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bble & Bubble-유걸



▲피타집 다큐멘터리-PaTI + 장영철

 



[환경일보] 이연주 기자 = 요즘 청년세대를 가리켜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하는 ‘삼포 세대’, 그리고 일, 소득, 집, 연애·결혼, 출산, 희망이 없는 ‘육무 세대’라 한다.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등의 신조어는 주거 문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도시화와 개인화, 저출산과 고령화는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1~2인 가구이며(2012년 기준), 2035년에는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 가족의 해체와 새로운 사회적 가족, 대안적 주거 공간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서울시립미술관(SeMA)은 정림건축문화재단과 함께 리서치 프로젝트 ‘협력적 주거 공동체 Co-living Scenarios’를 12월9일부터 2015년 1월2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우연한 공동체의 집-조재원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서 출발한 ‘협력적 주거 공동체 Co-living Scenarios’는 닫혀 있는 획일적인 주거 공간을 공유의 개념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내 공간의 1/3을 이웃과 공유하자’는 슬로건 아래 내 살림과 옆 집 살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삶의 터를 상상해보자는 것이다. 전시에 초대된 9명/팀의 건축가들은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며 각기 다른 시선과 언어로 준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주거 공동체를 제안한다.

삶의 공간을 고민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 건축가이기에, 이들의 제안은 낭만적인 동시에 오늘날 개인들이 살아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생태계를 구상한다는 점에서 ‘협력적 주거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의 명암을 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멘트 Apartment-QJK(김경란x이진오x김수영)

 



아홉 개의 시나리오는 그간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집이라는 개념과 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재테크의 수단이 된 주거 문제는 쉽게 비판했으나, 공간 자체를 의심하거나 구체적인 대안은 그려 보지 않았다. 예로, 비슷비슷한 평면의 아파트를 문제아 취급했으나 그것의 또 다른 가능성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또한 임대주택은 점차 게토화되고,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는 폐쇄적인 공간이 돼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있다.

도시 공동체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 공간도 갈수록 사유화되다보니 각자의 닫힌 방으로 들어가 연대와 교류 없이 살다가 홀로 죽어가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어두운 미래상이다.

이에 9명/팀의 건축가들은 삶의 공간에 개인의 소외를 최소화하는 반면 ‘생성과 만남의 여지’가 있고, ‘미지의 새로움’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제안에는 자율적인 개체로 독립적이되 고립되지 않은 사회적인 주체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다시 말해, 각자의 개인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때 공동체의 삶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축가들의 상상력과 고민을 담은 이 전시가 그동안 재산 증식의 수단과 동일시되었던 주거 개념을 재고하고 각박한 도시 환경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yeo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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