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케이웨더] 김태환 기자 = 한 여름 작열하는 태양빛은 기피대상 1호다. 피부노화와 각종 피부염, 피부암을 유발한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 햇빛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노을이다.

흔히 땅거미나 황혼 혹은 박명(twilight)이라고 부르는 노을은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태양빛에 의해 붉게 물드는 현상이다. 노을은 그 특유의 색감과 아름다움 때문에 화가나 시인 등 여러 예술가들에게 작품의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인 김광균은 그의 시 ‘데생’에서 노을을 ‘보랏빛 색지(色紙) 위에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라고 표현했고, 화가 J.터너는 그의 작품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에서 배경에 노을을 담아 종말을 강렬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노을의 과학적 원리는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는 않다. 사실 노을은 햇빛이 수증기나 미세먼지 등 하늘에 있는 부유물질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타는 듯 붉은 이유는 가시광선 중 붉은 빛의 파장이 가장 길어 육안으로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다.

노을은 아침에도 생기지만 저녁이 훨씬 더 뚜렷하고 아름답다. 이것은 공기 중에 떠 있는 오염물질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먼지가 많을수록 빛의 산란이 더 많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기압이 서쪽에 위치하고 있을때 선명한 노을을 볼 수 있다. 이는 고기압이 구름의 발생을 막고 대기의 오염물질은 지표 근처에 머물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지표 부근의 오염물질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은 산란시키고 파장이 긴 붉은색은 공기층을 통과시켜 붉고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이유로 ‘저녁노을은 맑음, 아침노을은 비’라는 속담이 있다. 서쪽 하늘에 저녁노을이 생기면 서쪽 하늘에 먼지가 많다는 것을 뜻하며, 먼지가 많다는 것은 고기압권 내에서 날씨가 좋다는 뜻이 된다. 반면 동쪽 하늘에 아침노을이 붉게 물들면 이미 고기압이 동쪽으로 지나가고 서쪽의 저기압이 다가와 비가 올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서쪽 하늘의 노을을 바라봐야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중위도 지역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중위도 지역은 연중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구름이나 저기압, 고기압 등 기상 현상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간다.

동쪽 하늘에 지는 아침 노을은 이미 지나간 하늘이라 다음날의 날씨와 연관 지을 수 없다. 내일 날씨가 궁금하다면 퇴근하면서 서쪽 하늘을 한 번 유심히 바라보자. 노을이 유난히 붉다면 맑은 하늘을 예상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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