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현실이 됐지만 적응 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만으로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응대책은 더 중요해졌고, 적응을 부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 감소, 재난, 질병 발생 등 위험을 최소화하고 도전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한반도 역시 봄과 여름은 길어지고, 슈퍼태풍, 홍수, 가뭄 같은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과학적 근거가 제시돼도 여전히 기후변화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한국의 적응 정책 방향은 표류해왔다. 문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체감정도가 제각각이라는 사실이다. 공신력있는 국제기구나 연구기관들이 경고해도 실제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국가나 지역 그리고 앞선 지성을 가진 국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무감각해 보인다.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표현만 가지고는 국민들의 참여와 행동 변화를 촉구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 적응의 절실함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부와 산하기관들은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자극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결코 기후변화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라가 아니다.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을 넘긴지 오래고, 해수면 상승 예상치는 심각한 수준인데도 정치적 이유로 심각성이 가려져왔다. 한쪽에서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방음막으로 차단해온 모양새다.

제2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은 1차와 달리 2035년까지 장기계획과 5개년 단위의 단기계획을 제시하고, 21개로 부처 참여가 확대되면서 더 많은 활동, 폭넓은 영역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흡한 과학적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과 인도까지 환경 관측이 가능한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생물보호구역 파악, 기후 취약계층 복지 강화도 담고 있다.

기후변화적응을 국가중장기계획과 전략에 포함시켜 예산과 인력 같은 핵심적인 부분들이 분명이 드러나야 국가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적응이 지역별 맞춤형으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 지역발전 기본계획안에 포함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재정과 기술지원이 필요하지만, 적응은 철저히 지역중심으로 가야한다.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대학, 기업, 민간단체들과 긴밀히 연합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법, 예산, 정보, 기술 모두 다 필요하지만 적절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우선 제공하고 협조도 구해야 한다. 신축건물 입지선정의 경우 과거 허용기준이 기후변화시대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야 한다.

영국의 경우 전 국토에 걸쳐 기후변화 취약 지역을 붉게 표시해서 그 심각성을 국내외에 알리고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촉구하는 활동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국민이 불안해 할까봐 사실을 축소 은폐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들을 넘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인식제고, 실천이 이뤄지도록 소통에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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