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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건강 지킴이, 근권미생물
뿌리 주위 미생물 식물 건강·생산성 좌우
생태계 조절 통해 미래 식량 확보해야

우리가 땅위에 서있다는 것은 우리가 땅 밑 세계의 지붕 위에 서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땅 밑 세계에는 식물뿌리, 세균, 곰팡이, 조류, 원생동물, 진드기, 선충, 애벌레, 개미, 그리고 큰 동물을 아우르는 많은 토양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 중 뿌리 주변 수 밀리미터 영역으로 뿌리의 영향을 받은 근권은 토양에서 생물학적으로 가장 활발한 부위이다. 줄잡아 뿌리 그램당 3만종 이상이 속하는 1000억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식물이 빛,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으로 생성한 탄소량의 3분지1에서 반 정도는 뿌리 부위로 이동되고, 이 중 15∼25%는 뿌리에서 토양으로 분비한다. 따라서 뿌리 주위는 탄소 대사가 매우 활발한 영역이며 주위의 토양과는 다르게 많은 미생물이 활발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된다. 그렇다 해도 뿌리 주위의 미생물이 아무런 자격도 없이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식물은 영리하게도 주위 토양에서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녀석들만 모여 들도록 하거나 특정 미생물을 억제하는 화합물을 만들어 최적의 미생물들이 자기 주위에 머물도록 조절한다. 동물과는 달리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뿌리에서 분비되는 화합물을 이용해 식물이 미생물을 유인하는 전략은 놀랍기만 하다.

식물은 다양한 병원균에 의해 끓임 없이 공격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과 대항하기 위해 식물 자체도 방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뿌리 주위의 미생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즉, 유익한 용병 미생물들을 뿌리에서 삼출물 또는 대사물질을 분비해 뿌리에 몰려들어 정착하게 함으로써 식물들은 다양한 병원균을 성공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뿌리 주위의 미생물은 식물이 조성해 놓은 환경에 무위도식하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식물의 생육을 저해하거나 심하면 죽게 만드는 적인 병원균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식물이 토양으로부터 양분을 잘 흡수하고, 건조, 염류, 저온 등의 환경 스트레스에 식물이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줘 식물의 생육을 촉진시킨다. 이들 미생물을 총칭해서 식물생육촉진 미생물이라 칭한다.

식물생육촉진 미생물을 상업화한 것이 미생물비료, 식물생육 강화제, 식물촉진제, 친환경작물보호제(미생물농약)이다. 인간에 비유하면 장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유산균 음료, 각종 미생물에서 유래하는 인체병원균을 저해하는 항생제 등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근권미생물은 식물의 발달, 생리, 전신성 방어에 영향을 주고,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영역를 확장해주고 식물의 경쟁자, 포식자, 병원균과의 상호작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 적응력을 높이기도 한다.

식물의 건강과 생산성은 근권 미생물의 존재와 구성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양 미생물의 종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근거로 식물 건강과 생산성을 예측할 수 있으며, 토양 곰팡이의 다양성이 증가하면 식물의 생산성, 다양성, 양분 흡수량도 증가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첨단기법을 이용해 근권미생물이 식물 생육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근권미생물을 식물 생육에 적당하도록 조작하려는 연구가 시도 되고 있다. 즉 병이 잘 발생하는 토양(발병 억제형 토양)에 병이 잘 걸리는 토양(발병 유도형 토양)을 1/10 가량 넣어준 결과, 병이 잘 발생하는 토양 환경이 개선돼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토양에 유용미생물을 접종하면 식물이 양분을 더 잘 흡수하고, 식물 생육이 촉진되며, 식물이 비생물적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더 잘 견디고, 병도 억제됐다는 많은 연구 보고가 있다.

이렇듯 식물은 뿌리 주위로 유익한 미생물을 끌어들이고 모여든 미생물은 식물을 병원균으로부터 지켜줘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심지어 근권미생물의 전체 유전체량는 식물보다도 크고, 식물의 연합군처럼 살아가기 때문에 식물의 두 번째 유전체로 불린다.

앞으로 농업 연구 과제의 하나는 환경친화적이고 날로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식량 확보를 위해 뿌리 주위 생태계를 균형 있게 조절해 작물의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미래 농업의 필수적인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글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원항연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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