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기후 특성상 여름에는 홍수, 봄에는 가뭄이 번갈아 발생하는 등 물 관리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급격한 기온상승, 변덕스런 강수량 변화와 가뭄으로 예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가뭄과 홍수의 빈도가 높아지고 강도가 심해지고 있는데 금년엔 비는 적고 가뭄이 심각해 6월 중북부 지역인 한강수계의 강수량은 평년 강수량의 57%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도 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데 비가 적게 왔기 때문이다.

엘니뇨 현상으로 평상시 강수량이 줄었고, 올 여름 특별한 장마도 없었다. 7월에서 9월 사이에 영향을 주는 태풍까지 우리나라를 비켜가면서 가뭄은 더 심각해졌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전국 누적 강수량은 754.3mm로 30년 평균치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과 경기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517.7mm로 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43% 수준이며, 충남과 충북 강원 지역도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예당저수지가 있는 예산과 홍성을 포함해 충남 서부 8개 시·군에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충남 서부 대부분 저수지에서 물이 3분의 1도 남지 않을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충남 서부 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보령댐 수위는 역대 최저치인 22.2%까지 떨어져 댐 상류부 지역에는 풀밭과 자갈밭까지 생겼다. 금강의 물을 끌어오기로 계획돼 있지만,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지자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주민에게 배급되는 수도 공급을 자체적으로 줄이는 것뿐이다.

보통은 장마철이 끝나 1년 중 댐의 물이 가장 풍부해야 할 이 때에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고로 볼 수 있다. 내년 좀에도 비가 충분히 오지 않으면 제한급수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에 물 관리 협의회를 설치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자원의 체계적 통합관리방안을 시행중이라 하지만 가뭄 극복 등 효율적인 물 관리는 여전히 느리다. 저수지 등에서 벗어나 해수담수화, 지하수 댐 등 새롭고 다양한 수자원 확보방안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물 소비를 합리적으로 유도하는 수요관리정책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댐 건설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댐이 없으면 우리나라 같은 여건에서 물을 확보할 수 없고 더 많은 환경과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고 적정한 생활도 할 수 없다.

국민들이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때 물 관리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 좋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국가나 국민 모두 물을 소중히 하고 필요한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물 수요관리는 반드시 계속해야 한다.

제한급수를 통해 우리의 심각한 현실과 물 관리 필요성을 국민들이 인식토록 해야 하며, 국민들의 하루 물 절약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도 알려야 한다. 지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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