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연구를 하면 할수록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힌다.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가능성은 95% 이상이며, 인간 활동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경고한다. 온실가스의 누적배출량과 지구평균온도와의 관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앞으로 사용할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발생은 현재까지 배출된 양의 4~7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를 파격적인 수준으로 저감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데도 여전히 전 세계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배출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다보니 저감의 동기유발이 약할 수 있지만 기후는 원격적으로 상관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기후변화 관련 과학적 메시지가 분명하며, 대응을 위한 행동이 중요한데 빠를수록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대응을 보면 원자력발전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고,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CS)는 증가추세인데 모든 국가들이 에너지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에너지의 전력화와 전력의 탈탄소화기술도 주목되고 있다.

주요 배출국들은 온실가스배출 감축의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특히 에너지를 심층적으로 저탄소화하는 중장기 대책을 본격 강구하고 있다.

즉 2050년까지 실현코자 하는 탄소배출목표를 우선 설정하고 현재로부터 2050년에 이르는 몇 개의 대안적 ‘심층저탄소화경로(DDP, Deep Decarbonization Pathways)’를 ‘역산도출(back casting)’해 비교함으로써 최적경로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유엔자문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과 프랑스 ‘지속가능발전·국제관계연구원(IDDRI)’는 이를 위한 새로운 연구방법을 개발해 16대 주요 배출국들의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심층저탄소화 사회로 가기 위한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DDP의 핵심은 심층저탄소화와 더불어 계속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다양한 사회 경제적 의제를 연결하고, 장기 전략을 세우고, 국제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백캐스팅은 해답이 아니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국가목표를 공론화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용하다. 그런데 DDP를 세우려면 지금껏 살아온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가능하다.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정책수단 역시 부각돼야 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부처별 정책들 간 상충성도 세밀하게 고려돼야 한다.

이번 파리총회(COP21)를 계기로 에너지생태계를 바꿀 기술개발, 에너지 가격체계 등 각종 규제정리, 국제협력과 소통 등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 세계1위인 한국의 책임은 막중하며, 기후변화대응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2℃, 37%” 같은 수치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인류와 지구를 생각하는 위대한 질문과 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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