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고라니 등 유해 야생동물로 인해 농작물 피해와 주민안전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실질적 개선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멧돼지는 특히, 먹이사슬이 사라진 자연생태계에서 총을 든 사람 외에는 천적이 없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몸길이 1.1∼1.8m, 어깨높이 55∼110㎝, 몸무게 50∼280㎏에 달하는 멧돼지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어 위험하다.

깊은 산, 특히 활엽수가 우거진 곳에 살며, 토끼·들쥐 등 작은 짐승부터 어류와 곤충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잡식성동물로 변화됐다. 18개월이면 임신이 가능하고 한번에 7~13마리까지 새끼를 낳으며 급격히 증가하는 개체수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들의 피해는 현재 심각한 상황이다. 새벽마다 멧돼지들이 새끼까지 데리고 내려와 논과 밭에 들어가 땅을 파헤치고, 작물들을 짓밟고 먹어 치워버려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한다. 군청에 수차례 이야기해도 환경단체들이 반대해 잘 되지 않아 평균연령 70을 넘은 주민들은 포기 상태가 됐단다.

포수가 왔지만, 사냥개가 멧돼지와 싸우다 다치는 일이 반복되자 인센티브가 없다보니 더 이상 멧돼지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농가 피해액은 108억원에 달한다. 2005년부터 시·군·구별로 운영된 수확기 피해방지단은 10개 시·군에서 운영하던 것이 2014년에는 156개 시·군·구로 확대됐고 포획된 야생동물 숫자도 늘었다.

최근 5년간 피해방지단이 포획한 유해야생동물은 70만 마리가 넘었고, 지난해 16만 2459마리가 포획됐다. 유해야생동물은 죽어서도 문제다. 포획된 유해야생동물 처리에 관한 지침이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15년도 수확기 야생동물 피해방지단 운영계획에는 야생동물 포획자는 관할 시·군·구와 협의해 자체 처리하되 상업적 목적의 거래·유통을 금지하며, 수렵인이 자가소비하거나 피해농민에게 무상제공 혹은 소각·매립 처리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소각에는 별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매립하지만,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장시간 사체가 방치되어 질병발생 등 또 다른 문제의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농사짓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일반인들을 위협하는 유해야생동물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관리대책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유해야생동물 포획 이후 사체 처리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대해 주민들의 입장에서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실질적으로 개선, 강화해가야 한다. 생태계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그저 야생동물이니까 손대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유해야생동물들의 분포현황 및 정확한 개체수 등에 대한 실태파악과 더불어 일정 주기별로 개체수 조절을 위한 적극적 포획 등 현실적인 대책들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현장에는 몇 번이나 나가봤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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