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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휴지는 휴지통에?’…몇% 부족한 도시 인프라의 재생

경제개발로 확장에만 연연…도시재난 증가
지속적인 안전을 위해 보수와 교체 ‘필요’


 

▲ 박희경 교수

내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화장실을 집안으로 가져오게 한 혁신이 바로 수세식 양변기이다. 휴지를 포함한 냄새나는 것들을 모두 볼일을 본 후에 ‘바로’ 물로 멀리 내 보내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렇게 해 실내에 있으나 위생 및 냄새문제를 해결한 것인데 요사이 우리 주변의 양변기 화장실에서는 이와 다르게 ‘휴지는 휴지통에’라는 글귀로 휴지를 바로 내 보내지 않으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최고급 호텔, 비싼 사무실 빌딩이나 선진 외국에서는 볼 수 없다. 조금 오래된 것 같은 빌딩이나 시설에는 거의 빠짐없이 있다. 휴지를 넣으면 막히는 문제가 발생해 이를 방지하고자 저런 문구를 붙이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급수 및 배수관 그리고 정화조 등으로 이어진 것이 양변기 시설이다. 그 중 어딘가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됐던지, 설치했을 때는 그럭저럭 작동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기능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다(‘노후화’).

 

즉 몇%가 부족한 양변기 시설인 것이다. 이제 고치려니 급 배수관들은 콘크리트 벽속에 있는 등 건물자체를 뜯지 않으면 고칠 수가 없다. 대공사가 되다 보니 비용과 불편이 만만치 않아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휴지를 양변기에 넣지 않는 것이라, 그림에서와 같은 ‘애교 있는’ 문구를 양변기에 앉았을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권한다.

 

▲ 휴지는 휴지통에

 

이제 다른 문제가 생긴다. 닦은 휴지를 통에 모아두니 악취가 겹겹이 쌓인다. 사용하는 분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고약한 냄새를 뒤집어쓰게 된다. 좀 길게 사용한 분들은 화장실을 나올 때 옷에 냄새가 배었을까 걱정이 된다. 마침 향수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못해 그대로 손님이나 연인과 함께할 자리로 가게 되면 민망함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묘한 일이 벌어진다.

 

휴지통을 대게 하루에 한번 치우는 것으로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분들이 냄새를 뒤집어쓰게 되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물로 바로 내 보내야 할 것을 휴지통에 쌓아 둬 발생한 일이다.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으나 불편의 크기로 봤을 땐 가히 냄새폭탄으로 인한 재난이다.


 

뭉친 전기선 안전 위협해
비슷한 것들을 거리에서, 특히 오래된 도심이나 주택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 예가 그림에서 보듯이, 수많은 전기 줄들이 거미줄같이 한 곳에 뭉텅이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시민들 머리 위로 바로 가로질러져 있다.

 

원래는 이렇게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다. 지역이 개발되고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좀 싸게 빨리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 전기선들의 비정상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및 상가지역에 가보면 전기선들이 거리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 땅속에 묻어져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이렇게 엉킨 선들 중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순식간에 수십 갈래로 퍼져나가고 재난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

 

더 겁나는 것은 우리 주변에 특히 오래된 도시지역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홍수, 상하수도, 교통, 지하철, 통신, 에너지 관련 인프라들의 상태가 이럴 수 있다는 것이다. 요사이 일만 터졌다하면 재난으로 비춰지는 것이 이런 사실에도 기인한다.   
 
현재 도시 인프라들은 대부분 70~90년대의 고속성장시대에 구축됐다. GDP 1만달러 정도의 경제규모 때 만든 것으로 저비용 초고속으로 만든 것들이 많다. 몇% 부족한 대로 건설된 것들이 있었다. 사실 이렇게 만든 것들을 자랑한 적도 있었다. 아니면 제대로 만들었으나 노후화됐거나 그 당시 고려한 용량을 넘어선 과중한 부하로 현재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이러니 오늘 날의 관점에서 모두 몇% 부족한 시설들이 됐다. “좀 잘 만들지”하는 원망을 지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갑을 바라보는 저자가 그때를 돌아보면 몇% 부족한 시스템들이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었다.

 

전화기와 TV를 처음 집에 들여놨을 때, 재래식 변소에서 양변기가 달린 수세식 변소로 개조했을 때, 가족들이 얼마나 좋아했으며 이웃들이 그렇게 부러워했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기존의 재래식 화장실에 비해 너무나도 좋았던 시설이었다. 그래서 풍족하지 않은 경제에도 우리의 선배들은 보다 짧은 시간에 여러 도시 인프라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구멍 난 재난관리 팀워크 심각해

 널리 설치된 이런 인프라들을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수와 교체(‘재생’)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게 된다. 동시에 여러 부분들이 드러나면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오래 쓰게 되면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돼 동시에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져 재생에 더욱 더 신경을 써야한다. 비용이 엄청나기에 모두 부수고 새로 구축할 수는 없다.

 

요사이 번번이 일어나는 사고와 재난은 그 동안 이런 도시 인프라들이 제대로 재생되지 못한 채 사용돼온 것과 관련이 있다. 넉넉지 못한 경제로 새 것을 구축하고 확장하기에 힘쓰느라 기존의 것들을 적정수준으로 재생하지 못한 것과 도시재난의 증가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골을 먹었다. 골키퍼만의 잘못인가? 사실 앞에서 공격수가 일차 저지해 주고 수비수가 막아주는 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적게 골을 먹으려면 골키퍼만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팀원 모두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팀워크만이 역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에 재난관리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으나 부족한 도시 인프라의 재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적은 듯하다. 도시 인프라가 대개 땅속이나 하늘에 있으니 눈에 별로 띄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재난예방 및 관리를 위해서는 모든 인프라들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적자원들 - 모두 제대로 작동돼야만 한다. 기존 도시 인프라들은 그 동안 그리고 현재도 그렇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재난관리를 위한 팀워크에 구멍이 나 있다.

 

우리 모두의 참여로 추진해야

막대한 비용이 드는 도시 인프라의 재생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대해 자세히 논할 지면이 되지 못하기에 한 가지만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의 참여’이다. “음식물을 훔쳐 현장에서 잡혀온 피고인에게 이유를 물었다. 며칠을 굶어 너무 배고파서 손이 절로 나갔다는 말에 재판장은 10불의 벌금형을 내렸다. 그리고 말하길 내가 10불을 내겠다고 했다. 같은 뉴욕시에 살며 이렇게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혼자 호의호식하며 살았다는 잘못에 대한 반성이라고 했다. 연이어 말하길, 같이 반성할 분이 있으면 여기에 동참해 달라며 모자를 벗어 재판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돌렸다. 총 47불이 모였고 피고인에게 모두 줬다.”

 

일어난 재난에 내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하나 몇% 부족한 인프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당시로선 최고의 것들을 우리에게 넘겨준 선배 세대에게는 감사를 돌리고 재생과 정비의 책임은 우리 모두가 같이 지고자하는 배려는 앞으로 길게 갈 재난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재난예방과 관리를 위해 전주기적, 융합적, 인문학적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기술적 인프라가 구축되도록 교육 및 연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기치아래  ‘재난학연구소(가칭)’ 설립을 위해 현재 많은 카이스트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다. 감사하며 이 글로 보태고자 한다.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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