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시는 1960년부터 1972년까지 고도성장 추진 과정에서 석유 화학 콤비나트를 형성해 석유정제·화학비료·판유리·기계 공업이 발달했지만 석유화학 공장에서 방출된 이산화황으로 집단천식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었다. 당시 국민학생 박혜숙은 학교 수업중 비디오를 통해 욧카이치 천식환자들의 모습을 보고 생명을 살리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1983년 일본 유학 이후 12년 넘게 욧카이치를 연구하던 중 미에대학 교수가 됐고 ‘욧카이치학(四日市學)’을 창시해 학문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처음 욧카이치 현장을 조사하러 갔을 때만 해도 주민들 반응은 냉담했고, 외국인 이라는 편견도 심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수도 없이 현장을 드나들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 과정 중 주민들의 마음이 열려 여러 중요한 자료들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피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욧카이치학을 만들어 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 재발을 막고자 하는 진정성과 투명한 활동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박교수는 누구나 문제를 숨기고 싶어 하지만, 자주 만나고 같이 아픔을 나누다 보면 해결의 기회가 온다고 확신한다.

욧카이치학은 많은 분야를 포괄한다. 생물을 포함한 생명 존엄성을 생각하는 인간학, 환경과 경제의 균형을 이루며 지속가능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미래학,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한 교육, 욧카이치 공해의 노하우를 활용해 국제환경협력을 이루기 위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의학 등 여러 학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종합응용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욧카이치학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고 모니터링 해 그 결과들을 공유하면 자연히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자부한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경제성장을 우선으로 하면서 흔히 환경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의외로 몽골 울란바토르, 러시아 하바롭스크 등에서 욧카이치학에 관심을 보이며 연구하고 있다. 다만, 환경재해를 겪지 않은 경우 어느 정도까지 욧카이치학의 내용을 통감하고 수용할지는 변수라 하겠다.

미에대학은 2007년 일본 대학중 처음으로 전 학부 일괄로 국제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인증을 취득하고 교직원과 학생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캠퍼스내 발생저감(Reduce), 재이용(Reuse), 리싸이클(Recycle)의 3R 운동을 실천하고, 2020년까지 ‘90년 대비 30% 이산화탄소 삭감계획도 공표했다.

2005년부터는 지속가능한발전 교육을 적극 실시해 각종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실질적인 개선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대학의 사회적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고, 학생들을 유엔 환경회의에 국제환경인턴십으로 파견하는 등 세계1위의 환경선진대학을 목표로 투자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진정성과 투명성, 자발성과 지속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욧카이치학과 미에 대학이 한국과 그린캠퍼스 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