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여가문화가 가족중심의 장거리 여행으로 바뀌면서 RV 등 큰 차량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여럿이 편히 타고 짐칸엔 자전거 등 부피 큰 짐들도 너끈히 실을 수 있는데다 가솔린차량보다 연료비가 저렴한 디젤차량들은 더 인기다. 세계적 자동차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핵심은 질소산화물(NOx)이다.

디젤차 연소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12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무색 무취의 살인자’다. 환경부 ‘2015 환경백서’에 따르면 전국 주요도시 대기중 오존이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오존은 호흡곤란과 두통, 기관지염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광화학 스모그의 구성물질로 주로 디젤차 배기가스 중 질소산화물이 자외선과 반응하면서 생성되는 유해물질이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산화질소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영유아들의 성장 및 인지발달에 악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디젤 차량은 휘발류 차량처럼 점화 플러그 방식이 아닌 공기흡입 압축착화 방식으로 가솔린 차량보다 매연이나 질소산화물을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디젤차는 기술력이 좋아져서 연소효율을 높일수록 질소산화물은 더 많이 배출된다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초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를 지목할 당시 디젤은 가솔린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데다 장거리 주행 연비가 좋은 장점을 무기로 유럽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환영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총 등록 자동차 수는 2014년 말 현재 2012만대인데 그중 794만대가 디젤차고, 378만대가 가솔린차다. 수도권에서는 1/3 정도가 디젤차다. 심각한 환경오염이 진행 중임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8월 국립환경과학원이 한-EU 공동 실제주행 배출가스 시험방법에 따라 진행한 조사 결과 수입 디젤 차량 일부가 기준의 7.5~8.3배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2012년에 국내 디젤차가 에어컨 가동, 급가속 등 실제 도로주행 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 기준의 최대 11배까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기술개발의 난항을 이유로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 받기도 했다.

이번 폭스바겐 질소산화물 배출조작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업계 스스로가 배출저감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오히려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경제와 환경은 분명 동시에 고려할 대상이지만, 환경오염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속속 규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있는 정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규제를 강화해 운행 중인 디젤차를 전수 조사하고, 주행 중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총량을 파악한 후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밝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디젤차에 미세 입자상물질 정화장치(DPF) 같은 후처리장치를 도입해 효과를 봤다고 하지만 사용중 성능저하와 고장으로 방치되는 사례 역시 인정하고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강력대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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