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은 창조경제 꽃피울 핵심분야
- 한중일 고구마연구회가 큰 기여할 것
- 알제리 등에 ‘전략적 농업 접근’ 기대


다기능 고구마는 건조, 고염분 지역에 최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곽상수 센터장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이 매년 1%씩 감소하고 있어요. 심각합니다.” 금년부터 2년 임기의 한국식물생명공학회 회장을 맡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의 첫마디였다. 곽 박사는 2050년 세계인구가 91억명으로 불어날 것을 대비해 지금부터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엄청나게 부족한 식량을 어떤 방법으로 마련한다는 걸까.

 

글로벌 식물생명공학기술 개발

 

곽박사가 제시하는 해답은 ‘글로벌 식물생명공학기술 개발’이다. 예를 들면 사막화 건조지역이나 해안, 간척지 같은 고염분지역, 폐광산등 오염지역에서 스트레스를 견디는 유전자를 개발하고 생산과 기능을 높이는 유전자로 발전시켜간다는 것이다.
조건불리지역은 포플러나 야자수 같은 지역적합수종을 방풍림으로 이용하면서 고구마나 알팔파 같은 산업식물을 재배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구마는 건조하고 고염분지역에 최적격이다.
사막화방지 생명공학기술에는 먼저, 사지(비타민나무), 포플러 등 경제수종을 개발해야 한다. 고구마와 감자 등 경제작물과 알팔파나 양초 같은 사료작물과 생물농약, 생물비료 등 친환경 생물소재 개발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배경에는 사막화 지역민의 소득증대를 통한 이해 당사자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 관건이 된다.

 

 

 

 

 

 

 

식량, 에너지 등 팔방미인 고구마


고구마는 1763년 조선통신정사로 일본에 가던 조엄에 의해 대마도로 부터 도입돼 약 250년간 우리나라에서 재배돼왔다. 세계 7대 식량작물로 열대와 아열대 온대지역 모두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식용, 사료용, 산업소재(전분, 주정, 항산화물질) 생산용으로 쓰인다.
고구마의 장점은 건조 등 척박한 토양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토양유실이 적고 태풍 등 재해에도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재배시 농약과 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식물이기도 하다.

고구마의 효능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민망할 수준이다. 먼저, 단위면적당 탄수화물 생산이 최고다. 부양능력이 가장 높아 구황작물로 적격이다.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노화와 질병을 예방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당화지수가 현미 수준으로 낮아 당뇨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도 좋다.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압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알칼리 식품으로 몸을 중화시켜 준다. 껍질 채 생으로 먹을 수 있고 잎과 줄기도 영양소가 풍부해 버릴 것이 없다. 지상부와 지하부 모두 이용이 가능해 그야말로 버릴 것 없는 완벽한 최고의 산업식물이라 하겠다.  
고구마는 또 오염토양 복구용과 에너지용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폐광산, 중금속 오염지의 경우 초기엔 산업용으로 바이오에탄올로 정제해 에너지로 쓰다가 10년 정도 지나 토양이 정화되면 같은 부지에서 식량용 고구마 재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세계 곡물 흡입하는 중국

 

중국의 식량문제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2004년부터 중국은 그 넓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했다. 2012년엔 약 1,400만톤의 곡물을 수입했고, 사료용 대두는 약 5,800만톤 (중국소비량의 80%에 해당)을 수입했다. 세계 곡물을 폭풍흡입하고 있는 중국의 식량문제와 관련해 환경전문가 래스터 브라운은 이미 1995년 ‘누가 중국을 먹일 것인가(Who will feed China?)’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의 식량(식품)자급율은 44.5% 수준이다. 2012년 기준 사료용곡물을 포함시킨 곡물자급률은 22.6%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32% 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지만 낙관하긴 어렵다. 고기소비가 늘고 농지가 매년 1% 이상 산업단지, 택지, 도로 조성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앙으로 생산성도 장담할 수 없다. 2009년 한해만 전용된 농지면적이 2만 2680ha로 여의도 면적의 27배이고, 새만금에 조성예정인 전체 토지면적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인생을 바꿔놓은 친구사랑

 



1960년대 초 어린 시절 부친이 대구, 달성, 현풍을 관할하는 우체국 국장이었던 터라 곽박사는 나름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먹을 것 없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친구들을 배불리 먹일 방법 찾기’에 고민하게 됐다. 결국 고1때 이과를 선택하고 경북대학교 농과대학에 입학해 농학과 작물학에 심취했다. 농촌새마을지도자를 목표했지만, 대학교수의 진학권유에 따라 대학원에 진학한다. 이후 일본 동경대에 진학해 3년 만에 학위를 받고 1990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으로 옮겨와 근무하고 있다. 곽상수 박사는 21세기 해답은 ‘환경과 바이오’, ‘현장을 위한 생명공학’이라 정의하고 그때부터 고구마에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글로벌 협력네트워크 필수

 

곽박사는 고구마를 전략적으로 전파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건조지역, 고염분지역, 폐광산지역 등 글로벌 조건 불리지역을 고려해 중국, 카자흐스탄 연구기관들과 글로벌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왔고, 알제리, 중동, 중앙아시아 등 해당 국가들과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을 협력의 우선 대상으로 꼽고 50번 넘게 중국을 오가며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2008년 중국과학원 물토양보존연구소(ISWC), 2012년 중국농업과학원 고구마연구소(SRI)와 MOU를 체결하고 한중사막화방지 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BJRCCD)를 운영하면서 사막화방지 농임업생명공학 기술개발 공동연구를 수행중이다. 또한, 500 여명의 중국 고구마전문가를 이끄는 중국고구마 연구책임자인 마 다이후(Ma Daifu) 박사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카타흐스탄과도 2013년 수도 아스타나에 소재한 국가생명공학연구소(NCB), 알마티에 소재한 식물생명공학연구소(IPBB)와 MOU를 체결해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도 국제감자(고구마)연구소(CIP)와 협력하고, 2012년 9월부터는 한중일 고구마연구협의회를 발족했고, 2014년 3월부터 한중일 고구마 유전체 해독 컨소시엄 프로젝트를 농촌진흥청 다부처유전체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사막화와 유목민 고질병

사막화 방지를 위한 소득작물(고구마,알팔파등) 재배 모식도

 

카자흐스탄, 중동, 북부 아프리카는 고구마를 전파하기에 매력적인 곳이다. 사회주의 국가이고, 이슬람 문화권이며, 막대한 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지금 자원을 팔아 살고 있지만, 언젠가 그 자원이 고갈된 이후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이들 나라에서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현지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하면서 환경도 개선하고 식량도 증산할 수 있다. 곽박사는 카자흐스탄 생명공학연구소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수도 아스타나 위쪽 북위 51도 지역에 고구마를 성공적으로 시범재배 했다. 고구마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120일 이상이면 재배가 가능하며, 위도가 높을수록 병충해가 적고 가을철 밤낮의 온도차가 심해 오히려 저장뿌리의 생산에 유리하다. 러시아의 경우도 연해주 남쪽이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러시아, 유럽은 고구마의 진가를 모른다. 아프리카 북부 알제리는 국토의 80%가 사막이지만, 자원이 많아 잘사는 나라다. 그런데 유목민 혈통들은 대체로 수명이 짧다.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하고 고기를 많이 먹다보니 암과 당뇨병에 잘 걸리기 때문이다. 고구마는 현미와 비슷해 당을 천천히 분해하고 암과 당뇨, 혈압에 개선효과가 있다. 알제리의 경우 사막화 방지와 고질병 치료 두가지를 들고 집중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곽박사는 자신한다. 또한, 유목국가에서 알팔파 같은 콩과 초본식물은 가축사료로, 토양피복용으로 대단히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중일 공동연구에 기대

 

중국은 전세계 고구마의 70%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고구마 강국이다. 오랜 연구경험이 있고 인재도 많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뜻있는 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한중일 고구마 연구협의회(이하 협의회)’에는 전세계 고구마 연구자의 80%가 함께 하고 있고, 곽상수 박사는 2대 회장을 맡아 2014년 12월1일부터 활동 중이다.
그간 중국과 일본에서 일궈놓은 고구마 관련 많은 연구결과물들이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협의회가 3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중일은 식량, 환경, 에너지, 보건문제에서는 공동운명

체이며, 척박한 지역에 잘 자라는 고구마품종을 개발하면 3국의 공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곽박사는 고구마유전체 해독에 대략 20억 정도 비용과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후 개발된 유전체 정보를 갖고 척박한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만들려면 10년 동안 약 500억 정도 비용이 소요되고, 2030년 쯤엔 성과를 볼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 2050년 91억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을 공급할 기술이 빛을 보게 된다. 기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안전차원에서 고구마 연구해야

 

곽박사는 우리나라 국가안전차원에서 고구마 연구의 기여 가능성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먼저, 국가 식량안보구축 역할이다. 가칭 식량안보법을 제정해 예산을 편성하고 남북통일을 대비해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고구마를 비롯하여 농업전반에 대한 기술로드맵(TRM)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글로벌 차원의 자원고갈에 적극 대응하는 역할이다. 고구마의 식량, 에너지, 소재 등으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고 국내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와 해외 식물생산 기반연구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세 번째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사막화 방지 등 글로벌 환경이슈 해결을 위한 역할이다. UN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분야다. 곽박사는 이와 관련한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농림수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 외에도 산림청,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국토해양부 등 여러 부처와 기관들이 관심을 갖기를 당부했다.

 

꿈을 같이 할 사람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연구팀


농업은 창조경제를 꽃피울 중요한 분야라고 곽박사는 강조한다. 신약은 귀히 여기면서 농업을 방치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20년 전 고구마 연구 한다니까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만, 지금은 저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를 통해 꿈을 같이할 사람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의 바람중 하나는 앞으로 20년 내 제자 중에 세계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이 나오는 것이다.
곽박사가 책임을 맡고 있는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와 한중사막화방지 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 연구팀 13명의 멤버 중에는 중국인 과학자가 5명이고, 그중 3명은 정부초청장학생이다. 그간 중국인 박사 4명을 배출했고, 6개월 이상 방문연구원은 10명이 된다. 서북농림과기대학, 대련대학 교수가 된 제자도 있다. 몇 년 내 국제무대로 나갈 재목도 몇 명 있다고 자랑한다. “저를 대신할 기라성 같은 후배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것이 시스템이죠.” 정년 후엔 그를 필요로 곳이라면 세상에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도움 주면서 살 계획이란다. 

인간 중심에서 생태중심으로 사고의 대전환이 있어야 참된 복지를 이룰 수 있다고 곽 박사는 강조한다. 그가 공들이고 있는 글로벌 고구마 사업이 잘 열매 맺어 91억 세계인들을 먹일 그날을 기대해본다. 

 

 

<대담 김익수 편집대표이사, 정리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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