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생생한 생태계의 보고 ‘광릉숲’

그리고  살아있는 식물자원 보유한 국내 유일, 최대규모 ‘국립수목원’이 있다.

 

[환경일보]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은 조선조 제7대 세조대왕과 정희왕후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 중 일부다. 500여 년간 왕실림으로 엄격하게 관리돼오다 국권침탈 후인 1911년 국유림구분조사시에 능묘 부속지를 제외한 지역이 ‘갑종요존예정임야’에 편입됐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광릉숲’이 됐으며, 1987년 ‘광릉수목원’으로 시작해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재탄생 됐다.

 

현재 산림생물종의 조사, 수집, 증식 및 보존의 업무와 국내외 수목원 간 교류 협력, 유용식물의 탐색 확보 및 산림에 대한 국민들의 교육 및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광릉숲’ 보존의 임무를 다하고 있으며, 1120ha의 자연림과 100ha에 이르는 전문전시원,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산림동물보전원 등으로 이뤄져있다.

 

<사진=송진영 기자>


올 4월21일 제9대 국립수목원장 취임식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최초 여성 수목원장에 이름을 올린 이유미 원장이다. 임업박사로서 1994년 수목원에 발을 들인 후 20년 만에 이뤄낸 값진 노력의 결실이다. 취임식 후 4개월여가 흐른 지난 8월12일 이유미 원장을 만났다.

 

유용식물증식센터 개원 BT... 기술 발전 힘쓸 것

이유미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유용식물증식센터 개원식이었다.

 

산림청과 수목원은 오래 전부터 유용식물 탐색과 연구를 진행해왔다. 로컬리티까지 따지면 1만 종 이상의 식물들이 모여 있으며 센터를 조성하기 시작한 이래 올해 드디어 연구시설, 대량증식시설 등의 모든 시설들을 완성해 개원하게 된 것이다.

 

이 원장은 “BT(Bio Technology)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우리나라가 굉장히 발전하고 앞서나가고 있지만 식물에 대한 탐색과 스크린이 약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며, “유용식물증식센터 개원으로 보다 실질적인 BT 기술 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기관 중에서 자원이 될 수 있는 식물을 살아있는 채로 확보하고 있는 곳은 수목원이 유일하다. 이 원장은 그래서 수목원의 개념을 ‘곳간’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기업이든, 대학이든, 타 연구기관이든, 교육기관이든, 농민이든, 어디서든 누구든 필요하다면 수목원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조금 더 보완·스크린·정리해서 공유, 보급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수목원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은 광릉의 부속림 중 일부다.<사진제공=국립수목원>



제12회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참여

국립수목원은 오는 9월29일부터 10월27일까지 3주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12회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 12)의 사이드 이벤트와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식물다양성보전을 위한 세계식물보전전략(GSPC ; Global Strategy for Plant Conservation) 2020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각 기관에서 이행하고 있는 목표들을 점검하고, 향후 관계 기관들과 목표 이행을 위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동아시아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지난해 6개국 8개 기관이 모여 ‘동아시아 생물다양성 보전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10월 동아시아 공통종 도감 발간 및 다자간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는 국립수목원의 생물다양성보전의 국가적(National)차원을 넘어 동아시아지역(Regional) 차원의 노력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유미 원장은 MOU를 맺은 후 그 자체로 끝나지 않도록 3년째 국제적인 워크숍마다 접촉하고, 이야기하고, 가안 만드는 일 등을 진행해 지금 굉장히 구체화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대표적 멸종위기식물인 ‘월귤’같은 경우, 북방계 식물이기 때문에 러시아나 캄차카 등지에 가면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가 그 쪽 국가에서는 희귀한 나무이다. 이렇듯 식물보전을 보더라도 국가적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 있고, 아시아 지역적인 관점이 있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보는 관점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동아시아에 대한 식물보전전략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가 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립수목원은 국외 21개 기관과 MOU를 체결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원장은 MOU 체결 후의 활발하고 집중적인 연구와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전경<사진제공=국립수목원>


  

세계 10위권 일류 수목원을 꿈꾸다

각 나라의 생물종 정보를 올리는 곳인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에 등록된 우리나라 자료 중 82%가 수목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인데, 이로써 바닥에 있던 우리나라 순위가 단숨에 치솟을 정도로 국립수목원은 방대하고 막강한 생물다양성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300종의 기후변화취약종을 선별해 예측할 수 있는 보전 사업을 8년째 진행하고 있고, 각 지역에 있는 팀들이 기상청 관계자들과 함께 개화, 낙과 등의 패턴을 보고 똑같은 종들을 현지 외 보존, 즉 수목원에 심어 같이 모니터링 하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취약종에 대한 알파인 가든 개념의 피난처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현장 조사에 땀 흘려온 수목원은 얼마 전 구상나무의 새로운 자생지를 발견해냈다. 기후변화에 따른 분포정보 데이터에 의거해 예측한 것인데, 밀양 아래쪽에 위치한 영남 알프스 지역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큰 나무부터 어린 취수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생지였다.

 

이 원장은 “이번 일이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앞으로 기후가 변화하면서 자생지 또한 계속 변하고 없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복원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뿌듯했다. 희귀종들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자생지나 복원지 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제까지 꾸준히 쌓아온 국립수목원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노력, 그리고 국립수목원이 자리 잡은 광릉숲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GSPC2020의 성실한 이행 및 지속적 추진으로 국립수목원의 세계 10위 권 진입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표본관 전경<사진제공=국립수목원>


 

 

생물다양성의 연결고리, 식물 문화의 플랫폼

이 원장은 앞서 수목원의 개념을 ‘곳간’에 비유했듯 수목원의 역할을 ‘플랫폼’에 비유했다. ‘식물산업의 발전을 위한 플랫폼’, ‘산림생물기초연구 플랫폼’, 식물 문화의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국립수목원은 일본 오까야마 이과대학과 MOU를 맺었는데, 이 또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어려운 조건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거의 연구가 되지 않은 사초과 식물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과 일본 오까야마 이과대학의 MOU 협약식<사진제공=국립수목원>



이유미 원장은 “아시아에서 저명한 사초 전문가인 일본 오까야마 이과대학의 호시노 교수님이 어느 날 표본을 보기 위해 우리 수목원을 방문하셨다. 일주일 정도 머물며 표본을 보고, 함께 연구에 대한 토론을 하더니 사초 등의 공동연구를 위한 MOU를 맺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셨다”며,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그동안 활용 가능한 표본을 쌓아두고,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원기재문을 확보해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수목원은 생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대부분 갖추고 있어, 이것을 토대로 시간 낭비하지 않고 보다 효율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목원이나 식물원을 학술적 공간으로만 보면 안 된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교육을 받고, 예술적 활동도 할 수 있는,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사립 식물원은 아무래도 재정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국립수목원이 그런 곳들과 같이 연계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식물 문화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국립수목원 내 휴게공간인 ‘아웃도어 리빙 뜰’에서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와 대담 중인 이유미 원장<사진=송진영 기자>



 

숲에 가면 ‘잇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우리...

이유미 원장이 국립수목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더욱 큰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수목원과 함께한 그녀의 ‘20년 인생’ 때문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곳보다 이곳이 가장 소중하다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이 원장의 모습은 국립수목원의 즐거운 현재와 밝은 미래를 가늠케 한다.

 

국립수목원은 사전 예약제로 하루 제한된 인원을 수용하고 있다. 때문에 방문하기 까다로운 공간이라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이유미 원장은 “인원이 제한돼 산림의 훼손이 최소화됐고, 훨씬 쾌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수목원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과 누구든 숲해설가와 함께 설명을 들으며 수목원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예약은 성수기인 5월, 10월을 제외하면 당일 예약도 충분히 가능해 전혀 까다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만 하다. 세밀화 그리기, 생활정원 꾸미기, 태교의 숲, 숲 유치원 등 교육과 문화가 잘 조화된 흥미로운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유미 원장은 “수목원을 조금 더 가깝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든 들러서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곳곳의 나무들과 꽃들과 다양한 식물들을 즐겨주시길 바란다. 그렇게 들여다보시면 아마 자연에게 돌려받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사진제공=국립수목원>


 

<대담 = 김익수 편집대표 / 정리 = 송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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