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청권에 이어 수도권, 강원도에서도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강 수계에서 얻는 서울과 경기지역의 생활·공업용수는 내년 봄까지 공급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봄 강수량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인천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622㎜로 평년 1304㎜의 48% 수준이다. 농업용 저수지 117개의 저수율 역시 평년의 절반인 47%로 이런 상태라면 내년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 지역의 피해도 극심하다. 올해 누적강수량은 679㎜로 평년1270㎜의 절반 수준이며 영동지역인 속초 등지에서 식수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다. 강원도 250곳의 지방하천 중 춘천 월송천과 정선 용탄천 등 9개 하천은 완전히 말라 건천이 됐다.

전국에서 비상급수를 받는 지역이 100개 마을에 1만2000여명을 넘었고, 제한급수지역과 차량이용 물 제공 마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 낡은 상수관으로 인해 물이 새고 있지만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8.1%로 매우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농어촌 지역의 경우 62.2%에 불과하며 미급수 인구만 170만명에 달해 도·농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이유로 상수원보호구역을 갈수록 줄이고 있다. 2002년 369개소에 달하던 상수원보호구역은 2013년 309개로, 11년 사이 60곳이나 줄었다. 노후상수관으로 지난 10년간 누수량은 무려 80억㎥이며 연간 손실액은 5222억원으로 예상된다. 전국 상수관로는 18만㎞에 달하는데, 44.6%가 15년 이상 경과됐으며 31%는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상수관이다.

정수장 역시 전체 486개 정수장 가운데 58.8%가 20년 이상 경과돼 수돗물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한 상수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국가일수록 국민의 평균 예상수명이 짧은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나 국민이나 여전히 너무 여유롭다.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굳이 생산공장이나 화력발전소의 가동중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 전반에 당장 큰 어려움이 닥친다. 먹는 물은 제외하고 봐도 세면과 목욕, 세탁, 변기 등 곳곳에 영향이 미친다.

그런데도 물 값이 턱없이 싸다보니 펑펑 써대고, 허드렛물을 재이용하거나 빗물을 받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과 관련한 정부 대응은 심각한 수준으로 부족하다. 정확한 상황파악과 더불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협조를 당부해야 하는데도 행동이 없다.

통합물관리가 절실한데도 부처 간 힘겨루기나 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들, 특히 대도시 거주자들은 당장에 내 불편함을 따지면서 물 절약엔 관심이 없다. 수요관리에 역점을 둘 때다. 선진국들은 1인당 물소비량이 줄고 있는데 우리는 반대다. 독일인 보다 우리가 물을 세배나 더 사용한단다.

정부가 정치권의 눈치 보느라 차일피일 할 일을 미루고 있다고 치고, 그 많은 시민단체들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민사회가 나서서 대대적인 물 절약 운동을 펼쳐야 한다. 전문연구기관들은 폐수의 재이용기술, 빗물의 투수·저장 및 활용기술 등을 민간과 가정에 보급토록 뛰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역시 극심한 가뭄을 4년째 겪으면서 지난 4월 물 사용량의 25%를 감축하는 강제절수를 명령했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것은 주민행동요령에 따라 스스로 할 일을 한다는 점이다. 물을 많이 먹는 잔디를 계속 두면 사회적 지탄을 받다보니 스스로 잔디를 걷거나 인조잔디를 깐다.

우리도 가뭄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대도시 제한급수도 시범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정말 심각한데 왜 아닌 척들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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