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가 발생해 한강이 초록색으로 물들면서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팔당에서 내려 보내는 물이 예년 평균의 한 40% 수준인 반면, 탄천, 난지도, 서남하수도장 등에서는 하수가 매일 400만 톤 이상 한강으로 들어온다. 깨끗한 물은 줄고 하수는 많은 양이 들어오다 보니 오염과 녹조발생은 당연한 결과다.

심곡수중보에서 물 흐름이 막혀서 방화대교까지 녹조가 발생했다가 바닷물의 영향으로 상류로 밀려가면서 한강 본류로까지 확산되는 특이한 경우라는 해석도 있다. 조류경보는 상류인 잠실대교까지 내려졌고 강동대교 구간 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녹조를 잡기 위해서는 비가 많이 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당분간은 그럴 확률이 낮아 녹조현상의 장기화도 우려되고 있다. 시민들은 정수된 물을 먹어도 되느냐며 불신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환경부 장관까지 나서 녹조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통해 99.7% 이상 제거돼 현재 수돗물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다만, 0.3% 정도는 통과할 수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생활용수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한강 하류에 발생한 녹조는 남조류로 독소가 있어 수생태계를 교란하고 사람에게도 간질환, 피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수상스키나 낚시를 즐기는 활동은 중단하는 것이 좋다.

서울, 경기, 강원도 지역은 지난 1년 간 강우량이 예년의 60~70% 수준으로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광역상수도가 공급되는 지역에서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는 차질 없이 공급되고 있다고 하지만, 가뭄이 얼마나 계속 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생활, 산업, 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 물 절약을 실천하고 오염물질 유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생활용수 공급이 안 되는 산간오지, 섬 지역 등에 병입수를 공급하거나 물탱크차를 이용해 운반급수를 실행하고 내년까지 상습가뭄지역, 가뭄우려지역을 정밀 조사해 지역특성별 맞춤형 가뭄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녹조발생을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오염물질이 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배출을 줄이고 비점오염원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 생활은 그대로 누리면서 한강은 깨끗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이기적이고 비논리적인 발상이다.

미국의 한 준자연지역에 거주하는 어느 전문가는 녹조 가득한 호수의 사진을 제시하면서 한국에서 녹조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지역에 호수가 많아 ‘인’을 함유한 비료나 합성세제의 판매자체를 지방정부가 금지해 오염물 유입이 거의 없고 인간 활동도 없는 자연 속에서도 녹조는 가득하다는 것이다. 뉴스 꺼리도 안 될 일에 한국인들의 흔들리는 모습이 신기하단다.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신의 벽을 깨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바른 정보를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전해야 한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전문성 없는 언론들이 여과 없이 내보내는 방송과 보도에 국민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이 잘돼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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