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최다정 인턴기자 = IPCC 제 5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고(1880~2012년) 해수면의 높이는 0.19m 상승(1901~2010년)했다. 한국은 1910년에 비해 약 1.8℃가 상승했고, 평균 강수량은 17% 증가했다.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이 됐다. 그리고 우리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식량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비한 연구나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기온이 변화한다는 것은 본래의 기후에 맞춰 살던 동식물이 살 곳을 잃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산 열대과일의 시대가 온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난방비 및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열대과일 재배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경기도와 강원도까지 재배 한계선이 점차 북상하고 있는 추세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했던 열대과일을 우리나라에서도 생산 가능하게 된 것이다. 즉 망고,파파야에 이르는 각종 열대 과일을 ‘국내산’으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열대작물이 농가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기후변화가 오히려 농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 사례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의 속도에 비해 병충해를 방지하는 기술개발 속도와 차이가 커서, 농가는 병충해 피해를 겪고 있다. 실제로 겨울철 온도가 따뜻해져 월동기간에 매개충인 애멸구가 얼어 죽지 않고 살아 남는 개체수가 많아지고 있다.

또 이 기세로 재배한계선이 북상한다면 쌀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무와 배추 등 고랭지 작물 재배면적이 줄어 고랭지 채소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실질적인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식량부족을 야기한다. 식량이 부족한

인간은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고

이는 다시 기후변화 심화로 이어진다.

식량부족과 산림파괴의 악순환


세계 인구는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으며 현재 약 69억명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 전 세계인구는 현재보다 8억 9천만명이 증가한 78억명으로 전망되며 이는 현재보다 13% 증가한 수준이다.

증가한 식량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생산량을 증가시키려면 산림파괴를 통해 재배면적을 증가시켜야 한다.

이러한 산림파괴는 탄소 흡수율은 감소시키고 기후변화가 가속화 되는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 되고 만다.

결국 무차별한 산림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는 가뭄으로 이어져 화재의 위험성을 증대시키고, 숲에 불이 나면 탄소가 발생해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해지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도가 2.4℃ 상승하면, 국제 농산물 가격이 2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식량 부족 사태가 오면 식량 수출 국가 역시 자국민들부터 먼저 먹여야 한다. 메이저 곡물 업체라면 수출도 가능하겠지만 대신 엄청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농식품 생산이 부족한 국가들의 농식품 수출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가격은 한다.

이미 세계는 곡물수출국들이 극심한 가뭄 피해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최저를 기록 했던 2008년 식량위기 당시 기후변화가 농산물 수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반정부 시위로 알려진 이집트 사태 저변에는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해결됐다고 믿기에는 곡물 가격 변동 추이가 과거와 비슷하다.

무엇을 위한 바이오연료인가

2007~2008년 식량위기 당시, 곡물가격 상승으로 만성적인 기아 인구가 1억5000만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 인구가 현재보다 8억9000만명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이중 70%는 영양실조와 기아에 시달리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연료가 오히려 식량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옥수수 등의 식량을 먹는 대신 바이오연료로 사용하면서 식량 가격은 더욱 높아졌다.



바이오연료로 손꼽히는 에탄올은 당분이 높거나 녹말함유량이 높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같은 작물들을 정제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바이오연료를 1세대 연료라고 부른다.

이 1세대 연료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식량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40%의 옥수수가 이미 에탄올 생산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옥수수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인류가 기근으로 죽어가는 상황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산업용 곡물수요 증가도 가격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 생산량 감소,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등을 이유로 2008년 국제 주요 곡물가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대단위 옥수수 재배를 위해 화석연료가 쓰이고 있어 무엇을 위한 바이오 연료인지에 대한 의문도 가시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의 대응책으로 고안해낸 바이오연료가 인류의 식량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호모 클리마투스’의 대두

기후변화와 식량에 대한 논의는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는 ‘호모 클리마투스(Climatus)-의식주의 진화’를 주제로 논의했다. 호모 클리마투스는 미래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인간형을 말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풀무원의 이경희 상무는 소비자 역할을 강조했다. 식재료를 고를 때 소비자가 환경성을 고려해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역시 탄소저감, 동물복지 등을 고려한 제품 생산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풀무원은 생수를 만들 때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뚜껑 무게를 다른 회사 제품의 절반 수준인 12.1g으로 줄여 41%의 탄소를 감소시켰다. 또한 돼지나 닭에 비해 탄소나 메탄가스를 적게 발생시키는 소고기 생산을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는 식량을 포함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적응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분야를 망라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기후변화 적응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주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환경부 홍정섭 과장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농업분야에서 품종개발, 시설 개량 등이 필요하며 국민 건강을 위한 폭염대피소, 전염병 모니터링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적응이 국가안전의 핵심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새로운 산업이 발굴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기조에 맞춰 환경부와 KEI는 최근 ‘산업계 기후변화 위험 평가 도구’를 제작했다. 프로그램에 기업의 매출액과 자산, 사업장 위치(시·군·구) 등을 입력하면 자연재해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영업·매출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 예상 시나리오와 기업의 성장 전망 시나리오에 맞춰 자연재해가 기업의 매출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산출해줘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세계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다. 독일 역시 여름 강수량이 줄고 겨울 강수량이 증가하는 등 이상기후가 감지되고 있다. 독일 북동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말라붙었지만 반대로 라인강 주변은 홍수가 발생했다.

독일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방향을 ‘불확실성’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제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따라서 미래 전망에 대해 무엇이 정답이라고 규정짓는 대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최다정 인턴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