요로 한다면 어떨까?

그에 대한 안 소장의 대답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이다. 불러만 준다면 가는 사람도 아니지만 선을 그어놓고 절대 아니라고 거절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아무리 중요한 자리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또한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일반 시민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시민의 입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제공=기후변화행동연구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행복”

제도권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권 밖에서 평생을 환경운동에 매진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안병옥 소장이 환경운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절박함’이다. “나는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익숙함’이다. 그는 “처음 공추련에 몸담은 이래 한 번도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취직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나는 NGO가 익숙한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아울러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자신의 위치 때문에 입을 닫는 사람을 많이 봤다. 강력한 위계질서로 묶인 조직이 아니라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10년간 독일에 있으면서 본 그들의 강점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NGO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순수하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행복이라고 느낀다. 그때서야 ‘내가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질문을 던져봤다. “안병옥에게 환경이란?”

“한편으로 벗어던져버리고 싶은 평생의 멍에다. 때로는 내가 왜 환경문제에 눈을 떠서 이렇게 괴로운가, 좋은 소리도 듣지 못하면서 ‘경제’라는 덩치 큰 상대와 씨름할 때마다 힘겨웠고 이걸 좀 벗어던져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절대로 그게 안 되더라”

환경은 그에게 ‘인생’이고 ‘삶’이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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