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천5백여 종의 식물 중 외래식물은 1백10여 종이며, 이 중 84종이 식용 및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26종 정도는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산기슭이나 도시 주변 빈터에 번식하는 미국산 1년생 풀인 돼지풀은 토양 파괴뿐 아니라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켜 인체에 피해를 준다.

또 미국산 개망초는 생명력이 강해 한 번 전파되면 토양을 일시에 점령하고 타 식물의 번식을 방해해 생태계 균형을 깨뜨린다. 이밖에 공단지역에 집단 서식하는 미국자리공과 자생 종 잔디를 급속히 몰아내고 있는 유럽산 토끼풀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정부는 한반도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1998년 이후 외국으로부터 유입돼 생태계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우려가 있는 외래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외래생물이 우리 생태계에 유입돼 국내 자생생물의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생물다양성에 끼칠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가시박 등 총 18종의 동물, 양서·파충류, 어류, 식물이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돼있다. 유역(지방)환경청과 지자체, 민간단체에서 지역별 특성에 따라 생태계교란 생물의 퇴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시상추 등 6종의 외래종이 다양한 치료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이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위해 외래종으로 알려진 가시상추, 단풍잎돼지풀, 도깨비가지, 미국자리공, 아까시나무, 쇠채아재비 등이 충치, 바이러스 등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확인했다.

특히 가시상추, 단풍잎돼지풀, 도깨비가지 등 3종은 환경부 지정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돼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6종의 위해 외래종 활용방안 연구결과를 가지고 10건의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국제 학술지에 ‘미국자리공의 치주 질환 개선 및 치료’에 관한 논문도 기재했다.

아까시나무에서 허피스 바이러스 치료 효과를, 단풍잎돼지풀에서 항산화 및 피부미백 효과를 확인했단다. 허피스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70〜90%에 이르는 높은 감염률을 나타내는 질병이다. 잠복감염을 통해 평생 숙주에 기거하며 면역력 저하 시기에 발현하는 골치아픈 만성피부 질환 바이러스로서 이번에 큰 기대를 걸게 됐다.

미국자리공, 도깨비가지, 가시상추, 쇠채아재비 등에서는 충치, 치주염 등의 예방과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태계교란 생물이 제거의 대상을 넘어 잠재력 높은 산업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불어 국내에 유입된 외래종의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생태계교란 생물에 대한 사후관리는 더욱 철저히 수행돼야 하며, 사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유입될 경우 위해가 우려되는 생물 즉, ‘위해우려종’에 대해서는 수입 및 반입시 위해성심사를 강화해 외래생물 유입에 따른 국내 생물다양성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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