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노후를 보내고 싶은가 설문조사를 해보면 열의 여덟 명은 ‘지금의 배우자’라고 답한다. 특히 남자들이 이런 대답을 하는 비중이 더 높다.

 

자녀와 함께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일부 있고, 극소수 의견으로 ‘미래의 새로운 배우자’가 있기도 하다. 어쨌든 배우자야말로 노후의 가장 큰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약간 모순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부부가 함께 은퇴 후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간절한데 정작 은퇴 준비는 독단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 은퇴설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노후생활을 원하는지 미리 대화해야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지 않는다. 한 번쯤 시간을 내서 각자가 원하는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의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김칫국만 마시다 끝날 수도 있다. 한 번 의논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 수시로 의논해야 한다. 사람의 생각은 여건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니까.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전통으로 인해 남편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무조건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마초형 남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또 반대의 경우도 많다. 아내가 경제적 주도권을 쥐고 남편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괜히 쓸데 없는 일 벌이지 말고 아내 하자는 대로 따라오라고 무시 하곤 한다.

 

남편이든 아내든 은퇴설계와 노후생활의 주도권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나중에 비극과 상처를 불러올 수 있다. 내 성에 차지 않더라도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한다. 은퇴설계를 위해서 저축이나 투자, 창업 등을 결정할 때는 부딪힐 일이 많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함께 전문가를 만나라고 권한다. 서로 자기 의견을 내세우다 보면 대화가 되지 않고, 부부가 머리를 맞대어도 좋은 계획을 세우지 못할 때가 많다. 함께 전문가를 만나 충분한 조언을 들은 후에 서로 의논하면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부부 은퇴설계의 성공을 위해 의논할 게 많다. 가장 간단한 재무 부분부터 의논하라. 부부의 국민연금은 어떤지, 개인연금은 어떻게 들었고 운용되고 있는지, 퇴직금은 어떤 형태인지, 위험에 대비한 보험은 충분한지 등을 함께 검토하며 의논하기 바란다. 지출계획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은퇴 후 재취업을 할지, 창업을 할지, 귀농귀촌을 할지 등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구체적으로 들어가 부부가 함께할지, 한 사람만 할지, 어떤 업종에서 어떤 규모로 할지 등도 의논해야 한다. 은퇴 후 어디서 살지도 중요한 의논 대상이다. 건강이 나빠져 요양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대화해 두는 게 좋다.

 

자녀를 언제 독립시키고 어디까지 지원하며 무엇을 물려줄지도 미리 의논해야겠다. 그리고 은퇴 한 첫날을 가정하고 그날의 생활계획표를 머리를 맞대고 그려보기 바란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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