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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후변화시대 재난관리, 옛것에 ‘답’ 있다

재해 취약지역 고려한 도시 방재, 안전이 우선시돼야

가장 적합한 곳에 주거지역 형성 선조들의 지혜 돋보여


[환경일보] 2014년 우리나라 핫 키워드는 단연 ‘안전’이다. 연이은 사고로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에 민감하다. 모든 재난을 컨트롤 하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만들어진 소방방재청은 제 기능을 못했다는 이유로 ‘해체’라는 위기에 봉착했고 사회 전반적으로 효율적이며 안전한 재난 관리 모색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각종 재해에 취약한 현대의 도시 환경을 옛 선조들의 지혜에서 활용, 현대화해 기후변화와 재해에 대응하자는 의견이 뜨겁다. 온고지신을 바탕으로 옛 것으로부터 답을 찾아 현대 방재 시스템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사고의 전환만으로 손쉽게 재난 예방이 가능하다니 솔깃한 제안이다. 본지는 이를 제안한 노아솔루션(주) 심우배 부사장을 만나 그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재해를 미리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재산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자연재해나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연이은 사고로 안전을 우선시하게 된 국민 체감도가 여실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노아솔루션 심우배 부사장 <사진=박미경 기자>

국내 IT 방재 기업인 노아솔루션은 방재 분야 선두주자로서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이룩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도시 방재 전문가인 심우배 전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장이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 IT 방재 미래 도약 실현에 한 발자국 다가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아의 방주를 모토로 한 노아솔루션은 재해예방, 대응을 위한 각종 모니터링 시스템 및 재해분석 기능, 재해 관련 보고서 작성과 R&D 사업에 참여해 질적인 기술력 향상 등 사업역량 확보를 통해 21세기 재해 대응을 위한 노력을 추진 중이다. 

노아솔루션(주) 심우배 부사장은 “2011년에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도시 방재에 눈을 뜨게 됐다”며 “강남역 침수와 같이 각종 도시 재해의 원인을 연구하면서 국토연구원 산하기관인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재난의 대형화·다양화로 대응 절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는 전 세계 추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무자비하게 뱉어내고 있고 이로 인한 온도 상승이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1912~2008년) 평균 기온이 1.7℃ 상승했는데 세계 평균 상승 기온인 0.74℃의 2배에 가깝다.

그 영향으로 최근 폭우와 폭염, 한파 등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재난이 대형화 및 다양화 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심 부사장은 “요즘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기환경이 변화하고 열섬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섬현상이란 인구와 건물이 밀집돼 있는 도심지는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주변의 온도보다 특별히 높은 기온을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뜨거운 기온이 산을 만나면서 온도가 떨어져 비가 내리는데 과거 관악구에 집중된 비가 요즘에는 서초구, 강남구로 집중되고 있다.

또한 강수일수는 감소했지만 집중 호우일수는 증가했다는 전망이다. 강수 흐름을 보면 과거에 기록이 없을 정도의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했다. 최근 부산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8월 말 남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12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고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 호우로 부산 지하철과 열차, 울산·경남 도로가 통제되는 등 공공시설과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다양화되면서 이제는 폭우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비가 그치면 폭염이 오고 폭염은 또 가뭄을 동반하는 식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대 도시 환경의 구조 자체가 재해에 취약한 원인에는 기후적인 요소도 있지만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면적의 증가도 꼽힌다.


 

불투수면적 증가로 침수 관리 어려워

 

▲ 최근 기상 이변은 빈번하게 발생하며 점차 대형화, 다양화

되고 있다.

심 부사장은 “전통마을은 도로가 흙으로 되어 있어 빗물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구조이지만 현대의 도로는 도로 포장 등으로 불투수면적이 증가해 도로를 따라 물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단 시간에 우수가 집중돼 침수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형적으로 물이 모이는 저지대에 주택 및 상가가 밀집돼 있어 재해에 취약하다”라며 “하천변, 급경사지 주변 등 취약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거주환경이 조성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재난 여건은 점점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전문가들은 슈퍼 태풍도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 부사장은 “해수온이 약간의 변동만 있어도 태풍의 방향은 틀어지게 된다”며 “우리나라도 재해에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며 앞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 오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방재 대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지하 저류지를 만드는 것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태풍과 폭우에 대응하기 위해서 엄청난 비용과 긴 시간을 들여 대규모 지하 저류지를 만드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심 부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매년 같은 지역이 침수되고 있다는 생각하는데 그런 곳은 많지 않다”며 “침수가 발생한 지역에 지하 저류지를 만들어놔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아 비효율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 저류지를 만드는 것보다 평소에 잘 활용하지 않는 시설에 방재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덧붙였다.

 

활용도 적은 기반 시설을 저류지로 조성

 

▲ 토탈방재시스템 개념도 <자료제공=노아솔루션>



 
최근 도시 개발이나 건물을 지을 때 환경적 측면에서 녹지를 많이 확보해 녹지에 방재 개념을 넣었다. 예를 들어 화단을 만들 때 오목하게 조성해 빗물을 모을 수 있고 공원, 학교 등과 같은 기반 시설을 저류지로 활용이 가능하다.

심우배 부사장은 선조들의 지혜에서 찾은 전통마을의 방재시스템을 통해 현대의 도시방재전략인 ‘토탈방재시스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원 대응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토탈방재시스템은 전통적인 방재시스템(하천, 하수도, 펌프장 등)과 병행해 도시의 토지이용, 기반시설(공원, 녹지 등), 주택단지, 시민 등이 모든 연계·대응해 재해위험을 분담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만으로 도시계획과 개발사업 등 공간계획을 활용해 효과적인 구축이 가능하며 대형화된 재해위험 분산 뿐 아니라 지표면의 저류, 침투능력을 제고해 유출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선조들은 기본적으로 풍수지리에 입각한 입지와 토지이용을 고려해 전통마을을 형성해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주거지를 입지시키고 연못을 만들어 수자원 확보 및 화재 시 활용했으며 수로를 이용해 물길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한옥과 같은 전통 건축물에서는 기단을 높이 지어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심 부사장은 “선조들은 기본적으로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주거지역을 형성했고 안전을 생활화했다”고 강조했다.

전통마을의 방재 시스템 사례로 꼽히는 낙안읍성은 홍수 시 범람 방지를 위해 하류부에 5개의 연못이 조성돼 있으며 안동 하회마을은 산에서 물이 내려오자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저수지를 조성했다.

또한 경복궁 근정전 앞 박석은 박석 사이사이에 물이 흘러가게 해 물의 유속을 지연시켜 갑자기 물이 모이는 것을 방지했으며 근정전에는 이중 기단을 만들어 침수 피해에 대응했다.


 

▲ 경복궁 근정전 앞 박석사이에 물이 흐르게 해 침수를 막았다.

취약성 고려한 입지와 배치 이뤄져야
폭우 취약성을 고려해 취약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녹지 등 오픈스페이스 용지를 배치하고 가장 안전한 지역에 주거용지를 배치하며 완충지역은 공공시설용지를 배치해 재해를 저감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심 부사장은 “건물의 배치만으로도 재해 예방이 가능하다”며 “우면산 산사태 당시 피해를 입은 아파트의 입구가 산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산사태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던 것에 반해 2012년 군산시에 발생한 산사태의 경우는 건물의 벽이 산을 바라보는 배치로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치만 달리해도 위험도가 확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는 “폭우 시 시민의 활용도가 적은 공원, 학교,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주변의 물길을 끌어당겨 굳이 비용을 들이고 새로운 곳을 찾지 않아도 저류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상암월드컵 경기장이나 잠실야구장과 같은 엄청난 양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지역을 조성할 때 빗물을 모으는 시설을 만들었다면 도시 방재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재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도 야구장에 물이 4~5미터 잠길 수 있도록 만들어 빗물이 모이도록 저류지를 조성했다.

공공시설 뿐만 아니라 민간건물을 활용한 방재 전략도 제기됐다. 대형 건물에서 재해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주차장을 꼽을 수 있다. 주차장은 차가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장애물이 없어서 비가 오면 빗물이든, 오염원이든 다 쓸려 들어가게 된다.

심 부사장은 “지하 주차장 4~5층에는 물이 들어갈 수 있게 하고 1~3층만 사용해 저류지로 활용해 물이 찰 때마다 청소비, 보상비를 지원해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이 주가 되는 커뮤니티 형성 중요
강남은 근래 자주 침체가 되다보니 교육청과 초등학교가 MOU를 맺어 운동장에 차수판을 꽂아 저류를 하기로 협의했다. 이런 시설들만 모아놔도 상당 부분 물 저류가 가능해 합리적인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한다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기존 시설물을 이용한 방재 전략 시행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심 부사장은 “토탈방재시스템에서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커뮤니티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주변 이웃과 협력해 시민들 스스로 지역 내 위험지역을 찾아내고 재해 발생 시 어떻게, 어디로 대피할 것인지 모색하며 방재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의 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 등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편 이러한 방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활성화되기에 우리나라의 예방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재난을 컨트롤하는 타워로서의 기능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심 부사장은 “재해는 예방에 투자하는 것이 복구하는 것 보다 평균 2~3배 정도 예산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예방이 상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 예방 인식 여전히 부족해

 

▲ 도로 노면수 대지 유입 차단을 위한 횡단 배수시설(좌)과 차수판 설치 (우) <사진제공=노아솔루션>



그는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에 안전이 이슈화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기 마련이다”며 “여전히 안전 예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아직 지자체는 인식 자체가 많이 떨어지고 추진할 여력이 없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중앙부처는 많이 달라졌고 조금씩 관련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어 고무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끝으로 심우배 부사장은 “기후변화시대에는 안전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선조들의 지혜처럼 안전한 곳을 찾고 그 다음에 시설 기능을 작동할 수 있게끔 생활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식의 전환, 생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전통방재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언론의 홍보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 노아솔루션(주)에서 대담 중인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사진 왼쪽)과 심우배 부사장.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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