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렵다고 필수적 가치 ‘안전·환경’ 포기 못해
미래세대 위한 장기적 관점이 더 큰 풍요 가져와


<사진=김경태 기자>

[환경일보]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환경부 차관의 자리에 오른 정연만 차관은 과거 과장 시절이나 기조실장 시절, 내부 조사에서 항상 ‘존경받는 동료, 상관’으로 꼽힐 만큼 조직 내부의 신망을 쌓아 왔다. 환경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는 주문에 그는 ‘환경은 생명’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는 구미 불산 유출사고 같은 화학물질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화학물질 위해로부터 국민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을 제·개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산업계의 극심한 저항에도 불구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BAU 대비 30% 감축) 달성을 위해 범부처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시장 매커니즘에 기반해 기업이 유연하고도 경제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전면 시행했다.

이외에도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법을 제정해 환경오염과 피해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피해 구제를 받지 못했던 환경 피해자들이 보다 쉽게 피해를 입증하고 구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 환경 욕구 갈수록 커져

이에 대해 정연만 차관은 “환경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기업에게 불편을 준다는 불평이 당연히 있었지만 과거와 비교해 국민들의 안전, 환경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인간의 필수적인 가치인 환경과 안전을 소홀히 하거나 희생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산업계 뿐 아니라 NGO에게도 욕을 먹었다. 자동차업계 반발에 밀려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한 저탄소차협력금제가 2020년 이후로 연기됐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무상할당 비율을 대폭 확대해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닌지, 모든 부담을 다음 정부에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정 차관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국민 여론과 언론, NGO 등을 토대로 특정정책을 주장하거나 반대할 수 있지만 일단 결정이 나면 행정조직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환경부 위기론에 대해서도 정 차관은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행정이 안정화된 유럽은 환경과 개발부서가 통합되고 있는데, 이는 개발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유지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산림청, 물 관리 일원화 등의 문제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합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개발이 환경보다 중요시되는 시대에는 개발부처가 환경부를 흡수하는 형태가 논의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개발의 여지가 줄고 결국 역학관계가 역전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우리 사회가 환경을 더 중요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곳곳에서 환경과 안전은 경제논리에 밀려 무시되기 일쑤다. 정 차관 역시 이점에 동의했다.

그는 “기업체들이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지수는 죄다 높지만 환경지수, 사회적 지수, 행복지수 등은 낮다”라며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면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전혀 없다. 그나마 정부가 화학사고에 대비한 법을 만드니까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차관은 “물론 법 하나 바꾼다고 해서 사회가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정책을 일관되게 가져가야 하고 기업에게도 앞으로 환경이 중요시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계속 줘야 한다”라며 “환경문제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지속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의 음식물쓰레기 공공처리시설을 방문한 정연만 차관. <사진제공=환경부>



국립공원, 산지관광특구 제외해야


환경을 지키는 부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주제인 국립공원 케이블카 문제와 산지관광특구에 대해 묻자 정 차관 역시 복잡한 문제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환경부는 탐방객으로 인한 국립공원 훼손 최소화 방안의 하나로 설악산과 지리산에 한정해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후 결과를 봐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반면 정부는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신자관광특구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특별법 형태이기 때문에 특구로 지정되면 기존의 모든 규제와 상관없이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난개발 우려가 높다.

산지관광특구에 대해 문체부가 특별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에 있으며 국립공원을 특구 지정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국립공원 지역은 우리나라 야생동식물의 45%, 멸종위기종의 63%가 서식하는 핵심 보호지역으로 특구 지정은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정 차관은 “산지관광 특성화를 하자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국립공원은 제외시켰으면 하는 것이 환경부 입장이다.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는 것만 해도 전국이 난리인데, 국민 정서상 다른 시설물을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인 현실에서 일정 부분 산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동감한다. 유럽을 봐도 산지를 일정 부분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그렇다고 산꼭대기에 호텔을 짓고 산을 토막 내는 식의 난개발은 안 된다.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개발의 편리성만 보고 지속성은 보지 못하면 난개발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는 인류 공동의 문제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기후변화 대응 총괄 부처는 환경부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을 주관하는 부처도 역시 환경부다. 그렇다보니 같은 정부 부처 안에서도 환경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지만 산업부, 국토부 등은 소극적이다.

이에 대해 정 차관은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인류 공동의 책임이고 국가마다 인식이 다르다보니 ‘우리가 좀 해서 뭐가 되느냐’ 이런 반응이 많다”라며 “그러나 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규제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 연기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쳤으며 산업에 미칠 영향과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연기 결정 직전까지 산업계의 흑색선전에 치열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계 로비에 밀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당시 주요 언론들은 경제계 단체들이 쏟아내는 각종 과장된 수치를 근거로 저탄소차협력금제를 도입하면 외국 업체에 국내 자동차 시장을 모두 내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정 차관 역시 “기업의 힘이 많이 강해졌다. 정부가 공들여 쓴 자료는 잘 안 써주면서 경제단체에서 자료를 내면 언론이 관심을 가진다”라고 하소연했다.

저탄소협력금제를 양보 당한(?) 대신 환경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말 승용차 온실가스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온실가스 감축 총량에 차이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제도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 1차 계획기간에 감축부담을 다소 완화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감안해 국내 산업의 대외경쟁력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상할당 비율을 높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여전히 배출권 할당량 부족 등을 사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제도 시행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 협의회’ 등 상시협의 채널을 가동해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정 차관은 특유의 소탈한 태도 때문에 환경부 내부에서 ‘존경받는 동료, 상관’로 뽑혔다. 



환경부는 브레이크 밟는 부처


정부 조직 가운데 환경부는 외로운 부처다. 국토부나 산업부 등이 국가 경쟁력, 일자리 창출 등의 이유로 개발을 외칠 때 브레이크를 밟는 유일한 부처다. 그렇다보니 정무회의에서도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 차관은 “조금 우스갯소리로, 환경부는 목소리가 커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부처 다수와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부처는 확실하게 밀어주는 업계가 있다. 농림부는 농민이 뒷배경이고 산업부나 국토부는 말할 것도 없다. 반면 환경부는 말 못하는 동식물과 미래 세대가 배경이다 보니 더욱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동식물이 환경부의 가장 열성적인 지지자이며 혜택의 대상임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환경부는 동물복지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선진국들은 동물원 개념을 단순한 전시와 관람에서 벗어나 교육, 유전자원 확보 등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동물원은 아직도 동물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자격제한도 없는 실정이다.

정 차관은 “동물원에서 사육·전시중인 동물의 사육환경 및 복지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공감하고 있으며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동물복지 강화 추세에 맞춰 국회에서도 동물원 등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환경부에서도 동물원 관리방안 등에 대한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선방안은 선진국의 동물원 관리 개념을 대부분 도입하고 있다.

동물원의 기능으로 야생동물 보전, 연구, 정보제공 및 생물다양성 보전 등을 명시하고 구체적 관리기준으로 사육시설 기준, 영양관리, 질병관리 및 학대방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환경은 여전히 거대담론 수준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면 과거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다른 이슈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아울러 과거보다 환경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환경이 중요시되지 않는 데는 여전히 성장에 무게를 둔 정부정책과 환경을 장애물로 여기는 기업 인식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이에 대해 정 차관은 “환경에 관한 거대담론에는 누구든 토를 달지 못한다. ‘환경을 보전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누구나 ‘그렇다’라고 답하지만 막상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이견과 반대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환경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실생활에서 실천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구호는 난무해도 실천이 없다는 것”이라며 “야외 활동에서의 몰지각한 행동 밑바탕에는 환경의식 부족이 있다”라며 “미래 세대를 함께 생각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지금 수고스러워도 나중에는 더 풍요로울 수 있다. 멀리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단기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지만 현실에서 환경교육은 처참한 수준이다. 중고등학교 등지에서 환경과목 선택률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고 환경교사가 아닌 다른 과목 교사가 함께 가르치느라 환경교육을 전공한 학생들의 교사 임용은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정연만 차관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대신, 자신의 생각도 분명히 전달한다.



정 차관 역시 이러한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는 “환경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흩어져있던 것들을 한데 묶어 과목으로 따로 떼어냈더니 어렵다고 선택하지 않더라”라며 “입시위주 교육에서 선택률이 낮으면 오히려 환경교육 효과가 낮다. 입시위주 교육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전인교육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에는 정부가 국민에게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시대이며 당위론적인 강압보다는 경제적 유인책이 오히려 먹히는 시대”라며 “천만장 가까이 발급된 그린카드의 경우 많이 쓰면 연간 수십만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이런 사례를 계속 발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업과 소비자에 대해서도 정 차관은 “그린이라고 하면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앞으로는 단기적인 경쟁력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를 포함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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