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알파인(활강)경기장 조성사업 조감도 <사진=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환경일보] 이연주 기자 =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보호해 온 가리왕산의 수백년 된 나무들이 나이테를 드러내며 잘려나가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3일간 진행될 활강 종목의 스키장 건설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벌목 이후에 진행될 본격적인 스키장 건설이 시작되면 가리왕산의 생태계는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생태전문가들도 “가리왕산 생태계 파괴는 미래세대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한 가리왕산은 독특한 생물종이 함께 서식하는 원시림으로 학계로 부터 역사적·생태학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산림청은 가리왕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엄격히 막아왔다. 

역사적·생태학적 높은 가치있어

문제는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을 건설할 장소가 가리왕산 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은 표고 800m, 17도 경사를 갖춘 북향의 산지가 필요하고 경기 운영에 제약이 없는 교통시설이 요구된다.

결국 올림픽 조직위는 해발 1420m인 가리왕산이 최적지라는 결론을 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올림픽대회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다른 대안 없이 가리왕산으로 선정됐다. 공사 허가 조건은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장을 복원한다는 것이었다.

▲가리왕산의 사스래 군락 <사진=숲산사산림기술사사무소>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식생으로 온전히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활강경기장 예정지는 밀양 얼음골과 같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풍혈지역이기 때문에 토목공사만 없다면 지켜낼 가능성이 있으나, 스키장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벌목이 끝나면 먼저 슬로프를 만들기 위해 곤돌라와 리프트를 세울 지주를 박고 땅 다지기 공사에 돌입한다. 또한 인공 눈을 생성하기 위해 하천에 댐을 만들고 그 물을 스키 슬로프로 끌어올려 사용하며, 스키장이 완성되면 인공눈이 잘 만들어지도록 화학물질을 물에 첨가하고 만든 눈 표면을 다지기 위해 또 소금기 있는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등 가리왕산의 지형조건 변화가 불가피하다.

▲가리왕산의 주목 <사진=숲산사산림기술사사무소>



이러한 가리왕산의 훼손은 산의 토양과 하천, 나아가 스키 슬로프 인근의 보호지역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 곳에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진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는 “가리왕산 스키장 건설은 생태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가져올 것이며 이러한 훼손은 미래세대의 재산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단기적으로 본다면 강원도민들의 소득증진을 불러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세대가 가질 다양한 유전자 보존구역의 손실이기 때문에 여론을 수렵해 공사여부를 결정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350~450m 표고차에서 두 번 경기를 치루고 점수를 합산할 수 있게 한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인 ‘투런 레이스(2RUN RACE) 규정’을 적용하자고 제안했으나 강원도 관계자는 “프랑크 카스퍼 FIS(국제스키연맹) 회장이 밝혔 듯 투런 규정은 올림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건립 저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정규석 국장은 “앞으로 가리왕산 스키장 건설을 통한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CBD)에 참여한 국외 환경단체와 연계해 국제 올림픽 위원회에 항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등 국제 유치 행사의 문제점을 한국사회에 환기시킬 계획이다”고 전했다.


복원비용, 건설비용과 맞먹는 1000억

설상가상으로 복원을 하겠다는 강원도는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경기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복원에 드는 비용은 공사비에 맞먹는 1000억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어떻게 마련할지 뚜렷한 계획도 없다.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 따라 활강경기장 개발로 훼손되는 87만3199㎡ 중 생태자연도 1등급,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인 52만5843㎡(60.2%)를 2018년부터 2035년까지 복원할 계획을 세웠다.

강원도 관계자는 “복원 계획은 생태 자문단과 논의를 통해 2017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며 “복원예산은 1000억이 넘는 큰 비용이기에 강원도의 재정만으로는 어렵다. 때문에 향후 정부와 협의해 복원예산을 마련할 것이며, 올림픽 운영시설 건립을 위한 특별법과 비슷한 75%의 국비지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가리왕산에 활강 경기장 건설을 허가해준 산림청 관계자는 “복원은 차후 문제로 경기 후, 강원도 및 관계기관이 모여 합의점을 찾을 것이며 100%는 복원이 어렵더라도 근접하게 회복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리왕산 개발에 따른 야생 동·식물 영향에 관한 의견을 묻자 “야생 동·식물 관리는 1차적으로 지자체에서 이뤄지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 한다”며, 책임을 전가 하는듯한 답변을 내놨다.

yeo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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