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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지금부터 줄여야 살아 남는다”

배출권거래제 초기 거래 부진은 예상했던 일
38개국이 시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감축방식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정부와 산업계, 정확히는 환경부와 대기업간의 수년에 걸친 진통과 갈등 끝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거래시장이 1월12일 개장했다. 첫날 물량은 고작 100톤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기대 이하의 성과라며 깎아 내렸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편집자 주>

Q. ‘개장 첫날 거래량이 너무 적었다’, ‘기대 이하다’, 그런 비난이 있는데?

A.
기본적으로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거래’라는 단어 때문에 ‘금’이나 ‘주식’처럼 돈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국과 달리 일반인도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할 수 있는 EU조차 처음에는 거래가 거의 없었고 불안한 기대 심리 때문에 거래 실적은 없는데 배출권 가격은 20유로가 넘게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배출권을 너무 많이 할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배출권 가격이 폭락했다. 우리보다 앞선 EU 사례를 충분히 참고해서 제도를 설계했다.

기업들이 내년 3월까지 명세서를 제출하고 6월에 배출량을 정산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그때가 돼서야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하는지, 배출권을 판매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기업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거래가 별로 없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Q. 지금까지 배출권 할당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던 기업들이 거래제 시작과 함께 배출권을 판매한다면 사실은 배출권이 남아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 밖에 안 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단체들은 배출권을 너무 많이 할당했다고 비판한다.

A.
시민단체들의 ‘과다 할당 비판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배출권거래제 1기는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 EU 역시 처음에는 무상할당을 통해 제도 정착이 주된 목적이었다. 또한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많은 배출권을 준 것도 아니다. 할당량이 10%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감축량이 10% 감소한 것이다. 전체 할당량은 1% 정도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Q. 산업계는 배출권을 지나치게 적게 할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A
. 당초 20억톤의 배출권을 신청했는데 16억톤만 할당했기 때문에 4억톤에 해당하는 12조원의 추가 부담이 있다는 것이 산업계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가장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을 때를 가정해서 계산해서 나온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업체는 970만톤을 신청해야 하는데 실수로 9700만톤으로 신청했고 이후 바로잡았다. 그런데 산업계는 9700만톤과 970만톤의 차이까지 기업 부담으로 계산했다. 

아울러 신청량과 할당량 사이의 갭인 4억톤 가운데 75%가 발전 분야다. 발전사의 배출량과 할당량이 차이가 나는 것은 2011~2013년 전력 위기 때 풀가동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처럼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는다. 그때를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하면 오히려 남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 역시 모든 개별 사정을 감안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보편타당한 기준을 세우고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균형을 맞추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1월12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 시장이 처음으로 시작된 가운데 정부 관계자들이 부산 한국거래소를

둘러보고 있다.



Q. EU와 달리 우리나라는 전력요금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어 배출권거래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
. EU는 전력시장이 민영화됐기 때문에 원가가 오르면 즉각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EU의 발전사들은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받았으면서도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해 가격을 올리고 배출권까지 팔아 수익을 남겼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 역시 궁극적으로는 EU처럼 탄소감축비용이 전력가격에 연동되고 유상할당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아울러 산업계가 간접배출에 대해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이는 억지다. 그들 역시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Q. 산업계는 이번에도 단골매뉴인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A.
지난해 열린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결과 우리나라 역시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런데 그때가 돼서 허겁지겁 줄이는 것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효과적이겠는가? 지금 줄이면 나중에 더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미리 감축하면 2020년 이후 감축량을 정할 때 유리한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산업계에 부담을 전가하려 것이 아니라 지금 미루면 나중에 돌아올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비용 대비 가장 효과가 좋은 배출권거래제를 지금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이 열렸다.



Q. 온실가스 배출량 1·2위인 중국과 미국도 안 하는데 우리가 왜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A.
미국이나 중국은 겉으로 보이는 비협조적인 태도와 달리 배출권거래제를 지역 단위로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7개 성(城)에서 하고 있고 2016년부터 전국 단위로 시행할 예정이다. 그들도 가까운 시일 내에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중국이 지역 단위로 시행한다고 비하하지만 7개 성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규모는 EU에 이어 2위 규모고 단일 국가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이다.

Q. 배출권거래제 2기에서는 변화를 줄 계획인가?

A
. 지금 당장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고 성과를 보면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배출권 할당이 과다했는지, 부족했는지를 판단해서 2기 할당량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예기치 못한 경제적 호황이 와서 배출권이 부족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좀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허용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반대로 과도하게 할당했다면 2기에서는 이를 감안해 할당량이 감소할 것이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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