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케이웨더] 김태환 기자 = 기상이변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와 극한 기온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한파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현상과 자연재해·대기오염을 통한 열 스트레스, 전염병 등을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들 위험요인은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피부암, 전염병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망에도 이르게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폭염, 한파 등 기상재해의 증가로 인해 2050년까지 질병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37차 기후변화건강포럼에서 성균관대 정해관 교수는 ‘국내 기후관련 질병부담과 전망’ 발표를 통해 질병으로 인한 장애 및 조기사망에 따른 건강손실년수(DALY)로 산출한 결과 총 질병부담의 97%는 폭염과 기상재해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폭염으로 인해 여름 평균 기온이 1℃ 상승할 경우 연간 약 2만 5300인년(person-year), 심뇌혈관계 질환으로는 연간 2만 7200인년의 질병부담이 발생한다”며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질병부담은 기온상승에 따른 질병과 기상재해의 건수 증가로 2050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고 현재 추세대로 배출한다는 조건하에서 폭염은 2011년 대비 2030년에는 107%, 2050년에는 237%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해의 경우 2011년 대비 2013년에는 25%, 2050년에는 33% 늘어날 것이라며 “미래 인구 구조의 변화가 노령층의 증가인 만큼 노령 취약계층의 심혈관계 질환과 폭염으로 인한 사망,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의 2012년 조사결과에서도 1901년 이후 최근까지 100년 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은 ‘폭염’이었다. 특히 1994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3384명으로 2위인 1926년 ‘태풍’ 사망자 1104명에 비해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외국 사례도 마찬가지다.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의 사망 통계 자료를 이용해 폭염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75세 이상의 여성 노인인구에서 일 최고기온이 36.5℃ 이상일 때부터 기온이 1℃씩 증가할 때 마다 사망률이 28.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손실 누적 비용 2050년 101조원 이를것


이어서 발제를 맡은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의 박재현 교수는 국내 기후변화 질병의 비용 부담을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여름 평균기온이 1℃ 상승하면 7076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폭염 및 이상기온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인한 비용이 약 6557억원으로 가장 컸고, 심근경색 525억원, 온열질환은 2억 7100만원으로 추계됐다.

박 교수는 “인류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아 지구 평균온도가 계속 상승하는 시나리오(RCP 8.5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건강영향의 경제적 부담 역시 2050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건강손실로 인한 누적 비용은 2011년 대비 2020년에는 약 16조원, 2030년에는 약 38조원, 2050년에는 약 101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질병관리본부 곽진 팀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적응대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가 향후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국가차원의 적절한 적응정책 추진으로 건강피해 최소화 및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곽 팀장은 그동안 질병관리본부에서 추진했던 온열환자 예방 대책의 성과를 설명하며 앞으로도 기후변화 건강영향 감시망과 취약계층 우선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 기후변화 위협에 대응하는 보건의료체계의 기반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포럼에 참석한 이회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부의장은 과학적 차원의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논의 대비, 정책적 측면의 진전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학과 정책의 간극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가 나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건강영향과 경제적 비용 문제를 앞으로도 비중있게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kth1984@onkwea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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