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재활용제품이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칠이 벗겨진 가구? 부식되서 낡은 가전제품? 덕지덕지 이어 붙인 봉제인형?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재활용제품은 낡고 오래된, 그래서 가격이 낮은 저가의 제품이다. 그렇다보니 애써 만든 재활용제품은 싸구려 취급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단순한 재활용(Re-cycle)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Up-cycle)이 각광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방문객들이 전문강사의 지도 아래 리사이클 제품을 직접 만들고 있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서 이색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사장 김진석 KPRC)과 유통지원센터는 ‘Green-Cyclepia’(업사이클&재활용의 동행)을 주제로 홍보패널과 재활용제품 뿐 아니라 업사이클 제품 전시를 통해 자원순환의 유용성을 홍보했다.

관람객들이 전시회장에서 직접 만든 스노우볼.



전시회에는 특별히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와 공동으로 국민들이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포장재의 업사이클링 사례와 제품을 소개하고 포장재의 고부가가치성을 알렸다.

현재 소비자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업사이클 제품전시와 직접 포장재를 이용해 스노우볼, 바다보석 목걸이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업사이클 제품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버려지는 폐자원을 이용한 리사이클링 제품들.



특히 관람객들이 재활용에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참여하는 체험프로그램도 기획 및 운영했고 업사이클 강사를 초빙, 포장재를 이용한 스노우볼, 바다보석 목걸이 제작 체험 등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 만들기 코너를 운영했다.

전시부스 외곽에는 터치스크린을 준비해 퀴즈와 함께 포장재 종류별 분리배출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유도했다. 준비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분리배출 게임에 참여해 배출요령을 배울 수 있도록 했고 끝까지 마친 관람객에게는 선물을 증정했다.

분리 배출 터치스크린 게임을 마치면 기념품을 제공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배출요령을 익힐 수
있도록 유도했다.



유리병을 이용한 업리사이클 아트 체험장도 운영해 관람객이 직접 고부가가치 재활용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강사의 설명을 들은 후 보조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관람객이 직접 업리사이클 제품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30대 김모씨는 “직접 만들어 볼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디자인과 연계했다는 점에서 재활용품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KPRC 김진석 이사장은 “현대사회는 상품 유통방식과 소비행태가 다양해져 포장재의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소재들은 재활용하면 모두 유용한 자원”이라며 “버려진 자원을 순환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은 자원절약은 물론 자연환경 보전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포장재 폐기물의 재활용 확충이 우리 공제조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재활용? Re-cycle? Up-cycle!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인 재활용은 사실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쓰레기는 사용자 입장에서 ‘쓰임이 다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분해자 혹은 그 다음 단계의 사용자들이 존재한다. 쓰레기는 여러 단계를 거쳐 다른 것으로 돌아가는 한 주기, 즉 ‘사이클(cycle)’이 된다.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만들어진 유리나 플라스틱 등은 다음 단계의 쓰임을 찾기가 쉽지 않고 천천히 분해된다. 하지만 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다른 제품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그 결과 쓰레기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 쌓이는 쓰레기의 다음 단계의 쓰임을 찾는 활동이 등장하게 됐다. 다시 그 주기가 완성되어가는 것, Re-cycle의 등장은 생각보다 최근의 일이다.

 

한국은 단순 재활용률은 높지만 제품화율은 매우 낮다.



한국은 국가별 재활용률 1위 국가다. 정확하게는 분리배출을 잘 할 뿐, 재활용 선진국은 아니다. 버려진 자원은 수요의 부족으로 제품화되기보다는 자원 그대로의 단순 재활용이 된다. 현재 재활용 제품은 재활용 과정에서 많은 수작업과 운송비용이 추가되지만 재활용이라는 이유로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그리고 자금 부족으로 기술개발에 투자비용이 부족하고 또 저급한 재활용품이 양산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업사이클은 ‘Upgrade + Recycle’의 합성어로, 저품질, 저수요라는 재활용의 선입견과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디자이너 그룹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100여 팀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50%가 신생 기업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창의적인 영역으로 젊은 사람들이 중심이 되나 소재가공들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의 진입이 눈에 띄고 2013년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KUD)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업사이클 과정



이처럼 재활용이 새로운 개념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소비자들의 편견이다. 폐기물을 직접 수거해 일일이 분류하고 수작업을 거쳐 제품을 만들지만 소비자들은 “재활용품이니까 싸구려”라는 낡은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폐자원을 이용해 만든 팔찌와 열쇠고리 업싸이클링 제품들.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R&D 역시 많이 부족하다.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다보니 기업은 물론 정부 지원 역시 인색하다. 환경부가 자원순환촉진법 개정을 통해 재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결국 소비자 인식 변화와 함께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미래 고부가가치 녹색산업인 업사이클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자료제공=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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