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케이웨더] 김태환 기자 = 추위가 누그러지고 중국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하면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미세먼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미세먼지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영향을 줄일 방법은 없지만, 국내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만큼은 줄여야 한다. 인위적 배출은 사업시설의 굴뚝과 자동차 배기가스, 숯가마, 화목난로 등 생활 주변의 연소행위에서 대부분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사와 달리 납, 카드뮴 등 중금속과 각종 화학물질을 포함하는 미세먼지는 인체에 들어와 차곡차곡 쌓여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혈액과 폐의 염증반응, 심장 질환과 호흡기 질환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심한 경우에는 조기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국제암연구소(IARC)는 초미세먼지(PM2.5)를 석면, 흡연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 사망률 및 기형아 출산율에 영향

▲ 국제암연구소는 초미세먼지를 석면·훕연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환경부는 지난 1995년부터 10㎛ 이하의 미세먼지를 대기오염물질로 규제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3년 내놓은 ‘초미세먼지의 건강영향 평가 및 관리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미세먼지 일평균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이 0.44% 증가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이 0.95% 증가한다.

 

KEI 배현주 박사는 “하루 단위로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증가해도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이화여대 병원이 임산부 1500명을 4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상승할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최대 16%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체중아 출산율과 조산·사산율도 각각 7%와 8%씩 증가했다.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이종태 교수 역시 지난해 ‘초미세먼지 주의보발령상태의 건강피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임신기간 중 초미세먼지가 심할수록 영아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그는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위해물질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함유돼 있다”며 “기도나 기관지와는 다르게 폐포까지 침투한 미세먼지는 제거할 수 있는 해부학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초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각종 질환이 쉽게 발병한다. 이 교수는 “임신기간 동안 초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태아 사망 확률이 높아지고, 60대 노인의 경우 초미세먼지가 증가할 때마다 폐기능이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인, 임산부와 영유아, 아동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초미세먼지를 10마이크로만 낮춰도 연간 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외국의 한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치매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뇌 인지 기능 퇴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순천향대학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기업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혈관을 타고 들어가서 뇌에서는 치매, 심장에서는 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 10㎍/㎥ 낮추면 심혈관계 입원 5918건↓”

한편 지난해 2월 KEI 공성용 기후대기연구실장은 ‘초미세먼지(PM2.5)의 건강영향 평가 및 관리정책 연구’란 주제발표를 통해 “초미세먼지가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 실장은 2006~2010년 서울시민의 병원 입원 자료를 이용해 초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을 조사 분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심혈관계 입원 발생위험이 전체 연령집단에서 2%, 65세 이상 연령집단에서 3.74%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계 입원 발생위험 역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1.06%(전체 연령집단), 8.84%(65세 이상 연령집단)씩 높아졌다.

 

공 실장은 “통계적으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증가는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입원 발생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만 특히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입원 발생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 개선으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10㎍/㎥)로 낮아지면 2010년 서울시민을 기준으로 전체연령 집단에서의 심혈관계, 호흡기계 관련 질환 입원이 각각 5918건, 2609건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또한 “만약 미세먼지(PM10) 농도가 우리나라 대기환경기준인 50㎍/㎥만 달성해도 병원 입원이 심혈관계 2479건, 호흡기계 1170건 각각 감소할 것”이라며 “대기질 기준을 설정할 때 건강을 고려한 대기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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