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16일 한국의 시민사회가 뜻을 모아 ‘전환을 위한 기후행동 2015’를 공식 출범하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장기 온실가스

감축안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집담회를 열었다. <사진=박미경 기자>



 

[서울시립미술관=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국내외 시민사회가 한국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에 대한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최근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Post-2020) 국가 감축목표를 담은 자발적 감축 기여방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감축계획(안)이 산업계의 압력에 굴복해 대폭 후퇴했으며 이로써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 및 비양심 국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16일 청년, 여성, 농민, 종교, 생활협동조합 등 57개 단체가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전환을 위한 기후행동 2015’를 공식 출범하고 ‘신기후체제와 대한민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6월11일 2030년까지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 기준으로 ▷1안(14.7%, 7억2600만톤) ▷2안(19.2%, 6억8800만톤) ▷3안(25.7%, 6억3200만톤) ▷4안(31.3%, 5억8500만톤) 감축계획(안)을 내놓고 사회적 공론화를 거친 후 최종 감축 목표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4가지 시나리오 모두 2009년 총회에서 2020년 BAU 기준 30%(5억4300만톤)을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목표보다 낮게 설정돼 후퇴한 목표라는 파문이 일고 있다. 2020년까지 목표는 야심차게 내놓더니 2030년까지의 목표는 말을 바꿔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절대량 감축방식으로 전환해야  

▲서울대 윤순진 교수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2014년 리마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후퇴 금지의 원칙(과거에 제시한 감축목표량에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방식은 전제 조건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배출전망치가 달라진다”며 “한국의 배출전망을 봤을 때 BAU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리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BAU방식은 개도국이 사용하긴 하지만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한국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어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윤순진 교수는 “정부가 제출한 BAU 방식은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개도국과 선진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2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엄중한 책임을 요구받는 국가다.

 

국제사회, “더 줄여야 한다” 압박 돌입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의 감축계획(안)을 두고 국제적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구의 벗 인터내셔녈’을 비롯한 10개 국제 시민사회단체는 한국 정부의 감축안 후퇴를 우려하며 ‘정직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공개서한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한국이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으로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 시민사회단체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한국의 약속과 명백히 모순된다”며 “한국이 배출 전망치를 부풀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지난해 리마 기후총회에서 190여개 국가가 합의한 ‘후퇴방지’ 원칙을 깨트린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전화통화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후변화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압박에 나섰다.

 

윤 교수는 “2009년에 국제사회에 선언한 2020년 감축 목표보다 더 강화되고 GDP 세계 15위 이내 국가로서의 능력에 입각한 부담을 져야 한다”며 시민사회의 대안적인 감축목표안을 제시했다.

 

그는 절대적인 감축 목표량을 기준으로 삼아 ▷1안(2010년 대비 20%, 5억2600만톤) ▷2안(2005년 대비 10%, 5억400만톤) ▷3안(2010년 대비 26%, 4억8600만톤) ▷4안(2005년 대비 20%, 4억4800만톤)을 제안했다.

 

탄소 다배출국가로서 책임 다해야

윤 교수는 “IPCC(기후변화협의체)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세계 평균 10% 감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며 “하지만 한국은 다배출 국가로 이 정도 배출 감축에 그치지 않고 좀 더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환경연대 강희영 사무처장

한편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시민 사회가 앞장서 정부를 압박하고 견인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정부의 터무니없는 감축계획안 발표로 맥이 빠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다시 한 번 강조됐다.
 
이날 공식 출범에 나선 ‘기후행동 2015’는 올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총회를 앞두고 다양한 시민단체가 참여해 정보 공유, 신기후체제 협상타결 촉구, 삶의 현장에서 기후변화와 맞서 싸우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ACCE 한국조직위원회,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재단, 한국YMCA전국연맹 등 많은 시민단체와 녹색당과 서울시, 서울시녹색시민위원회도 뜻을 모았다. 특히 종교계의 참여로 시민과의 접점이 생기고 소통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시민사회가 나설 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

여성환경연대 강희영 사무처장은 “올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는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의 감축계획은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시민사회가 정부에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환경재단 최열 대표는 “기후변화 행동은 여론 형성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시민이 앞서서 변화의 역동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향후 ‘기후행동 2015’는 파리총회를 앞두고 연속대화를 기획해 심각성을 짚어보고 전국의 기후변화 피해 현장을 둘러보는 등 기후 여정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기록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결과물을 보고서로 담아 세계 시민들에게도 전달하겠다”고 활동계획을 밝혔다.

 

Post 2020 정부의 계획발표로 메르스 못지않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쳐 ‘첫 후퇴 국가’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온실가스 후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100여명 이상이 이날 참석했다.

<사진=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