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발생 그 후, 주목받지 못한 피해자 동물들
생태계 변화 등 ‘환경 문제’ 전 세계 관심 필요


네팔은 지난 한 달 동안 유례없는 아픔을 겪었다. 4월25일과 5월12일, 진도 7.0 이상의 강진이 두 번씩이나 네팔 전체를 뒤흔들었다. 전국에서 8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 유산 중 3곳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으며, 전 세계의 시선은 네팔로 쏠렸다.

 

첫 지진이 일어나고 한 달, 네팔 사람들은 두 번이나 지진을 겪은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복구하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긴급구호와 국제원조가 네팔로 쏟아져 들어왔으며, 현재까지도 각국의 NGO가 네팔 전역에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상은 오로지 사람에 집중돼 있으며, 문화재 복원과 자연 환경 조사, 피해 지역 복구 등은 아직도 모두 과제로 남아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있었으니, 바로 네팔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다.


희귀종의 서식지, 히말라야 산맥
과거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종이 다수 서식했고, 전 세계 조류의 7% 가량이 네팔에서 관찰됐다. 힌두교를 믿는 네팔에서 소는 절대 불가침의 신성한 존재였고, 공양되고 남은 음식들은 사원을 떠도는 동물들에게 돌아갔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이고, 원숭이, 까마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맹금류까지 카트만두 시내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의 지진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상처를 줬다.

 

▲ 힌두교 사원 퍼슈퍼티나뜨 앞 비어버린 가판대 근처에서 원숭이가 먹이를 찾고 있다. 지진 전에는 여행객이 노점상에서 사 주는 음식과 공양하는 음식들이 이들의 몫이었으나, 지금은 여행객이 끊어지고 상인도 철수했다. <사진제공=네팔 현지 자원봉사자>



서식지와 먹이를 잃어버렸고, 다치거나 병든 동물 역시 쉽게 볼 수 있으며, 어미를 잃은 새끼도 흔하게 보인다. 지진 혹은 이후의 다른 이유로 목숨을 잃은 동물 시체가 길에 굴러다니지만, 사람 시신도 제대로 수습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6월 초 우기가 돼 이런 시체와 쓰레기가 부패하면, 전염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네팔의 주요 힌두교 사원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퍼슈퍼티나뜨 사원에서는 지진 직후 한 때는 하루에만 1000구의 시신을 태웠다. 힌두교 전통의 장례 문화를 보러 오는 여행객들과 이들을 상대로 하는 상인, 장례를 진행하는 종교인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사원이었지만, 지진 희생자의 수습이 끝난 이후에는 조용하기만 하다. 사원 건물에는 금이 가 출입이 금지된 상태이고, 여행객들은 전부 떠났다. 여행객이 없으니 장사가 될 리 없어 노점상들도 대부분 떠났다. 이 사원에서 공양된 음식으로 배를 채우던 개들과 원숭이들은 한 달 째 생으로 배를 곯고 있다. 새끼 등 연약한 개체는 곧 도태될 것이다.

 

지진으로 충격을 받은 맹금류가 떠난 사이, 치우지 못한 쓰레기와 복구되지 못한 하수구 사이에서 쥐가 창궐했다. 산간 지역 희귀 동식물의 피해 상황은 조사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동물 폐사로 수인성 질병 발생 ‘우려’

▲ 사원 입구에 누워있는 개의 다리에는 상처가 나 있고 파리가 들끓는다. 하지만

사람에게도 깨끗한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처를 입은 동물까지 돌봐줄 여유는 없다.

그나마 수도 카트만두의 상황은 많이 나은 편이다. 지진의 가장 큰 피해지로 알려진 북부 산간지역 신두팔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닭장이 무너지면서 닭과 오리가 모두 폐사했으나, 가재도구도 건지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력도 시간도 자원도 없다. 집이 무너진 자리에서는 가축이 부패하는 악취를 그대로 맡을 수 있다. 지하수를 주된 생활용수로 삼는 네팔에서는 부패로 인한 수인성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북부 산간지방에서 오염된 수원이 도시로 내려오면, 그 다음에는 인구 100만의 대도시인 카트만두가 위험해질 것이다.

 

하지만 정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난민 캠프는 드물며, 대부분 NGO의 원조 또한 의료와 식량에 집중돼있다. 트라우마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나타난다. 두 번의 지진을 겪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난 동물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대단히 높으며,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사람과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곧 사람에게도 그 결과가 나타난다.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상태에서는 먹이 사슬의 하단에 있는 동물들의 번식이 빨라진다. 지금 네팔 전역에서는 파리, 바퀴벌레, 쥐가 들끓고 있다. 지진은 지질 환경의 변화도 가져왔다. 남부 평야 자파 지역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지형이 뒤틀리면서, 지하수가 지상으로 올라와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홍수가 났다.
이번 지진으로 에베레스트 역시 1m 정도 낮아진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곧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생태계의 끝에는 인간이 있다. 전염병이 예상되고 다음 농사의 결과가 불확실해 졌다. 지형 변화로 인한 먹이사슬의 변화에 따라 동식물의 분포 역시 달라질 것이다. 도시에서는 사람과 함께 공존하던 개, 원숭이 등 가축류의 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공양할 음식이 없어 동물이 떠나지만, 정상화가 되면 그 음식물을 처리해 줄 동물이 없어 또 문제가 될 것이다. 지진을 겪은 사람들에게 염소와 오리 등은 중요한 재산이지만, 지진으로 어미를 잃은 새끼들은 쉽게 상위 포식자의 먹이가 된다.


하지만 지진으로 집을 잃어버린 네팔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시각 및 동물과의 공존은 사치일 뿐이다. 한 달 뒤에 올 전염병보다는 당장 오늘 밤에 올 여진이 훨씬 더 두려운 존재이다. 당장 자신의 가족조차 챙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환경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의 네팔은 지진으로 발생한 스스로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네팔의 문화유산과 환경 유산은 네팔만의 것이 아니다. 에베레스트에서 살고 있는 희귀 동식물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류 전체의 손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 모두가 네팔에 대한 관심과 복구 지원을 끊임없이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진이 발생하고 한 달, 네팔에 대한 관심은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네팔의 복구는 이제 시작이다. 무너진 문화유산을 일으키고,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으려면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진에서 살아남았다고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네팔 안에서 사람만 상처를 받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를 지진 전으로 복구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남은 숙제이다.

 

 

<글/정경진(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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