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한지희

[환경일보] 강다정 기자 = 여름 밤 불빛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방이 나타난다. 나방은 나비와 달리 주로 야간에 활동하고 곱고 화려하기보다는 대부분이 단조롭고 어두운 색상을 띠고 있다.

나방의 성충은 꽃꿀, 과즙, 나무즙액, 이슬 등의 액을 빨아먹으며 산란시기가 되면 나방의 유충이 먹을 수 있는 식물에 많은 양의 알을 낳는다. 암컷 한마리가 많게는 1000개 이상의 알을 낳는 종류도 있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식물체를 먹으며 몇 차례의 탈피를 거쳐 번데기가 되는데 대부분은 땅속에 방을 만들거나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서 번데기가 된다. 나방 중에는 실크를 만드는 소재가 되는 고치를 만드는 누에와 같이 유용한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사람이 먹는 것을 같이 먹는 해충이다.

벼 등 곡식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이화명나방, 복숭아명나방, 옥수수들명나방 등의 명나방을 비롯해 복숭아, 사과, 살구 등 과실을 해하는 복숭아심식나방, 사과순나방 그리고 대부분의 채소를 가해하는 밤나방, 가로수와 정원수를 해하는 미국흰불나방 등 많은 종류의 해충들이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해충인 나방을 방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작물의 재배법을 개선하는 경종적 방제법과 그물망, 유아등, 초음파, 광선 등을 이용하는 물리적 방제법, 그리고 살충제, 훈증제, 기피제, 유인제, 불임제 등을 이용한 화학적 방제법이 있다.

최근에는 기생곤충, 포식곤충, 미생물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방제법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돼 온 화학 살충제는 사람과 가축에 해가 있고 해충의 천적까지 함께 죽이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이를 대체할 친환경 방제 수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나방 방제에 있어서 화학 살충제를 대신할 친환경 해충방제제로 식물추출물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고삼(마트린), 멀구슬나무(님오일과 아자디라크틴), 제충국(피레스린), 데리스(로테논) 등의 식물추출물이 전체 추출물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대체제로는 곤충병원미생물을 이용한 미생물살충제(천연작물보호제)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 등록된 미생물 살충제는 14개이며 이 중 나방 방제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곤충병원세균 BT(Bacillus thuringiensis) 9개에 불가하다. 더욱이 BT의 잦은 사용으로 해충의 저항성이 나타날 수 있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다양한 친환경 방제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나방을 방제하기 위한 또 다른 미생물로 곰팡이가 있다. 곤충병원 곰팡이는 습도와 자외선 등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곰팡이에 감염된 유충이 죽은 후 표면에 형성되는 포자가 다른 해충을 다시 감염시키는 연쇄살충효과가 있어 지속적인 방제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76개의 곤충병원 곰팡이제가 나방을 방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제품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친환경, 웰빙이 각광받고 친환경 농작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지금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나방의 친환경 방제를 위한 다양한 방제법 개발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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