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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우리 민족 구심점 “포기해선 안 돼”

 

한국 호랑이 살아있음 카메라에 잡는 게 목표
DMZ 호랑이 이동통로 개설해 남북통일 견인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울 적부터 우리는 호랑이에 대한 무수한 얘기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울음 안 그치면 호랑이가 잡으러 온다’라는 말을 가장 무서워하다가도 호랑이의 용맹성과 강인함을 닮고자 했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에도, 한국 축구 국가대표 지원팀인 붉은 악마의 깃발에도 호랑이가 있다. 이처럼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매우 특별나다. 호랑이는 한국 문화의 상징이자 한민족의 기상을 대표한다. 멸종위기를 맞은 한국 호랑이를 찾기 위해 20년의 시간을 바친 국내 유일의 호랑이 전문가, (사)한국호랑이보호협회 임순남 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반도에 호랑이가 정말 살고 있을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사)한국호랑이보호협회 임순남 회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한국에는 분명 야생 호랑이가 존재하고 있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카메라에 담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며 힘줘 말했다.

 

▲ 호랑이에 죽고 호랑이에 사는 범생범사, 임순남 회장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호랑이 전문가다.

<사진=송진영 기자>

‘호랑이 굴에 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경기도 고양 산 아래 자리한 그의 사무실은 딱 호랑이를 연구하는 사람의 일터였다. 밤낮 구분 없이 이어지는 잠복근무를 위한 장비들과 방탄차까지 갖춘 모습이 호랑이 자취를 꼭 찾고야 말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임순남 회장은 “학교와 사무실에는 호랑이가 없다”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현장에 가보지 않고 책상 위에서 연구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카메라 감독 호랑이에 빠지다
임 회장이 한국에서 사라져가는 많은 야생동물 가운데 호랑이에 집중하게 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송사에서 잘 나가던 카메라 감독이었던 그는 우연히 호랑이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안을 받고 러시아 산맥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한국 호랑이 추적에 나선다.

 

임 회장은 “40년 동안 호랑이만 연구한 러시아 국립과학원 극동지리학연구소 드미트리 피크노프 박사와의 호랑이 취재가 발단이 돼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그 당시엔 호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취재에 나섰다가 우리나라 호랑이가 왜 사라지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호랑이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기막힌 우연의 만남이 임 회장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용맹과 기개의 상징 한국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때 해수구제 정책(늑대, 호랑이 등 사람에게 해로운 짐승을 박멸하라는 정책)하에 97마리가 남획됐는데 이후로 한국 땅에서 호랑이가 점점 사라져가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일제, 민족정신 두려워 호랑이 말살

▲▲임 회장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호랑이 영정을 들고 1인 항의시위를

벌이며 한반도의 호랑이와 표범을 되살리는 일에 일본정부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임순남 회장의 호랑이 연구 활동 내용이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호랑이보호협회>


그는 “일본이 해수구제를 앞세워 호랑이를 잡아들였지만 결국 일제강점기 하에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며 “죽음의 두려워하지 않고 한 치 부끄럼도 없다는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이 바로 한국 호랑이의 용맹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매년 3월1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제의 마구잡이 사냥으로 인한 한국의 호랑이와 표범 멸종을 알리며 종 복원 동참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동물을 빌미로 우리의 정신을 죽이고자 했던 마음이 나쁘다”며 “한국 호랑이의 멸종에 원인을 제공한 일본이 종 복원에 동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호랑이는 이미 멸종됐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호랑이는 ‘멸종’ 됐지만 ‘멸종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에서 호랑이가 의미하는 바(민족 정신)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땅에 호랑이 살아있다
남한에서는 1921년 경북 경주시 대덕산에서 호랑이가 사살된 것이 마지막 공식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땅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임 회장은 “한국에 호랑이가 없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힘이 빠진다”며 그 동안 그가 조사해온 것과 제보자의 진술 등을 통해 봤을 때 “10마리 이상의 호랑이가 우리 땅에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의 호랑이 연구 활동을 인정받아 뉴욕타임즈, BBC, CNN 뉴스에 소개되고 내셔널지오그래픽 등과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는 등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임 회장은 “한국에서는 호랑이가 살아있다는 말을 하면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그 동안의 답답함을 토로하며 “가족들조차도 만사를 제쳐두고 호랑이 연구에 몰두한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볼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실에 부딪혀 포기를 하고 싶을 때마다 국제 학술 포럼에 참석을 해달라, 저명한 국외 언론사들이 나를 취재하는 등 호랑이 연구를 하는 것이 내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 한국 호랑이의 학명은 ‘시베리아 호랑이’로 머리가 크고 다리는 굵고 튼튼하며 귓바퀴는 짧고 둥글다.

2012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사진 출처=Davepape>



 

“우리민족 대표동물 호랑이는
정치적 국경이 없다”


호랑이가 통일의 매개될 수 있어
한편, 최근 남북 관계가 파국 상황까지 이르렀다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임 회장은 호랑이가 통일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열린 ‘DMZ 국제학술포럼’의 자리에서 그는 “호랑이는 정치적 국경이 없다”며 “하지만 남북한 허리에 넘지 못할 DMZ의 철책선이 그들의 길을 가로막아 호랑이의 통로를 막고 있으며 근친 번식까지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호랑이길 타이거로드로써 DMZ 일부 구간을 열어 호랑이 이동통로를 개설해 자유로운 이동과 번식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그는 “호랑이를 남북 간 대표 동물로 승화시켜 한민족의 자긍심과 진취성을 국내외로 과시함과 동시에 남북 화해협력에 긍정적인 동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동물로 미국은 독수리, 러시아에는 곰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오랜 전부터 함께한 호랑이가 있다.

임 회장은 “호랑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을 되찾고 이것을 구심점으로 삼아 남북통일 견인, 자연 보존, 세계로 나아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호랑이 연구 외길 인생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는 “살아있는 호랑이를 카메라에 담아 증명해 보이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호랑이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것 호랑이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경기도 고양 산 아래에 위치한 호랑이보호협회 사무실에는 험한 산에서 이용이 가능한 장비들과 방탄차가 구비돼 있었다.  


<사진=송진영 기자, 정리=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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