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안재형 농업연구사

[환경일보] 김성택 기자 = 사과, 배를 비롯한 과수의 개화기가 도래하면서, 과수 농가에서는 농민들이 인공 수분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봄철 이상 저온으로 꿀벌의 활동량이 줄었기 때문이지만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한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된다. 인공 수분을 위한 꽃가루 수입은 비용 증가와 전염병 유입이라는 새로운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꿀벌은 양봉 산물의 생산자로서 뿐만 아니라, 꽃가루 매개자로서 농업과 생태계에서 중요한 곤충이다. 식용 작물 중 70%가 꿀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자에 의해 수분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 경제적 가치는 연간 186조원에 이르며 이는 전체 식용 작물의 경제적 가치 중 9.5%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꿀벌을 비롯한 꽃가루 매개자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서식지 감소, 농약, 병원균, 기후 변화, 외래 해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봉군이 전년 대비 42% 감소돼 백악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낭충봉아부패병, 미국부저병 등에 의한 꿀벌 폐사가 발생함에 따라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는 꿀벌 질병에 대한 검사 및 약품 공급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는 질병에 강하고 벌꿀 생산성이 향상된 꿀벌 신품종인 ‘장원벌’과 화분매개곤충인 뒤영벌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스위스, 독일 등에서 꿀벌 장내 세균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건강한 꿀벌의 장내에는 8~9 종의 공통된 세균이 전체 장내 세균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사람의 장에는 1000종 이상, 소의 장에는 1800종 이상, 흰개미의 장에는 84 종 이상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이다. 


또한 이 세균 종들은 같은 사회성 벌인 뒤영벌의 장에서만 발견됐을 뿐 다른 환경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세균들은 일벌의 장내에서 약 10억 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 내장에만 존재하는 세균의 존재는 이들이 매우 오래 전부터 꿀벌과 공생했으며, 꿀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연구 결과 이 장내 세균들은 꿀벌의 단백질과 비타민 공급원인 꽃가루를 꿀벌이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으며, 꿀벌 병원균인 미국부저병원균과 유럽부저병원균에 강한 저해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장내 세균이 없어진다면 꿀벌의 건강에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까? 병원균의 발생 등 봉군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장내 세균 역시 정상적인 경우와는 달라지며, 항생제를 먹여 장내세균을 거의 없앤 뒤영벌은 기생충 감염률이 정상에 비해 10배 증가한다고 한다. 꿀벌에 대한 무분별한 항생제의 사용은 꿀벌 장내에 서식하는 유익균을 감소시키고 병원균의 항생제 저항성을 증가시켜 꿀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 반대로 우리가 꿀벌 장내 세균을 잘 유지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절한다면 꿀벌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안재형 연구사는 “세계 각국에서는 꿀벌 장내 세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정이며, 꿀벌의 보호와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서, 꿀벌 장내 세균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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