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관법은 화학물질의 체계적 관리를 목적으로 유해화학물질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법률로 ‘화학물질관리법’의 줄임말이다.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내면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금년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제도를 공동 설계했고 입법예고 등 입법 과정에서도 합의를 거쳐 보완됐다.

환경부는 지난 봄 황산, 클로로포름 등 유해화학물질 판매 업소 134곳을 단속한 결과 25곳이 화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화관법 이후 유해화학물질 판매업소에 대해 처음 실시한 것으로 오프라인 판매업소의 경우 89곳 중 13곳이 영업변경허가 미이행, 판매관리대장 미작성 등을 위반했다.

온라인 판매업소의 경우 45곳 중 12곳이 무허가 판매, 사고대비물질 인터넷 실명인증체계 미구축 등을 위반했다. 이렇듯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환경부가 대기업들에 대해 허술한 기준과 봐주기 식으로 일관한다며 비판받고 있다.

화학사고는 기존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에서 범위를 확장해 모든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정의하는데 사고대비물질 지정, 화학사고 장외영향평가서 작성·제출, 영업정지와 과징금 등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 즉시신고의무, 화학사고 영향조사, 화학사고 특별관리지역 지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화학사고의 요건으로 시설 교체 등 작업 시 작업자의 과실, 시설 결함·노후화, 자연재해, 운송사고 등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화학물질로 인한 것과 사람이나 환경에 유출·누출돼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한 각 요건의 충족 여부가 화학사고 여부의 판단기준이고 그에 따라 ‘화관법상 화학사고’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정감사를 통해 법적 근거 없이 화학사고 판단기준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이천 질소사고 등은 화학물질 때문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해서 질식했다는 것이 환경부 해석이다.

또한 경남 김해 아세틸렌 폭발사고, 이천 공장 가스사고, 충북 진천과 울산 등 공장 폭발사고, 용인 톨루엔 화재사고 등은 단순 화재나 폭발사고로 판단하면서 화학사고에서 제외됐다. 화학물질은 인화성, 폭발성, 물리적·화학적 위험성, 흡입 또는 피부노출 시의 독성, 공기보다 무거워 질식위험 등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 환경부는 몇 가지 특성만 인정하고 있다.

화관법상 사고대비물질을 지정할 때도 다양한 위험성을 모두 고려한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자의적 해석은 문제가 된다. 화학사고 즉시신고의무 역시 화관법에 따르면 화학사고시 즉시 신고해야 하지만 유해화학물질은 유출·누출 물질이 5ℓ, 5㎏을 초과할 경우에만 신고의무를 부여해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있다.

환경부의 자의적, 소극적인 법집행은 사고대응강화와 재발방지라는 화관법 본래 입법취지에 역행한다. 사고 우려가 높은 지역은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법 개정도 고려해야 한다. 법만 만들고 두리 뭉실 넘어가는 행태가 반복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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