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은 1급 발암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폐암 발병 주요 원인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위해성이 높은 물질이며,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행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라돈의 기준치를 148Bq/㎥로 규정해도 권고기준에 불과해 처벌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라돈과 같은 자연방사능물질에 대한 보건조치의무가 있지만 세부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제도적 공백이 커진 것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제출된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자료를 보면 서울지하철 1∼8호선 역사, 터널, 배수펌프장의 라돈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20배를 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하철이 지하 수십 미터 아래 건설되는 과정에서 지하수 및 암반을 통해 라돈가스가 방출되는데 환기가 부족한 열차 운행구간, 특히 터널과 승강장, 배수펌프장에서는 고농도로 발생할 수 있다. 지하철 역사와 연결된 공간으로서 지하철 차량의 공기질에도 직접 영향을 미쳐 지하철 이용객들도 라돈 위협에 노출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터널과 배수펌프장은 고용노동부 소관이라 넘기고, 고용노동부 역시 실내공기질관리는 환경부 몫이라며 책임을 미루는 상태다. 지난 2008년 이후 서울지하철에서 근무했던 11명이 라돈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지하철 근무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보면 누적 노출량이 같은 조건에서 고농도로 단기간 노출되는 경우보다 낮은 농도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위험도가 더 크고 폐암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고농도 라돈에 직접 노출되는 지하공간노동자 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 국민들 역시 위험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공간에서 서둘러 라돈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와 노동부 두 부처 모두 별 관심이 없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한심함을 금할 수 없다. 당장에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기껏 한다는 답이 지하철역 작업공간이 사각지대인 것 같으니 협의를 통해 해결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수준이다.

환경부와 노동부, 서울시는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를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 라돈의 법적 관리기준을 유지기준으로 강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고 제도적 보완이나 재정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방법을 찾아 가야 한다.

환기만 잘 시켜도 라돈 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환기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될법한 일인가. 우리가 대한민국에 사는지, 독재와 만행을 일삼는 어느 공산국가에 살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정부는 서둘러 나서 환기시설이라도 정상 가동하도록 감독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라돈의 안전관리를 위한 확실한 모양을 갖추도록 국회차원의 노력을 기대한다. 그동안 국회 상임위에서 환경과 노동을 묶어 ‘환경노동위원회’로 만든 이유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하나라도 제대로 보일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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