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수준의 악의적 비방, 외국인 혐오의 표적
다문화사회는 이미 현실, 사회적 약자 보호해야

[환경일보] 연예인과 정치인의 공통점은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자스민 의원처럼 악의적인 비방과 헛소문에 시달릴 정도라면 관심이 아닌 스토킹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이자스민 의원<사진=김경태 기자>

이자스민 의원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각종 기사를 찾아보고 사실과 거짓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위안부 가림막 설치를 반대했다’, ‘이자스민법을 만들어 외국인에게 퍼주려 한다’, ‘필리핀으로 돌아가라?….

대충 훑어봐도 이자스민 의원에게 가해지는 각종 비방은 엄청나다. 지면으로 옮기기 힘든 댓글까지 합하면 거의 테러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주여성들은 이자스민 의원의 기사를 열심히 찾아보기는 하지만 댓글은 읽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 속상하기 때문이다.

반면 당사자인 이자스민 의원은 댓글까지 꼼꼼하게 읽는다. 그 이유에 대해 이자스민 의원은 “나는 최초이고, 나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댓글을 보지 않는 한 모르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생각을 내가 바꾸기는 어렵다. 다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계속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자스민 의원에게 “왜 다문화가정(이주민)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느냐”고 손가락질 한다. 그런 이들은 그가 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는지를 잊고 있다. 그가 비례대표로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과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두 가지나 가진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이주여성’을 대표해 국회에 입성하다

다문화가정, 이주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융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다만 한국은 해외로 이주를 보낸 역사가 고작 100년에 지나지 않고 본격적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고작 20년도 안 된다.

게다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서 “우리도 먹을 게 없는데 왜 ‘남’에게 퍼주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외국인을 가족으로 맞아들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여전히 이주여성들은 ‘남’일뿐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현재의 결혼이주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을 막아 단일민족의 순수성(그런 게 진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을 유지하고 외국인에게 일자리와 돈을 나눠주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2060년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85.6명의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당연히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2060년까지 매년 700만명의 노동력이 유입돼야 현재의 경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3D업종에서 일하려는 한국인은 점점 찾기 힘들다. 다문화 정책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베푸는 인도적 시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필요에 의해 외국인을 받아들였으면서도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인식수준 역시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착취와 폭행은 일상다반사로 일어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며느리는 ‘가족’이라기보다 ‘돈’으로 구입한 하녀나 노예에 가까웠다.

게다가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는 언제나 뉴스에서 선정적으로 다뤄졌다. 사회의 불만과 불안은 모두 외국인 때문이고, 그들만 몰아내면 한국사회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식의 여론몰이가 시작됐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율은 1.7%로, 내국인 범죄율 3.9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범죄를 욕하는 사람들의 화법을 빌리자면 사실은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흉악한’ 사람들이었다.

이자스민 의원은 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도우면 그들의 자녀들까지 바로 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회성 지원보다 경제적 자립을

이자스민 의원은 현재의 다문화가정 지원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이 편성되면서 가장 하기 쉬운 시혜성·단발성 사업들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자체 등에서 앞 다퉈 실시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지원은 대부분 쌀이나 김치 등의 물품 지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직업 창출을 위한 ‘이중언어강사’는 본래 취지와 동 떨어진 운영 끝에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영어나 스페인어, 독일어 등 힘 있는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찾기 쉽지만 동남아시아 쪽은 현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교부가 애를 먹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현지 언어가 가능한 인력이 있다. 이주여성들을 활용해 제2외국어처럼 가르친다면 일자리창출은 물론 인재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자스민 의원은 “당초 취지와 달리 다문화가정 아이들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지원자가 별로 없다. 게다가 이주민여성들조차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한다”며 “이주여성들을 복지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홀로서기를 도와야 한다. 다문화를 강점으로 이용해 이주여성 1명의 자립을 도우면 그들의 자녀들은 물론 나라의 인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로 국비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사업들은 파악이 어렵고 관리조차 되고 있지 않으며 여러 부처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장기적인 사업이 아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문화관련 정책을 관리하고 방향을 잡아 줄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계속 연장하면서 10년을 끌었지만 곧 기간만기가 돌아온다”며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숙련공들을 모두 한국에서 쫓아낸다면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게 될 판인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날짜는 곧 다가오는데 해결 방법은 없다. 심지어 정부는 물론 국회조차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데 그치면서 폭탄 돌리기만 하는 꼴이다.

이자스민 의원은 “국회에서 다문화교육에 대한 법안 이야기기를 꺼냈더니 ‘아직 다문화로 갈 것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르다’며 반대가 나오더라. 외국인 주민 숫자만 174만명에 달하는 등 이미 다문화가 현실이 됐음에도 국회조차 인식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다문화가 무엇인지, 방향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 시민권을 얻으려면 결혼만이 유일한 답인 한국과 전통적인 이민국가인 미국, 캐나다 등은 실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참고만 할뿐, 무작정 답습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10년을 한국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인 외 가족을 한국으로 불러들일 수 없기 때문에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가 이혼하는 등 모국에서의 기반을 대부분 잃은 상태다. 15일 위로휴가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고용주가 성실노동자로 인정해야 거주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은 필요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였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궁핍한 삶을 타파하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10여년간 ‘소’처럼 한국에서 일했다. 넉넉하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부조리한 대우에도 참으며 10여년을 버틴 그들에게 이제 한국은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너희 나라로 가라’고 말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사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살기 힘들수록 사람들에게는 원망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대상은 대부분 공격하기 쉬운 사회적 약자다. 가장 힘없는 대상을 그보다 조금 나은 약자가 짓밟고 조롱함으로써 힘 있는 자에게 받은 억울함과 고통을 잊게끔 만든다.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왕따’문제를 욕하는 어른들은 왕따를 사회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그렇기에 이자스민 의원에게 가해지는 각종 비방과 욕설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자스민 의원 역시 자신이 수많은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고 싶지만 그나마 쥐꼬리 같은 지원이라도 유지하려면 이 단어를 없애서는 안 된다. 그들을 위한 기본법을 만들고 싶어도 받아줄 부처가 없다. 예산은 없고 욕만 먹는 일을 어느 부처가 하고 싶겠는가”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나라가 힘이 없어 강제징용으로 끌려가고 외화를 벌기 위해 멀리 독일까지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 보내야 했던 아픔을 가진 곳이 한국이다. 그럼에도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매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는 여전히 이방인에 불과한 것일까?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