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대한민국에는 매년 가뭄이 찾아오고 있다. 서울에서도 여름 철 50일이 넘게 수시로 비가내리면서 강우빈도가 짧아지며 아열대기후 패턴을 확연히 보이고 있다. 다음엔 뭘까.

최근 제시된 ‘포스트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정부가 기후변화를 관리할 목표와 중심을 잃고 헤매는 대표적 모습으로 기록될 것이다. 일관성도 없고, 논리도 없는 가운데 산업계에 굴복해 세계와의 약속을 저버리면서 우리만 살아보겠다고 소탐대실한 선례를 남겼다. 아직 최종안 제출 전이라곤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기후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후변화적응대책이 수년전부터 환경부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을 창구로 각 분야별로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제2차 적응대책 중간보고 형식의 정책토론회가 열렸는데 ‘적응’ 영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20년 비전을 토대로 5년 단위 계획을 수립하는데, ‘선택과 집중’으로 실효성을 높이겠단다. 기술격차를 최소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배출저감을 실천하는 ‘대응’과 변화 속에서 생존하는 전략인 ‘적응’이 따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에 물이 들어차고 있는데 물의 유입은 그대로 놔둔 채 가라앉지 않을 방법을 강구하라는 꼴이다. 이산화탄소배출 세계7위국이면서도 감축 의지는 없는데 아무리 최선의 적응방안을 만들어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한마디로 ‘쇼(show)’하는 거다.

인도에서 수천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고, 세계 곳곳에서 기근으로, 장마로 피해가 속출해도 여전히 남의 일 보듯 넘기는 통 큰 대한민국이 기후변화적응에 얼마나 투자할까.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책이란 것들은 느슨하고 느리다. 과학적 근거 운운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다. 뭐가 중요한가를 놓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국민들에게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가 처한 현황을 제대로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앞으로 다가 올 위험가능성에 대해서도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배려라도 해야 한다. 어려운 말로 포장하지 말고 쉽고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

정부는 첫째,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지금의 환경부 중심 체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부처, 기관들의 전폭적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규제중심 부처에 과연 얼마나 협조적인가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기후변화적응을 위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 GDP를 기준해 일정비율을 확보하고 과감히 집행해야 한다.

셋째, 현장을 둘러보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어려운 서민들부터 챙겨야 한다. 기후변화적응은 시민단체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어차피 턱없는 예산 갖고 생색내기 바쁠 공무원들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는가.

현장에서 발로 뛰어 다니며 상식을 넘는 수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민단체들이 훨씬 더 잘할 것이다. 대기업들도 함께 해야 한다. 사회적책임 실천한다 말장난 말고 국가와 지자체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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